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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세계 초일류도시를 가다 ③ 싱가포르

2023-05-01 2023년 5월호

\동남아의 빛나는 별,

세계적 금융과 관광의 도시

싱가포르

20세기 중후반부터 이른바 ‘유교 자본주의’라는 말이 널리 쓰이곤 했다. 공자는 이윤(利)을 멀리하라 했는데 유교가 어떻게 이윤 추구를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수식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용어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부르던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나타난 고도 경제 성장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이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에 주목하고 ‘유교문화’로 묶어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족주의에 교육을 중시하며 근면하고 저축을 많이 하는 것 등을 공통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같은 듯,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그 ‘다름’을 주목한다.

글 조봉래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다양성과 공존의 도시
싱가포르는 같은 도시국가인 홍콩과 비교해 보면 그 특징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 중국계가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홍콩보다는 비중이 낮지만 싱가포르 역시 4명 중 최소한 3명이 중국계이며, 화교 자본이 경제 전체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음에도 중국인으로의 정체성이 농후한 홍콩에 비해 싱가포르는 그렇지 않다. 홍콩에는 차이나타운이 따로 존재할 이유가 없지만 싱가포르에는 차이나타운이 따로 존재한다.
전체 인구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계이지만 이들의 뿌리 역시 ‘이주민’이다. 그뿐 아니라 ‘현지에서 태어났다’는 뜻의 ‘페라나칸peranakan’은 일종의 혼혈 공동체로 말레이반도로 이주한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인 여성 사이에 탄생한 문화와 인종을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무척 개방적이고 서구화된 도시 같지만 오히려 가혹할 정도의 벌금과 태형笞刑 같은 전근대적 형벌을 통해 통치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더불어 싱가포르를 국가가 아닌 도시로 바라봐야 한다면 인민행동당, 리콴유, 총리 세습, 이상한 선거제도 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지만 오래된 해상 무역의 거점이었을 뿐 아니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무역항인 싱가포르가 이렇게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듯 보이는 것은 생존의 절박함 때문이라는 점은 일단 이해하는 것이 좋다.


창이 국제공항에 자리한 인공폭포 ‘쥬얼 창이’


유일한 희망을 최고의 부가가치로
싱가포르는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태평양전쟁 때 일본에 점령당한 후 수만 명의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학살당한 아픈 역사가 있고, 일본이 물러간 후에도 내부의 이념 대립과 민족 갈등 등으로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였다. 1963년부터 1965년까지는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다가 독립했는데, 싱가포르가 독립을 쟁취했다기보다는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축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조차 말레이반도의 최남단 조호르바루에서 끌어다 써야 하는 자원 빈국인 데다 변변한 산업도 자본도 없는 채 사방으로 껄끄러운 이웃에 둘러싸인 입장에서 생존 그 자체가 너무나 절박했다.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하다시피 한 좋은 조건은 지리적 위치밖에 없었다. 비록 작은 섬이지만 동남아시아의 정중앙, 인도양에서 남중국해로 넘어가는 길목, 유럽과 호주 및 동아시아 경제 강국 가운데의 적당한 위치 등 싱가포르만의 지리적 이점은 홀로 버려질 당시 싱가포르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었고, 리콴유 정부는 이 희망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국민 대다수가 중국인이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 중국어는 물론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했다. 이러한 대체 불가능한 조건은 싱가포르로 하여금 오래전부터 해오던 중개무역, 선박 수리 등 전통적 허브 역할을 넘어서 다국적 기업의 헤드쿼터headquarter를 유치하게 했다. 금융과 물류를 통해 1인당 평균 소득이 6만 달러를 넘는 부유한 나라인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 제조업과 의료 산업도 발전시켰는데, 이 역시 해외로부터 우수한 인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이다.


해 뜨는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머라이언 공원


최고의 관광도시로 우뚝 서다
싱가포르는 관광을 통해서도 막대한 수익을 낸다. 높은 소득만큼의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고단한 역사였지만 이들은 그 역사의 한 장 한 장을 스크랩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상’이 서 있는 마리나베이가 현재의 싱가포르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유명한 센토사섬은 과거의 싱가포르를 잘 보여준다. 센토사섬에는 식민지 시대에 영국의 군사기지인 ‘실로소 요새’가 있는데, 일본 점령기에는 포로수용소로 사용했다. 싱가포르는 그 모든 흔적을 허물지 않고 보존해 담담하게 역사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적극 활용하기도 하는데, 2018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최초의 북미 회담이 열린 카펠라 호텔은 식민지 시대에 영국군의 막사 건물을 재단장한 곳이다.
19세기 후반부터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리버사이드는 지금은 무역항으로 기능하지 못하지만 잘 보존해 관광지로 개발했다. 이곳에 1870년에 세워진 카베나 다리는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100년 전 이곳을 관할한 경찰서장의 다리 통행 제한 경고문조차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


역사와 자연에 대한 존중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역사뿐 아니라 자연 환경 역시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풀라우 우빈이다. 풀라우pulau가 말레이어로 ‘섬’이라는 뜻이니 풀이하자면 우빈ubin이라는 이름을 가진 섬으로 해석된다. 이곳에는 열대 원시림이 남아 있어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싱가포르 사람들도 힐링을 위해 자주 찾는다. 이 섬은 좁은 국토를 넓히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는 사업이 추진되면서 사라질 뻔했으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존되었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생태계 역시 복원되었다.
또 하나, 마리나베이의 매립지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완성한 인공 정원인 ‘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는 최근에 가장 각광받는 명소가 되었는데, 비좁은 도시국가에서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이 이러한 작품을 완성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같이 역사와 자연에 대한 존중은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냈고, 현재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 축적된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 여기에 우수한 인프라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인천 역시 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싱가포르를 통해 지금 인천의 미래를 그려본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둥 없는 온실, 가든 바이 더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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