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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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기, 생각 나누기
잠시 쉬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유를…강희안(1417~1464),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15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 23.4×15.7cm, 국립중앙박물관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네요. 휴가는 다녀오셨어요? 계곡에서 조금 쉬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선비(高士)가 절벽을 뒤로하고 바위에 몸을 맡긴 채 물을 바라보고(觀水) 있어요. 물멍하는 선비의 표정이 세상살이의 시름을 다 내려놓고 망중한을 즐기는 듯 보여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주변 자연은 과감하게 표현했네요. 여기에 색을 쓰지 않고도 붓질과 묵의 농도만으로 시각적 느낌을 부족함 없이 살렸어요. 그래서인지 A4보다 작은 그림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강희안의 화풍은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의 화풍과 대비되곤 합니다. 이후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에 걸쳐 크게 유행하게 됩니다.강희안은 자신의 삶을 그림 속 선비에 투사한 것처럼 보여요. 시와 글 그리고 그림에 뛰어나 삼절三絶이라 불린 그는 세종 때 집현전 학자들과 를 주석하고 을 편찬했어요. 단종 복위에 연루되어 많은 벗을 잃기도 했습니다. 대개 젊어선 뜻을 세우고 일가一家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죠. 하지만 무언가를 성취하고 지키려고 애쓰는 만큼 몸도 마음도 소진됩니다. 게다가 이런저런 일과 관계에 회한도 쌓이게 마련이고요. 뒤늦게 타고난 성정이 순해지니 자연에서 지혜를 구하게 됩니다.최근 BTS가 당분간 그룹 활동을 접고 개인 활동에 전념하며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했죠. 비록 음악적 성취를 일궜다 해도 멤버들 각자는 성장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였어요. 일종의 번아웃증후군입니다. 개인적으로 BTS의 음악을 즐기지는 않지만 이런 성찰과 결정엔 지
2022-08-01 2022년 8월호 -
지금, 빛나는 인천 ⑦ 펜타포트 음악 축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기다렸다, 돌아왔다 축제를 즐기자!축제가 돌아왔다. 3년 만이다. 강렬한 록 비트를 따라 쿵쾅거리는 심장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짜릿함. 온몸이 땀에 젖도록 뛰고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내지르리라. 코로나19로 2020년과 2021년, 비대면으로 열린 인천 펜타포트 음악 축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올여름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간절히 기다려온 ‘진짜’ 음악 축제가 드디어 시작된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류창현 포토 디렉터 대한민국 최초에서 세계의 음악 축제로 23년 전 그날, 그해 가장 많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진흙탕 세상에서 펼쳐진 대한민국 최초의 록 페스티벌. 갑자기 몰아닥친 폭우도 가슴 깊숙이에서 솟구치는 열정을 어찌할 수 없었다. ‘록 스피릿’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수많은 관객이 빗속에서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 1999년, ‘트라이포트Triport Rock Festival’라는 이름으로 록의 불모지에 피어난 초특급 페스티벌. 프로디지The Prodigy,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딥 퍼플Deep Purple…. 라인업은 화려하고 관객의 열정은 뜨거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둘째 날 막을 내려야만 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축제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Pentaport Rock Festival’로 다시 태어났다. 2011년부터는 ‘펜타포트 음악 축제’로 인천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매년 5월부터 8월까지, ‘슈퍼루키’로 보석 같은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라이브 스테이지’와 ‘라이브 클럽파티’에 이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로 인천 곳곳에서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을 연다.미국의 ‘우드스톡 뮤직 앤 아트 페어’, 영국의 ‘리딩 ‘회복’과 ‘부활’을 외치다 코로
2022-08-01 2022년 8월호 -
문화 줌인
2022 인천 마을 영화제를 가다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 지난 7월 5일~7일 청학동에서 ‘2022 인천 마을 영화제’가 진행됐다. 오래전 마을 잔치가 열렸던 청학동 느티나무 앞마당에서 감독과 주민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10년 전 따스한 봄날, 윤종만(61) 마을 공동체 ‘마을과 이웃’ 대표는 한달음에 양평까지 달려갔다. 20년 동안 전국을 유랑하며 마을 사람들이 배우로 등장하는 마을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감독이 궁금해서였다. 윤종만 대표와 신지 승(58)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감독은 그렇게 만나 길벗이 되었다. 신 감독은 여전히 우직하게 마을 영화제를 열고 있다. 양평 연수리, DMZ 인근 마을 인제 서화리 같은 끄트머리 마을에서. 사실 영화는 거들 뿐 온 마을이 들썩이는 마을 축제다. 마을 회관, 숲속, 창고, 할머니의 방 등 편히 이불 덮고 감자, 고구마 먹으며 보는 곳이면 어디든 영화관이다. 유별난 스타는 없다. 마을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다. 올해는 이 소박한 축제를 인천에서 시작했다. 윤 대표가 10년 전 벗이 된 신 감독의 사연을 지역에 알리며 그렇게 됐다. 며칠 만에 수십 명의 지원군이 나타나 자금이 모이고, 행사장이 마련됐다. 지난 7월 5일 청학문화센터 아트홀 무대에 선 신 감독은 “이건 기적입니다. 돈과 능력이 아니라 협력, 열정과 의지로 일군 사람의 축제, 제가 꿈꾸던 영화제가 펼쳐졌습니다”라며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7월 5일과 6일 이틀간 이란, 인도, 미국, 한국 감독의 영화 열 편을 상영했다. 85개국 900여 편의 출품작 중 선별한 작품들이다. 미국의 메튜 코스몰 감독이 만든 독도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땅’, 제주도에서 길을 잃은 식물을 소재로 난민 문제
