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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천 공무원이 간다-김천기 월미공원사업소장

2021-03-30 2021년 4월호


“나무도 사람과 똑같아요.

아프면 치료하고 잘 돌봐야 하죠”
인천 공무원 최초 ‘나무 의사’ 김천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하잖아요. 살아서는 신선한 공기와 마음의 평안을 주고 죽어서도 땔감, 가구, 종이로 사람에게 봉사하는 존재가 나무입니다.

글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집 마당에 있던 대추나무는 간식 창고이자 놀이터였다.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가을이 오면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바구니 한가득 열매를 따갈 정도로 튼실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대추가 열리지 않았다. 가지에선 윤기 흐르는 잎 대신 솔잎 같은 것들이 덥수룩하게 자라났다. 아버지가 나무를 잘라낸 날, 소년은 그루터기 위에 올라앉아 훌쩍거리며 다짐했다. ‘씨이, 내가 크면 나무의 병을 고쳐주는 사람이 될 거야.’ 김천기(58) 월미공원사업소장의 나무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인천 공무원 최초이자 유일하게 ‘나무 의사’ 자격증을 딴 것도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던 그 대추나무의 영향이 컸다. “지금 생각하니 어린 시절 대추나무는 전염병인 ‘대추나무 빗자루병’에 걸린 것이었어요. 사람이나 동물과 마찬가지로 나무들도 아프면 제때 치료해 줘야 합니다. 나무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을 보다 전문적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아파트 단지나 학교 같은 곳에 있는 수목은 대개 비전문가들이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약물을 과하게 쓰거나 가지치기를 잘못해 시름시름 앓다 고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나무 의사’는 이런 무지를 예방하고 점점 중요해지는 조경 환경을 위해 2018년부터 정부가 시행한 제도다.
“2회 때는 1차에서 전국 1명만 합격할 정도로 난도가 높았어요. 저도 네 번 떨어지고 다섯 번째 합격했네요, 하하.” 1988년 인천시 지방임업기원보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33년간 나무와 함께 살아온 그조차 4전 5기로 합격할 만큼 ‘의사 되기보다 더 어렵다’는 게 나무 의사 자격증 시험이다. 지난 2월 치른 시험에서도 1차에 1,100명이 응시해 40명(3.6%)만이 합격했다. 이들 가운데 2차 시험까지 통과한 사람만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스물다섯 살에 인천시 공무원에 임용된 이후 줄곧 녹지나 환경 관련 과에서 일하던 그가 월미공원사업소로 온 때는 서기관으로 승진한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 사무관으로 진급하면서 월미공원으로 발령을 받아 2011년까지 산책로와 운동장, 정원을 만드는 2단계 사업을 마무리했거든요. 월미문화관, 한국이민사박물관도 그 시기 개관했지요.” 돌아보니 월미공원은 그에게 ‘승진해야 오는’ 특별한 자리였다.
나무는 김 소장에게 부인(52), 슬하의 딸(25), 아들(22)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이다. 잎과 수피의 상태는 괜찮은가.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썩는 동공 현상은 없는가. 그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침에 출근해 공원을 돌며 벚나무, 참나무, 해송 등 공원의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을 체크할 때라고.
“아이들처럼 나무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안아주고 칭찬해 주면 더 잘 자랍니다. 나무를 사랑해 주세요. 살아서는 신선한 공기와 편안한 마음을 주고 죽어서도 땔감 가구 종이가 되어주는, 나무는 정말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존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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