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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느낌, 인천 - 오감으로 즐기는 인천

2022-08-30 2022년 9월호


인천을 감각하다, 기억하다

오감인천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만지다

Five Senses

온몸의 감각을 열어젖히고, 인천을 오롯이 느껴라. 생명이 숨 쉬는 바다와 갯벌, 그 안에 소금기 흠씬 밴 삶을 음미하라. K-팝의 서막을 연 음악에 귀 기울여라. 다채로움이 공존하는 두근두근 ‘스펙터클spectacle’한 도시를 보라. 강화 땅끝에 진회색 융단이 펼쳐지면 달려가 피부로 감각하라. 바닷바람 따라 그윽하게 밀려드는 향기에 취하라.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지고… 인천을 기억하라.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전재천 포토 디렉터

미각
인천을 맛보다


칵테일 ‘맥麥아더’와 ‘북성포구’

인천을 오롯이 담은 한잔 

“아름다운 문장을 음미하듯.” 한 소설가는 칵테일 마시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찰랑찰랑 일상을 채우고 추억 한 스푼 담아 인천을 마신다. 아름다운 문장을 음미하듯. 
주홍빛 망고 주스와 보드카가 어우러진 한잔. 어린 시절 엄마 아빠를 졸라 사 먹던 슬러시 같다. 그 달콤쌉싸름함을 만나기도 전에 캔디가 ‘팡팡’ 입안에서 터진다. 월미도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디스코팡팡’을 탈 때면 딱 이런 느낌이었다. 순간 아찔하면서도, 기분 좋은 짜릿함. 


‘아트랩999’는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특화거리 ‘점점점’ 사업으로 운영하는 예술 실험 공간. 올해의 프로젝트는 인천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칵테일을 개발해 선보이는 ‘리퀴드랩999’다. 연구 개발자이자 바텐더는 시각예술 작가 김푸르나(35)와 지진현(36), 메뉴는 ‘북성포구’와 ‘디스코팡팡’, ‘맥麥아더’, ‘미림극장’이다. 시각예술가들의 작품답게 보는 것만으로도 인천이 물씬 풍긴다. 


커피 ‘마계魔界’와 ‘서해갯벌 스무디’


“첫 모금에 산미가 느껴지고, 톡 쏘는 느낌이 올라온 후 묵직함이 입안을 감싸요. 다채롭고 깊은 맛으로, 인천을 잘 표현했어요.” 배다리에 있는 카페 ‘동양가배관’의 커피 ‘마계魔界’를 맛본 한 시민은 이렇게 평했다. 맛은 기억을 부르고 추억을 쌓는다. “소래포구 가까이 사는 한 손님이 ‘서 해갯벌 스무디’를 마시면 ‘동네 바닷가를 달리는 기분’이라고 했어요.” 이성은(30) 동양가배관 대표가 지그시 미소 짓는다.


흑임자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풍만하게 넘실거리고, 비트 소금 끝에 진한 짠 내가 묻어난다. 이 작은 한 잔에 너른 서해 갯벌이 오롯이 담겼다. 이른바 ‘인천음미仁川吟味’ 프로젝트. 동양가배관과 이웃한 <스펙타클> 매거진이 ‘인천 이야기를 맛으로 표현하자’며 손잡았다. 때론 쓰고 때론 다디단 삶이 녹아든, ‘인천의 맛’을 찾는 여정이 기대된다. 

동양가배관 인천시 동구 금곡로 32-2 1층


‘인천의 맛’은?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혼종적인 맛. 어쩌면 모든 걸 품어내는 ‘두부 같은 맛’.” - 지진현


‘아트랩999’의 김푸르나(왼쪽)·지진현 작가



청각
인천을 듣다





미래 슈퍼스타가 부르는 인천

‘I’m Alright’를 들으면 네온 불빛 아래서 ‘내일은 괜찮을 거야’ 위로받는다. ‘West City’를 들으면 부평 평리단길을 함께 거닐던 친구가 떠오른다.

