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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무원이 간다 -청사 방호장

2022-05-02 2022년 5월호


수십 년간 인천시청 지켜온
청사지킴이, 김석우 방호장


글 김진국 본지 편집장│사진 김성환 포토 저널리스트


“야, 넌 뭐야! 시장 나오라고 해!”
고요한 아침, 갑자기 터져 나온 고함이 인천시청사에 쩌렁쩌렁 퍼져 나간다. 민원인은 안하무인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시장실로 가겠다고 생떼를 부린다. 그 앞을 가로막은 정장 차림의 잘생긴 남자. 그는 때로는 근엄한 표정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미소로 민원인을 쥐락펴락한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한동안 옥신각신한 끝에 불기둥처럼 타오르던 민원인의 기세가 군불처럼 사그라진다.
“민원인이 오면 우리 가족이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어머니, 형, 동생처럼 대해야 합니다. 그러면 처음엔 큰소리를 치던 분들도 이내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지요.”
김석우(60) 인천시청 방호장은 민원인의 그림자다. 인천시청사 곳곳 어디든 시끌시끌한 곳이면 어디선가 ‘짠’ 하고 나타나 ‘맥가이버’처럼 문제를 해결한 뒤 ‘터미네이터’처럼 사라진다. 지난 한 해 집회, 항의 방문, 1인 시위 등 시청을 찾은 민원만 1,866건인 것을 보면 그는 ‘아이언맨’임에 틀림없다. 시청사 민원 안내부터 방호총괄, 시건장치 점검 업무를 해온 그가 오는 6월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다.
“20대이던 1987년 방호9급으로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정년퇴직할 때가 왔네요. 하하.”
36년간 방호 직렬로 근무하면서 멱살을 잡히는 일은 다반사였고 급하게 내리는 방호 셔터에 몸이 끼이기 일쑤였다. 뜬금없이 고발장이 날아오기도 했다. 이쯤 되면 민원인들이 야속할 법도 한데, 그는 되레 안타깝다고 말한다.
“얼토당토않는 내용을 들고 찾아와 우격다짐으로 해결하려는 민원인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청을 찾는 많은 분은 여러 곳을 전전하다 마지막 희망을 갖고 발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방호장은 오전 6시면 벌써 시청에 도착해 일과를 시작한다. 청소원들에게는 잔소리하는 시어머니가 되고, 시장이 출퇴근할 때는 듬직한 경호원으로 변신하는 그의 손엔 언제나 무전기가 들려 있다. 청경을 이끄는 경호대장과의 긴밀한 ‘핫라인’이다. 그렇게 온종일 그는 쉬지 않고 청사 안을 걸어 다닌다. 하루 걸음 수만 2만 보에 이를 정도라니.
“이젠 조금 쉬고 싶어요.” 시위 등으로 수십 년간 주말에 출근하기 일쑤이고 친인척, 친구 모임 등에도 나가지 못한 그는 퇴직한 뒤 부인 박미경(60) 씨와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칙… 칙…! 방호장님, 나오세요. 동문에서 민원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도중 무전기가 울렸다.
“앗, 금세 갈 테니 민원인 잘 달래고 계세요!”
무전을 받자마자 벌떡 일어나 쿵쿵 달려가는 그의 발자국에 정년을 맞는 시원섭섭함과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자부심, 그리고 인천시민과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이 찍혀 있었다.


인천시청 방호과 동료들(사진 위), 청경들과 함께한 김석우 방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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