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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림 읽기, 생각 나누기

2022-08-01 2022년 8월호


잠시 쉬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유를…


강희안(1417~1464),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15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 23.4×15.7cm, 국립중앙박물관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네요. 휴가는 다녀오셨어요? 계곡에서 조금 쉬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선비(高士)가 절벽을 뒤로하고 바위에 몸을 맡긴 채 물을 바라보고(觀水) 있어요. 물멍하는 선비의 표정이 세상살이의 시름을 다 내려놓고 망중한을 즐기는 듯 보여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주변 자연은 과감하게 표현했네요. 여기에 색을 쓰지 않고도 붓질과 묵의 농도만으로 시각적 느낌을 부족함 없이 살렸어요. 그래서인지 A4보다 작은 그림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강희안의 화풍은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의 화풍과 대비되곤 합니다. 이후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에 걸쳐 크게 유행하게 됩니다.


강희안은 자신의 삶을 그림 속 선비에 투사한 것처럼 보여요. 시와 글 그리고 그림에 뛰어나 삼절三絶이라 불린 그는 세종 때 집현전 학자들과 <용비어천가>를 주석하고 <동국정운>을 편찬했어요. 단종 복위에 연루되어 많은 벗을 잃기도 했습니다. 대개 젊어선 뜻을 세우고 일가一家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죠. 하지만 무언가를 성취하고 지키려고 애쓰는 만큼 몸도 마음도 소진됩니다. 게다가 이런저런 일과 관계에 회한도 쌓이게 마련이고요. 뒤늦게 타고난 성정이 순해지니 자연에서 지혜를 구하게 됩니다.


최근 BTS가 당분간 그룹 활동을 접고 개인 활동에 전념하며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했죠. 비록 음악적 성취를 일궜다 해도 멤버들 각자는 성장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였어요. 일종의 번아웃증후군입니다. 개인적으로 BTS의 음악을 즐기지는 않지만 이런 성찰과 결정엔 지지를 보냅니다.


글 김성배 인천시립미술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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