인천의 기억을 붙잡는 이들 음악은 ‘인천시티팝Incheon City Pop’ 음반에 담겨 있다. 우리 시가 주최하고 루비레코드가 주관한 제1회 ‘인천시민음악창작가요제’에서 발굴한 창작곡이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공모를 마친 창작곡이 뜨거운 경연을 펼친다.


“인천시티팝은 인천을 알리고 음악인의 독창적 창작 활동을 지원합니다. 숨은 보석 같은 아마추어 뮤지션을 발굴하면 굉장히 뜻깊겠죠.” 루비레코드 이규영(47) 대표는 인천 음악인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인천음악콘텐츠협회 우정주(58) 회장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대한민국 1세대 헤비메탈 밴드 사하라Sahara의 리드 보컬 출신이다. “인천은 음악적 자산이 풍부합니다. 1950년대 부평 미군 부대를 시작으로 원도심에 음악 클럽이 열꽃처럼 피어났고, 1980~1990년대 관교동과 신포동에서 밴드 음악이 울려 퍼졌죠.”


 ‘2021 인천시티팝Incheon City Pop’ 앨범


​이규영 ‘인천음악창작소’ 소장(왼쪽)과 우정주 인천음악콘텐츠협회 회장.


턴테이블에서 흐르는 인천, 루비살롱



‘인천음악창작소’가 그 시절 영광을 함께 찾는다. 창작소는 K-팝이 박동한 부평 캠프마켓 내에 공연장과 연습실, 녹음실 등을 갖추고 이달 문을 연다. 인천음악 콘텐츠협회에서 운영, 뮤지션들의 음악 창작과 음반 제작 등을 지원하고 시민과 함께 문화를 향유한다. 소장을 맡은 이 대표의 포부는 크다.

 “단박에 이유 없이 나타나는 슈퍼스타는 없어요. 그동안 인천의 많은 뮤지션이 도전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왔지요. 결국엔 해낼 겁니다. 인천을 메인스트림으로 만들어야죠.” 


‘인천의 소리’는? 
“장르로 규정할 수 없어요. ‘인천 짠 물’만의 질긴 생명력이랄까.” - 이규영 



시각
인천을 보다 

<스펙타클>의 이종범 편집장, ‘두근두근 마계인천’ 테마의 2호를 들고

눈앞에 펼쳐지는, 스펙‘타’클!

정면 돌파다. ‘두근두근 마계魔界인천’. 마계인천, 느닷없는 멸칭蔑稱에 얼마나 많은 인천 사람이 가슴앓이 했던가. 한데 인천 지역 잡지 <스펙타클Spectacle> 은 이 이름을 앞세운 책을 당당히 세상에 내놓았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마계라고?’ ‘아니다’라고 부정하기에 앞서 우리 식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했어요. 편견과 오해는 바로잡고, 도시의 개성은 제대로 알리자는 거죠.” 이종범(30) 편집장의 목소리가 조곤조곤 힘 있다.

이 편집장은 네 살부터 줄곧 인천에 살았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경인 전철을 타고 달려 나간 1호선 너머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배다리에 문 연 전시 문화 공간 ‘스펙타클타운’에서, 이종범


 왕복 3시간의 고된 길. ‘추억이 쌓인 동네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순 없을까.’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인천으로 돌렸다. 같은 뜻을 가진 인천 청년들을 커뮤니티 ‘스펙타클 유니버시티’로 모았다. 잡지 <스펙타클>의 시작이다.

인천 청년들이 만드는 인천 사람을 위한 잡지다. 전문 편집진도 없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저마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일터에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인천을 가슴에 품고 고민하며 새벽빛을 맞이했다.


 “인천을 하나로 아우르는 단어는 애초에 없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스펙타클’, 무궁무진한 매력과 역동성이 있는 도시. 아세요? 이런 인천을 좋아하는 청년이 많아요.” 그래서 잡지 이름도 바른 외래어 표기인 ‘스펙터클’이 아닌, 단어의 느낌 그대로를 살린 스펙‘타’클. 푸른 청춘들이 바라보고 열어가는 인천, 그 내일도 ‘스펙타클’하다. 

