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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2023-03-02 2023년 2월호


추억은 새록새록 지하도를 타고

부평지하상가



글 권희정(부평구 부평대로)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부평지하상가는 추억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학창 시절 시험이 끝나고 나면 친구들과 재미있는 일을 찾아 배회하던 곳이자, 누군가를 설레며 기다리던 곳이기도 하고, 용돈이 생기면 반드시 찾는 곳이기도 했다. 그 시절 유행하는 패션은 여기 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평지하상가는 나에게 놀이터이자 백화점이고, 휴식이고 기쁨이었다.
한동안 참새 방앗간처럼 쏘다닌 덕분에 나는 복잡하기로 소문난 이곳의 지리를 훤히 꿰고 있었다. 이 모퉁이를 돌면 맛있는 쫄면을 먹을 수 있고, 저 모퉁이를 돌면 입담 좋은 옷가게 주인이 있고, 그런 식으로 지리적 위치와 각 점포의 상황이 머릿속에 정확히 그려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발걸음이 서서히 멀어졌다. 부평을 중심으로 한 나의 생활 반경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넓어지기도 했고,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쇼핑을 하면서 부평지하상가는 ‘상가’라기보다는 ‘지하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나는 다시 부평지하상가에 들르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허기진 몸과 마음으로 터덜터덜 걷다가 발견한 기가 막힌 핫바로 속을 달래고, 1만 원 안팎의 저렴한 액세서리를 고르는 재미를 만끽하고 싶어서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풍경과 분위기다. 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복닥거림이 있어 좋다. 말끔하고 세련된 곳이라면 한 번 가면 그만인데, 여기는 왠지 모르게 정이 가고 궁금해진다.
누군가는 길이 미로처럼 엉켜 있어 출구를 찾기 너무 어렵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브랜드 매장도 아닌데 가격이 비싸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바삐 오가는 인파 속에서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안심도 되고, 작고 귀여운 소품을 구경하다 보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어
느새 잊히고 만다. 아마도 나의 퇴근길 부평지하상가 순례는 앞으로도 쭉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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