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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미소

내가 사랑하는 인천 소설가 이원규

2020-02-03 2020년 2월호


아버지와 나의 인천 사랑


글 이원규 소설가 

인천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모교인 동국대학교에서 오래 강의했으며 지금은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생전 이훈익 향토사가 모습.
김보섭 작가의 작품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이원규 소설가.

아버님(이훈익李薰益, 1916~2002)과 나는 조상 대대로 300년을 인천에서 살았다. 속속들이 인천인이고 인천 사랑은 숙명과도 같다.

우리 마을은 서구 연희동이다. 동쪽은 계양산, 서쪽은 바다였다. 바다는 매립되어 청라국제도시로 바뀌었다. 구한말에 설치했던 연희진 자리에 아버님이 일하시는 서곶출장소가, 그 앞에 경찰지서, 가까운 곳에 내 모교인 서곶국민학교가 있었다. 마을에는 당제를 올리는 당나무가 있었고 내리교회 다음으로 오래된 연희교회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가난한 선비로서 부평향교의 전교典校를 지내셨다. 징맹이고개[경명현]를 나귀 타고 넘어가 향교에 가셨고 아버님은 그 고개를 걸어서 넘어 4년제 부평보통학교에 다니셨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아버님 아호는 계양산 서쪽을 뜻하는 서계당西桂堂, 아버님이 내려주신 내 아호는 징맹이고개 서쪽이라는 서현西峴이다.

아버님은 4년제 보통학교만 나와 인천시 공무원을 지내고 노년에 인천 향토사 연구의 길을 열었다. 신현정 변호사님과 이영호 박사님이 동창이셨다. 1971년 내가 베트남전에서 살아 돌아와 싸리재에 있는 병원(이이비인후과)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이 박사님이 말씀하셨다.

자네 아버님이 늘 1등 하셨네.”

1930년대 어느 때 서곶면사무소에 업무가 많아 일손이 딸리자 일본인 면장은 통신강의록으로 독학하던 내 아버님을 데려다 일을 시켰다. 흡족했는지 1년짜리 공무원 양성소에 보냈다. 아버님은 거기를 졸업하고 정식 군청 직원이 되셨고 1961년 군사정부에 의해 해임당하실 때는 인천시청 직할 서곶출장소 소장이었다.

이 무렵 할아버지가 명하셨다. ‘인천에 합해져 부평 역사가 사라져 간다. <부평사>를 써라.’

인천원예농협에서 정년퇴직하신 1970년대 중반 아버님은 할아버지의 유지를 실천하기 시작하셨다. 4년제 보통학교 학력으로 왕조실록을 읽고 국립도서관을 다니셨다.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나는 삼 형제 중 아버지를 가장 닮았다. 어린 시절 글짓기 잘한다고 할아버지 앞에 불려가 먹을 갈았는데 결국 소설쟁이가 되었다. 주말에 아버지 댁에 갈 때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갔다. 아버지 서재에 나란히 앉아 글을 쓰던 일은 가장 행복한 추억이다.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근대 이전 인천을 쓰마. 너는 근현대 인천을 소설로 써라.”

아버님은 인천 향토사 저술 8권을 남기고 떠나셨고 2009년 경인일보사가 발간한 <인천 인물 100>, 그리고 2013년에 인천시가 발간한 <인물로 보는 인천사>에 수록되셨다.

나는 작년 가을 출간한 <민족혁명가 김원봉>까지 30여 권의 책을 썼다. 남들은 부전자전이라 하는데 아버님의 성취에 절반도 못 따라갔다. 아버님처럼 인천을 사랑하지만 인천 배경 소설은 중·단편 소설 10, 장편 소설 1권이다. 독립전쟁사에서 잊힌 인물들 평전을 여러 권 썼는데 이제 남은 생애 소설 본령으로 돌아와 인천 근현대사를 장편 소설에 담고 싶다.

이제는 토박이보다 외지인이 더 많은 연희동. 지금 나는 바다가 사라진 아쉬움 때문에 소래 포구에 와서 살지만 그곳을 내 몸의 일부처럼 사랑한다. 그곳 선산에 있던 아버님 무덤은 아시아드 주경기장 신축 때문에 수용당해 경기도 연천군으로 옮겼다. 나도 아버님처럼 80세까지 집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5~6년 시간이 있다. 그때까지 인천 이야기를 더 소설로 쓰고 아버님 곁으로 가고 싶다.

 

 

이훈익 선생의 인천 향토사 저술들과
이원규 작가의 소설과 평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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