스펙타클타운 인천시 동구 금곡로 28 2층, 0507-1380-8862

‘인천의 모습’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스펙트럼을 품은 도시, ‘스펙타클’하다.” - 이종범

후각
인천을 맡다 

리코드 멤버 신하늘(왼쪽)·이규빈 씨, 월미문화의거리에서 

월미도, 향기로 기록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그날의 공기, 온도, 습도가 코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향기는 기억이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지역 창작자 ‘리코드’는 향기로 인천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그리하여 이름도 다시re와 끈cord을 더한 ‘기록하다Re:cord’, 풀이하면 ‘다시, 기억의 끈으로 묶다.’ 리코드 멤버 이고은(26), 이규빈(23), 신하늘(23)이 처음 향기로 기록한 인천은 월미도다.

이규빈 씨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월미도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요. 일제강점기에는 유원지였다, 6·25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의 전 초기지로 폐허가 됐지요. 그 후로 오랫동안 열강의 차지였고요. 그 긴 굴곡의 시간을 견디고 오늘 아름답게 빛나고 있어요.” 이 시대를 사는 청년이 바라보는 바다는 오늘 평화롭다. 


‘월미도’를 품은 리코드의 공간향수


​오늘, 평화로운 월미도 바다


리코드의 꿈은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움트고 무르익었다. 열일곱 살 때 인천을 알고 싶어 스스로 박물관의 문을 두드렸다. 발 딛고 선 땅을 알아갈수록 사랑하는 마음이 커갔다. 자라서는 ‘청년문화기획단’으로 그 사랑을 후배들에게 온전히 전해 주었다. 


리코드가 청년문화기획단 프로젝트로 개발한 월미도 공간향수는 ‘꽃’, ‘바다’, ‘백마차’, ‘숲’의 네 가지 테마. 문헌을 찾아 공부하고 현장을 답사하며 여름에서 겨울을 보낸 끝에야 향을 완성할 수 있었다. ‘꽃내음의 이끌림’, ‘그때 여름 바닷가’, ‘하얗게 어렸던 지난날 숲’ 이름에서부터 소곤소곤 옛이야기가 들려 온다. 이달부터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032-440-6759 

 

‘인천의 향’은?
“문득 풍겨오는 낯익은 향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긋한 꽃 내음.” - 이규빈 



촉각
인천을 만지다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갯벌의 품에서 뒹굴며 노는 시후(오른쪽)와 시아

온몸으로 느끼는, 행복
“‘말랑말랑’ 부드러워요.”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바닷물이 밀려간 자리, 아이들이 갯벌에 뒹굴며 온몸에 분탕질을 하고 논다. ‘질퍽질퍽’ 발이 빠져도 잘도 빠져나와 뛰논다. 갯벌에 난 작은 구멍들 속으로 손을 쑥쑥 집어넣어 조개도 잡고 게도 잡는다. 짠 내 나는 삶의 터전은, 한여름이면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된다. 


일곱 살 시후, 다섯 살 시아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와 함께 서울 집에서 인천으로 여름휴가를 왔다.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뛰놀고 뒹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른들도 모처럼 자연 안에서 즐겁다. “서울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바닷가가 있는지 몰랐어요. 갯벌에 맨발로 들어오기도 오랜만이에요. 깨끗하고 부드러워요. 마사지 받는 기분이에요.” “얘들아, 우리 머드팩 하자~” 육십 가까운 할머니가 아이처럼 말간 얼굴로 해맑게 웃는다. 


 

보드랍고 따뜻한 인천의 감촉


이애영(57)·이용희(60) 부부는 서울 동대문에서 ‘가맥집’을 꾸리고 있다. 천 원짜리 몇 장에도 배부른 한잔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수십 년 세월 밤낮으로 사람들의 허기진 마음을 채워 왔으니, 가끔은 자신에게 관대한 시간을 가져도 좋으리라. 


갯벌에서 한참을 놀다 나온 아이들은 온통 진흙투성이다.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핀다. “이제 고인돌 마을에 사는 언니네로 갈 거예요.”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여름 한 날, 포근하고 보드라운 행복의 감촉이 삶으로 스며든다. 


인천의 촉감’은?
“발이 쑥~ 들어가요. 말랑말랑, 보들보들, 따뜻해요.” - 이시아

<오감 인천>  취재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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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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