2022-08-01 2022년 8월호 -
새 책 - <황해로드>, <생명 연에서 찾다>
제주~중국, 3만km의 대장정황해로드 지은이 허우범, 남창섭 | 펴낸 곳 인천출판사 423쪽, 2만 5,000원 황해는 고대부터 한반도와 중국을 아우르는 문명 교류의 장이었다. 문명과 사람이 오가며 공존과 발전, 전쟁이 교차했다. 황해는 해양생물의 보고寶庫이자 해양 문화를 만든 산실이기도 하다. 는 황해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탐사한 책이다. 인천일보 기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3년 동안 황해를 항해하며 찾아낸 보물을 모아 놓았다. 아울러 황해를 둘러싼 중국과 한반도의 역학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탐사팀은 중국 랴오둥반도의 단둥에서부터 광둥성 광저우까지, 제주도에서부터 연평도까지 장장 3만km에 이르는 해안 도시를 탐험했다. 개성에서 신의주에 이르는 탐사길도 살펴보았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황해는 오늘날 인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묵묵히 제시한다.는 황해가 간직한 역사와 아픔을 살펴보고 나아가 동아시아 미래의 공존과 발전을 위한 황해의 가르침을 논한다. 생명과 우주가 담긴 연꽃생명 연에서 찾다 지은이 최병관 | 펴낸 곳 한울(한울아카데미) 240쪽, 3만 5,000원 ‘영원한 사진가’이자 시인인 최병관이 연의 신비를 담은 를 펴냈다.이 책은 살아서는 화려하고 죽어서도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연꽃에 대한 경외심을 노래한다. 코로나19로 세상이 힘들 때 작가는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연꽃을 찾아 나섰다. 부지런하고 끈질기게 매달려야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찍으면 찍을수록 점점 더 깊게 빠져 들어가는 연꽃, 우아하면서 도도한 것 같아도 겸손하게 다가오는 연꽃,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연꽃을
2022-08-01 2022년 8월호 -
옴니버스 소설 -아무도 울지 않는 밤
한여름 밤의 선택글 안보윤동현은 편의점 테이블에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을 올려놓았다.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퇴근한 탓에 몸이 무거웠다. 가장 먼 곳의 하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이던 노을은 이제 흔적도 없었다. 느슨한 간격으로 세워진 가로등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허공에 매달린 노란 불빛은 그리 환하지 않았으나 아늑하고 둥글었다. 동현이 거리 끝까지 이어지는 노란 빛을 눈으로 좇았다. 무릎 아래로 무겁고 미지근한 바람이 불었다.“피곤할수록 구색을 맞춰 먹어야지.”말소리와 함께 봉지 김치와 구운 계란이 동현 앞에 놓였다. 동현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자 영석이 얼른 손짓해 만류했다. 어제가 말복이었으니 이 정도는 먹어둬. 영석이 포장된 계란을 톡톡 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영석, 그러니까 박영석 차장은 동현의 회사 상사였다. 사무적인 얘기와 약간의 안부를 주고받는 정도였던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진 건 지난봄부터였다. 편의점 고양이 만두에게 닭 가슴살을 먹이고 있던 동현에게 영석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고양이가 그렇게 매력적인 생물인가? 우리 민서도 이놈한테 푹 빠졌던데 말이야.” 영석은 딸이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춰 편의점 앞을 서성였다. 동현과 마주치면 차가운 생수나 맥주 같은 걸 건네곤 했다. 한동네 사람끼리,라고 영석은 말했으나 동현은 그 말에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북쪽 언덕 꼭대기에 얼기설기 지어진 낡은 건물에 살고 있는 자신과 인공 폭포가 위치한 정원과 입주민 전용 헬스장, 물놀이 놀이터까지 갖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영석이 한동네 주민처럼은 느껴지지 않는 탓이었다.“열심히 산다고 해
2022-08-01 2022년 8월호 -
컬러링 인천 -무의도
인천의 자연, 시민의 색으로 물들다‘환경특별시’ 인천은 168개 섬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삶에 쉼표를 찍는 여유와 다채로운 매력이 살아 숨 쉬는 인천의 자연. 인천 작가의 스케치에 시민 여러분의 색과 빛을 입혀주세요.무의도에 갈 때마다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바다와 벗 삼아 소박하고 진솔하게 살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나무와 그 사이 아담한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에 화구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무의도에서 느끼는 이러한 감동을 화폭에 환하고 밝게 담아내고자 했다. 여름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풍경을 전하고 싶다.이달의 드로잉무의도이희성 작가서양화를 기반으로 인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오랫동안 중·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활동했으며, 교감과 교장을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미술관의 도슨트를 비롯해 미술을 통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대중에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서 간단명료하면서 고운 색감의 작품을 주로 작업한다. 개인전 26회, 부스전 15회, 국내외 초대전 470여 회를 진행했으며, 현재 코리아인천어반스케치와 인천사생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무의도에 갈 때마다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바다와 벗 삼아 소박하고 진솔하게 살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나무와 그 사이 아담한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에 화구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무의도에서 느끼는 이러한 감동을 화폭에 환하고 밝게 담아내고자 했다. 여름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풍경을 전
2022-08-01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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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업데이트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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