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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천 공무원이 간다 - 이선식 해양수산연구사

2022-08-30 2022년 9월호


“연평도의 황금 조기 파시를 꿈꾸며…”

글 김진국 본지 편집장│사진 김성환 포토 저널리스트



지난 8월 11일 아침 옹진군 연평도 앞바다. 한 척의 배 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쏴르르. 파닥파닥 뛰는 참조기 치어들이 일제히 바다 수면 아래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렇게 1시간 30분여 방류된 치어는 30만 마리. 이선식(47) 인천 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의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혔다. 
80일 동안 애지중지 키운 녀석들. 아이 손바닥만 한 조 기가 먼바다로 나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 연구사의 눈에 안개가 어렸다. 
석 달 전, 제주수산자원연구소에서 분양받은 수정란을  7cm~9cm의 치어로 키워내는 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정란이 물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면 일손을 놓은 채 멍하니 수조만 바라 보았고, 어느 날 갑자기 죽어서 둥둥 뜬 손톱만 한 치어를 볼 때면 머리가 멍해졌다.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10~15%의 녀석들이 이번에 바다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잘 커줘서 고맙다. 무럭무럭 자라서 다시 만나자꾸나.’ 이 연구사의 하루는 아침 일찍 수조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으로 치면 갓난아기인 ‘자어’와 유년 시기인 ‘치어’들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자·치어들이 섭취할 미생물, 그 미생물이 먹을 플랑크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이 모든 것이 수정란을 잘 부화시키고 건강한 물고기 새끼로 키워 바다로 내보내기 위함이다.


이선식 해양수산연구사가 현미경을 들여다 보고 있다.



“말하자면 바다에 물고기 씨를 뿌리는 겁니다. 나중에 지역 어민들이 커다랗게 자라 돌아온 물고기를 수확하게 되죠. 그게 저희 수산자원연구소가 바라보는 지점입니다.” 지난 2013년 시작, 지난해까지 연평면 해역에 방류 한 참조기는 261만여 마리에 이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방류한 해부터 옹진수협 참조기 어획량은 꾸준히 증가, 최근엔 50t이나 잡히며 방류 전에 비해 40배 이상 늘었다. 올해 꽃게 100만 마리, 주꾸미 52만여 마리, 갑오징어 17만여 마리를 바다로 내보냈으며 조만간 바지락 60만 마리, 참담치 15만 마리 등 360만 마리의 우량 종자를 방류할 예정이다.
이 연구사가 수정란, 치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시작한 시기는 2003년.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서다. 
“공부를 하면서 줄곧 전공을 살릴 수 있고, 제가 발 딛고 사는 지역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졸업 이듬해 마침 수산자원연구소가 해양수산연구사를 공모했고, 어렵지 않게 합격했다. 이후 해양 수산 전문가로, 또 공직자로 뚜벅뚜벅 황소처럼 20년을 걸어왔다. 아내 박은순(48) 씨와의 사이에 우진(16), 호진(11)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이 연구사의 꿈은 무엇일까. 
“1968년까지 인천은 황금조기의 천국이었습니다. 남획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기 떼가 사라졌지만 다시 참조기 떼가 우리 연평도로 귀환해 시끌벅적한 조기 파시가 열릴 수 있도록 작은 힘이 된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천 수산자원연구소 직원들이 참조기 치어들을 바다 수면 아래로 방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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