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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문학산

2023-01-09 2023년 1월호


새 마음 큰 뜻으로 정상에 오르다 문학산


글 이민지(미추홀구 소성로)


2022년 겨울은 우리 가족에게 유난히 혹독하게 다가왔다. 70대 중반에 접어든 어머니는 늘 무릎이 편치 않으셨는데, 길을 걷던 중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려져 무릎을 다치셨다. 사실 멍이 들고 인대가 늘어나는 정도에서 그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지만 연세가 많다 보니 회복이 쉽지 않았다. 어머니는 부쩍 말수가 줄어드셨다. 무릎을 다친 일 자체가 매우 심각했다기보다는 그렇게 한 번 본인 힘으로 몸을 가누지 못한 경험을 하고 나니, 이후 더 큰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신 모양이다.
집안 분위기가 가라앉을 무렵, 고등학생인 아들의 입시 스트레스도 커져갔다. 고3 선배들이 수시 원서를 내고 수능을 보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내년을 미리 걱정하고 있었다. 가족들의 달라진 온도를 느끼며 내내 눈치만 보다 보니 나 역시 모든 일이 무기력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지내던 어느 주말, 어머니가 살살 걷고 싶은데 어디 갈 만한 데가 없는지 물으셨다. “장미 구경하던 공원은 이제 추워서 못 가겠지?” 하시는데 장미는 없어도 산책로는 그대로이니 바람도 쐴 겸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아들도 할머니를 부축하겠다며 따라나섰다.
어머니는 걷다 쉬다를 반복하셨지만 다리에 제법 힘이 생기신 것 같았다. 할머니가 혼자 걷는 모습에 안심이 된 모양인지 아들은 발걸음을 재촉해 앞서 나갔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나도 아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오는 아들이 보였다.
“엄마, 나 문학산 갔다 왔어. 가슴이 좀 뚫리는 것 같고 되게 좋아.” 오랜만에 천진하게 웃는 아들의 표정에 기다리는 동안의 화는 일순간 사라졌다.
그날부터 아들은 주말이 되면 침대에 누워 있는 대신 문학산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섰다. 혈기 왕성한 아들은 한 시간 남짓이면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등산하고 온 날이면 식탁에서 조용히 밥만 먹던 녀석이 ‘요즘 이런 말 아시냐’며 신조어 퀴즈도 내고 재잘거린다.
도대체 문학산이 뭐가 그리 좋은가 싶어 어느 날은 아들을 따라나서 보았다. 공원 산책길을 지나 야트막한 산길에 접어드니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 쉬엄쉬엄 오르기 편안했다. 간혹 돌길도 있었지만 힘들면 바위 위에 잠시 걸터앉기도 하고 정자에서 쉬기도 하며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정상에 서서 인천 시내를 바라다 보니 아들이 왜 그리 이곳을 즐겨 찾는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골치 아프던 일들이 한순간 ‘그럴 수도 있지’, ‘곧 지나가겠지’ 이렇게 조금은 가볍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2023년 새해도 아들과 함께 문학산 정상에서 새 마음 새 뜻을 다잡을 계획이다. 어머니까지 동행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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