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그림 읽기, 생각 나누기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푸른 오월을…”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첫 걸음마, 1858, 파스텔, 32×43cm, 미시시피 로렌 로저스 미술관아이가 이제 막 첫 걸음을 떼려고 하네요. 아빠는 하던 일을 멈추고 팔을 쭉 뻗어 아이를 부르고요. 엄마는 아이가 행여 넘어질까 뒤에서 팔을 받쳐주고 있어요. 부모에게 이보다 더한 감동이 있을까요. 이들의 행복한 순간이 푸르러가는 계절과 함께 파스텔로 채색되어 익숙한 유화와 다른 느낌을 주네요.미술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그는 19세기 중반 프랑스 바르비종을 중심으로 땅과 함께 살아가는 농부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 그의 그림이 목가적이고 때론 종교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좀 다르게 보일 거예요. 작가는 신화, 성서, 역사 속 인물과 사건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시선을 맞췄어요.이 그림에는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어요. 바로 밀레를 좋아한 빈센트 반 고흐가 이 그림을 모사했다는 거예요. 그는 이 작품뿐 아니라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한낮의 휴식’ 등 많은 작품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그렸어요. 두 거장의 작품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아이는 이렇게 걷기 시작하고 말을 하고 공부하면서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겠죠. 부모는 그 기간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육체도 정신도 거꾸로 작아질 테고. 나중엔 서로 비슷해지고 또 어느 순간 아이가 훌쩍 더 커 있고. 그런 게 인생이고 자연의 순리겠지만요. 가정의 달, 애틋함과 그리움이 더해만 가네요.글 김성배 인천시립미술관팀장
2022-05-03 2022년 5월호 -
옴니버스 소설 -아무도 울지 않는 밤
우리가 마주한 밤글 안보윤일러스트 송미정영석은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출근 버스에서 내려 회사를 향해 걷는 동안 생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체 뭘까. 뭐가 이렇게 마음 한편을 짓누르는 걸까. 딱히 눈에 띄는 문제는 없었다. 영석은 남동공단 내 위치한 가구 회사에서 17년간 근속해 왔다. 차장 직급으로 승진하기까지 동료들과 적당한 선에서 어울렸고, 복잡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서로의 경조사에 정해진 만큼만 돈을 부치는 관계였지만 직장 사람들과 무람없이 친한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당연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영석은 자꾸만 골똘해지게 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전력 질주를 하다 멈추면 돌연 한기가 도는 것처럼 영석은 자주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하네. 영석은 혼잣말을 하며 사무실로 들어섰다.“차장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후배가 영석을 보자마자 물었다. 영석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얼굴이 핼쑥해 보이는데, 정말 괜찮아? 탕비실 문을 열고 나오던 동기가 말을 얹었다. 오늘 내 얼굴이 많이 안 좋은가 의심하면서도 영석은 대답했다. 괜찮아, 난 항상 괜찮지. 그러나 지나가던 임 과장이 하루 더 쉬지 그랬어,라고 말했을 때에는 이게 다 무슨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자네 어제 아프다고 조퇴했잖나.”“제가요?”어제 점심시간 직후 파랗게 질린 얼굴로 조퇴한 사람은 박성일 차장이었다. 똑같이 박 차장이라 불리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이었다. 터무니없는 착각을 따져 물을 새도 없이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박 차장, 그러니까 어제 조퇴를 해 모두의 걱정을 산 장본인이
2022-05-02 2022년 5월호 -
새 책 -<첫눈이 내게 왔을 때>, <너를 위한 증언>
반세기 세월을 반추하며지은이 김흥기 | 펴낸 곳 개미168쪽, 1만 원김흥기 한국사보협회 회장이 ‘첫눈 같은 첫 시집’을 발간했다. 는 도시의 여러 면모와 풍광, 편린들을 스케치처럼 담은 시집이다.시인은 책에서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삶의 터전으로서 도시의 속살을 내밀하게 그려낸다. 가족에 대한 단상과 유년 시절의 추억도 봄꽃처럼 울긋불긋 피어난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민주화의 물결이 출렁이던 시대. 그 강물을 건너온 시인은 그 시절 삶의 주변을 세심하고 관조적으로 돌아보고 있기도 하다.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김흥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를 쓰기 시작한 이래 반세기 만에 첫 시집을 펴냈다. 전지연, 신철, 이미애 3인의 화가는 발간을 축하하며 1~3쇄 표지화를 그려주었다. 소설가 오은주는 “김흥기는 길게 흐르는 강물 같은 사람이며 그의 시는 숨겨놓은 오래된 사랑”이라고 말했다.깊은 상처와 긴 회복에 관한 이야기지은이 김중미 | 펴낸 곳 낮은산288쪽, 1만 3,000원‘낮은산 청소년문학 키큰나무’ 시리즈 24권. 은 쉽게 말할 수 없고, 제대로 들어본 적 없던 깊은 상처와 긴 회복에 대한 이야기다.을 시작으로 , 등의 작품을 통해 가난한 아이들과 이웃의 삶을 전해온 김중미 작가가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다가 꺼내놓은, 죽기보다 살기를 바랐던 여자들의 이야기다.이 소설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새겨진 폭력의 기억이 어떻게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를 보여준다. 그 폭력의 트라우마가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에게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여자들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고통과 싸우는 동시에 딸들과 동생들이 같은
2022-05-02 2022년 5월호 -
영흥도-인천의 자연, 시민의 색으로 물들다
컬러링 인천영흥도인천의 자연,시민의 색으로 물들다‘환경특별시’ 인천은 168개 섬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삶에 쉼표를 찍는 여유와 다채로운 매력이 살아 숨 쉬는 인천의 자연. 인천 작가의 스케치에 시민 여러분의 색과 빛을 입혀주세요.명노선의 채색 가이드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어서인지 바다에 가면 그리움에 사무치곤 한다. 뭍으로 물이 차오르면 내 마음도 채워지는 것 같고, 포구로 돌아오는 만선滿船을 바라보면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기도 하다. 영흥도는 이런 마음을 달랠 때 자주 찾는 곳이다. 개펄에서 쉼 없이 조개를 캐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풍경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다시 그리움이 차오르면 너르고 푸른 품으로 나를 맞아주는 바다로 떠날 작정이다.명노선 작가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서양화가다.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40회가 넘는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에 참가했으며, 2011년과 2012년에는 초대작가로 출품했다. 2012년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2015년 미추홀도서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6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공로상, 2021년 인천남동구문화예술회 공로상을 수상했다. 한국미술협회 서양화분과 이사와 2016년 인천국제아트페어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16대 인천미술협회 부지회장을 맡고 있다.2022년 4월의 시민 작가를 소개합니다!김윤미 미추홀구 인하로 노시한 서구 서달로 변재운 남동구 논고개로 이태숙 서구 봉오재로 홍성수 남동구 앵고개로컬러링 작품을 보내주신 시민께는 추첨을 통
2022-05-02 2022년 5월호
- 자료관리담당자
-
- 담당부서 홍보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4
- 최종업데이트 2024-01-10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