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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 클로즈업 - 나무와 샘 우물

2022-08-01 2022년 8월호


카페 안 ‘우물’의 정체는

글·사진 김진국 본지 편집장



인천시 동구 화수동 
‘나무와 샘’ 카페 안의 ‘우물’


예로부터 ‘우물’은 신성한 공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두레박 하나 가득 찰랑찰랑 물을 길어 올리는 게 복을 길어 올리는 것이라 믿었다. 좋은 우물 근처엔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았고, 우물을 향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내기도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우물에 지내는 제사는 보편적인 것이었다. 이는 우물이 사람들의 건강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마르지 않는 우물은 싱싱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우리 친정 조카가 혼기가 찼는데 시집을 못 갔어요. 어디 황소 같은 총각 없수?’ ‘아무개 집 할아범이 노망이 났다던데, 그렇게 인색하게 굴더니 말년이 안 좋을 수밖에. 쯧쯧.’ 우물은 사람들이 모여 인지상정을 공유하고 마을에 흘러 다니는 정보를 나누는 장소이기도 했다. 인천시 동구 화수동 ‘나무와 샘’ 카페엔 깊은 ‘우물’이 있다. 시원한 지하 암반수가 그윽하게 고인 우물이다. 이 우물이 카페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가 치킨집이었어요. 제가 카페를 열며 보니 한가운데가 둥근 철판으로 가려진 공간이 있는 겁니다.” 
호기심 많은 이광범(58) ‘나무와 샘’ 대표는 카페 인테리어를 하면서 철판을 걷어냈고, 우물이 옛 모습 그대로 살아 있음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마실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우물의 깊이를 알기 위해 물을 빼내고 보니 깊이가 아파트 3층 높이인 8m나 됐고, 바닥은 암반으로 돼 있더군요. 암반 주변 세 곳에서 계속 물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물을 빼낸 뒤 이틀 정도 지나자 우물 안은 다시금 물로 가득 찼다. 물맛을 본 이 대표는 우물을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약간의 보수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아침이면 저는 우물물을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손님에게 드리는 식수를 제외하고 저희 가족은 모두 우물물을 사용합니다. 수질검사도 정상으로 나왔거든요.” 이 우물은 과거 화수동 마을 공동 우물로 80년 정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50년 전 이 자리에 ‘영종떡방앗간’을 지은 주인과 인수인계를 받은 ‘구름다리떡방앗간’ 주인이 33년 정도 사용했다. 이 대표는 2004년 방앗간 주인으로부터 건물을 인수했는데 이때 임대를 주면서 우물엔 철판 두껑이 덮여졌다. 그러다 이 대표가 임대 계약을 끝내고 카페를 오픈하던 2019년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우물의 역사가 130년 이상 되는 셈이다. 
“어느 날 속상한 일이 있어 무심코 우물을 들여다보는데 우물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겁니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 의식처럼 우물을 보고 기도를 올립니다. 저희 가족과 이곳에 오는 모든 분이 좋은 기운을 받아 건강하게 해달라고 말이죠.”
그 옛날 시집살이를 하던 여인들이 우물가에 모여 서로의 푸념을 늘어놓으며 위안을 받았던 것처럼 이 우물은 묵묵히 말을 들어주며 이 대표 가족이나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촉촉한 위로를 건넨다. 
인천엔 지금도 몇 개의 우물이 남아 있다. 부평구 십정동의 ‘양지우물’은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쓰고 있으며 용동 큰우물, 화도진공원 뒤 쌍우물, 학익동 노적산 호미마을 우물, 송림동 백병원 근처 우물 등도 흔적으로 남아 시민들의 정서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중이다.


나무와 샘 카페 실내


2층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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