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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천사람 김연식 - 그린피스 항해사

2020-04-02 2020년 4월호

 김연식 그린피스 항해사

누구나의 삶에서 나만의 삶으로

과거의 김연식은 보통의 사람들처럼 발 딛고 선 도시에 어떻게든 속해 있었다. 바닷길을 따라 세계를 누비는 지금의 그는 다만 지구의 일원이다. 흔들림 없는 땅의 단단함을 뒤로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로 향하는 그 길목에, 인천이 있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그린피스, 시워치



김연식은 아시아인 첫 그린피스Greenpeace 항해사이자 한국 유일의 시워치Sea-watch 활동가다. 현재의 김연식을 규정하는 수식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먼 이야기였다. 20대 김연식은 인천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인천일보에서 근무하는 기자였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발 딛고 선 도시에 어떻게든 속해 있었다. 그리고 10년, 김연식은 지구의 일원으로 바닷길을 따라 세계를 누볐다. 항해사가 되어 36개국을 오가고, 그린피스 소속으로 지구를 지키고, 지중해에서 난민을 구조했다.


4년 공부와 3년 경력을 뒤로하고 완전히 다른 길을 처음부터 걷기 시작하다니, 뭔가 남다른 계기나 대단한 뜻이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유난히 바다를 동경한 적도, 남을 돕겠다는 사명감을 품은 적도 없다. 스스로 살고 싶은 인생을 만들어가다 보니,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게 됐을 뿐이다. 환경운동 단체에서 일하며 대가 없이 난민 구조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는 그다.
어쩌면 자기중심적인 사고라고 그는 말하지만, 그런 담담함이 오히려 귀하고 고맙다. 병들어가는 지구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구하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고 있다고 내세우는 대신, 인생을 재미있고 충만하게 살고 있을 뿐이라니. 받는 사람의 마음을 이보다 편안하게 해주는 말은 없을 테니까.


인천대학교, 인천일보, 3등 항해사, 그린피스Greenpeace, 시워치Sea-watch….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실체보다 더 중요한 간판들도 그에게는 우연히 찾아온 인연일 뿐이다. 그저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고, 더 넓은 세상을 누비고 싶었고, 자신의 삶이 더 큰 ‘의미’를 갖길 바랐고, 누구나 할 수 없는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의미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 바다가, 인천이 있었다.



그린피스 에스페란자호 선원들.



김연식 선장이 난민 구조 상황을 지휘하고 있다.



1. 항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 언제 처음 했나요? 
사실 꼭 항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오랫동안 신문기자를 꿈꿔왔지만, 막상 해보니 저와 잘 맞지 않더라고요. 아직 20대 후반이었으니,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고 마음먹었지요. 항공기 파일럿, 해외 지사 근무, 외교관, 항해사…. 그중 항해사는 낮은 순위였고요. 무슨 일을 하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여기저기 두드려봤고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합격하면서 선원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2. 항해사라고 하면 왠지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하고 선박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나 봐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고등학교 때 제 가슴을 뜨겁게 한 것은 항구를 떠나는 배가 아니라 김포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였습니다. 그러다 인천에서 일하면서 항구를 알게 됐지요. 인천일보가 항구 바로 앞에 있거든요. 어느 날 5층 회의실 창밖으로 대형 선박과 그 안의 선장과 항해사들을 보게 됐어요. 그때 처음으로 비행기뿐 아니라 배를 타고도 어디론가 떠날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인천에 살지 않았다면 항해사 김연식도 없었겠지요.


3. 항해사가 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전에 하던 일과 너무 다른 분야여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6개월 동안 선원 교육을 받고 1년 동안 실습 항해를 하면 3등 항해사가 될 수 있어요. ‘주방에서 감자 깎고 접시 닦아도 항해만 할 수 있으면 좋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마냥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은 긴 시간이니까, 오랫동안 배를 타는 것이 힘들긴 했어요. 좋을 때가 더 많았지만요.


4. 이번엔 확실히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은 거네요. 항해사로 일하면서 책도 냈지요? 
항해사 자격증을 따고 2015년까지, 5년 정도 대형 선박에서 일하면서 36개 나라를 다녔습니다. 처음 배를 탈 때부터 항해기를 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는데, 배에서는 혼자 글을 쓰고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많이 답답했지요. 2012년 신동아 논픽션 부문에 공모한 것도,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때 다음 글이 기대된다는 심사위원 말씀이 큰 힘이 됐어요. 그 덕에 2015년 제 경험을 담은 <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를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5. 그즈음 그린피스로 옮긴 거지요? 또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가 뭔가요? 
36개국이면 큰 배가 갈 수 있는 거의 모든 나라예요. 목표한 책도 냈고 가볼 만한 나라도 다 가봤으니, 다시 반복하기보다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사실 대형 선박에서 일하는 항해사들은 군인이나 대기업 직장인과 비슷해요. 열심히 일해서 빨리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 선장으로 진급하고 도선사가 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지요. 늦게 시작한 만큼 ‘진급의 사다리’에 오르기 힘들 테니, 오히려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6. 특별히 그린피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변화를 주고 싶던 무렵,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을 쓴 릭 워렌 목사의 테드TED 강연을 들었어요. ‘네 손에 뭐가 있는지 봐라. 그것을 너만을 위해 쓰면 성공한 삶을 살겠지만, 남을 위해 쓰면 의미 있는 삶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 와닿았습니다. 제 손에는 젊음, 시간, 건강, 그리고 항해사 면허가 있더라고요.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꼭 그린피스여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의미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인연이 닿은 거지요.


 2017년 11월 아프리카 콩고에서 에스페란자 호를 방문한 학생들에게 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반쯤 가라앉은 난민보트. 난민들이 구명조끼를 기다리고 있다.


7. 그린피스 밖에서도 여러 활동을 하던데,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그린피스는 3개월 근무하고 3개월 휴식하는 시스템이에요. 제가 워낙 시간을 귀하게 생각해서, 3개월을 그냥 쉴 수가 없더라고요. 마침 시워치 활동을 같이 해보자는 독일 친구의 말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시간 맞을 때마다 지중해로 가서 3주씩 난민 구조 활동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인천 선배들과 해양문화교육협동조합을 만들어 제주도에 교육장을 꾸미고 있어요. 거기서 환경 교육도 하고, 해양 쓰레기로 작품도 만들고 하려고요.


8. 책도 썼고, 교육장도 운영한다니,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고 이끌어주고 그런 편은 아니에요. 제 인생 꾸리기도 벅차다고 할까. 그래도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적극적으로 찾으면 길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공짜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으니까, 잘 활용해 보세요. 저도 언론사를 나와서 선원 교육을 무료로 받았거든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처럼 청년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가 없어요.


9.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또 전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도 있겠네요.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일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하는 일, 지금 가진 경력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언제든 저를 확 끌어당기는 일을 만나는 ‘사고’가 생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누비고 싶었고, 자신의 삶이 더 큰 ‘의미’를 갖길 바랐고,
누구나 할 수 없는 다채로운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 바다가 있었고,
인천이 있었다.


항해사 김연식의 이야기는 인천시 발행 단행본 <인천, 사람>에도 담겨 있습니다.
책을 받고 싶은 분은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홍보콘텐츠팀(남동구 정각로 29 인천시청 본관 2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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