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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지 않고 머물다, 영종도
스쳐지나지 않고머물다,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한국 여행을 위한 정거장이 아닌 새로운 목적지가 되어 가고 있다.
새로움과 호기심이 바로 그 이유. 아시아 최초의 체험형 드라이빙 센터, 유럽에서도 찾아오는 디자인 호텔 등 매력적인 요소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유럽에서도 찾는 디자인 호텔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외딴 갈대밭 한가운데에서 ‘네스트 호텔(Nest Hotel)’을 만난 건 다소 뜻밖이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에 맞춰 지난해 9월에 문을 연 이 호텔은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인호텔스’ 멤버로 주목받고 있다. 디자인호텔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인 호텔들이 가입해 있는 플랫폼. 매년 400여 개 럭셔리 호텔이 도전하지만 디자인과 창의성,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혹독한 심사를 통과하는 호텔은 3%뿐이다. 그 때문에 오로지 이 호텔에 머무르기 위해 유럽을 비롯한 멀리 외국에서 영종도를 찾기도 한다. 최근 대륙에서 인기 높은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촬영한 후로는 중국인 유커(遊客ㆍ관광객)들의 방문도 부쩍 늘었다.

갈대가 상징하는 자연으로부터의 사색은 호텔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자연에 오롯이 둘러싸인 이 호텔은 ‘당신만의 은신처(Your Own Hideout)’라는 슬로건처럼 외부와 단절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노출 콘크리트로 시공한 외관은 언뜻 건조해 보이지만 그 안은 더없이 온화한 기운을 풍긴다. 모든 객실은 햇살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창이 나 있고, 소품 하나하나까지 직접 디자인하고 브랜딩한 섬세한 감성이 돋아난다. 로비의 높다란 천장 위에 매달린 조명, 벽에 걸린 액자 등 호텔 곳곳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그중에서도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작품은 따로 있다. 바로 로비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통유리창을 통해 보는 자연이다. 자연은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봄이면 새순의 연둣빛으로 물들고 가을이면 억새가 바람에 취해 몸을 누이며, 계절마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낸다.

바닷가 산책 후, 카페에서 차 한잔
네스트 호텔은 누구나 한 번은 꿈꾸는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잠시나마 실현시켜 준다. 디럭스 룸 이상의 객실을 비롯해 북유럽풍 레스토랑 ‘더 플라츠’, 로비 등 호텔 어디서든 창밖으로 바다가 스며들 듯 넘실거린다. 서쪽 바다의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이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면, 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해변은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뻗은 모래사장 뒤로 솔숲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아늑하다. 휴가철이면 밀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 바다는 이제야 본연의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바닷가 주변으로 즐비한 조개구이 집은 여전히 왁자지껄하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고 했다. 호객행위 하는 아줌마에게 이끌려 조개구이를 후후 불어 먹는 재미도,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여행의 묘미라 생각하면 즐겁다.

을왕리와 왕산 해수욕장 중간 즈음을 달리다 보면, 언덕 위 웅장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카페 ‘오라(Ora)’다. 2009년 건축문화대상 우수상에 빛나는 이 카페는 이미 영종도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조약돌을 모티브로 최대한 단순화하여 지은 건축물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한쪽은 을왕리, 한쪽은 왕산 바닷가를 향해 뻗어있는 건축 형태다. 외관에서부터 벽과 천정 내부마감까지 모두 안에서 밖으로 바다를 향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나무로 된 바닥의 패턴까지도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 테라스로 나가거나 3층에 오르면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한껏 품에 안을 수 있다.
카페의 운영 방식과 메뉴는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원칙에 따른다’는 믿음을 기본으로 한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어야 고객의 요구와 유행에 맞춘 변형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카페 매니저 임철순 씨가 자신이 몸 담았던 강남의 모더니즘 카페 ‘플라스틱’에서 고스란히 옮겨왔다. 플라스틱은 90년대 중반 강남의 카페 문화를 선도하며 도산공원 일대를 매력적으로 만든 카페 그 이상의 문화적 공간이었다.

아시아 최초 드라이빙 센터에서 질주
다음 여행지는 BMW 드라이빙 센터.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BMW가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체험 형 자동차 테마파크다. 축구장 30배 크기인 24만㎡ 부지에 드라이빙 체험 트랙, 브랜드 체험 센터, 트레이닝 아카데미, 서비스 센터, 친환경 공원 등 다섯 가지 테마로 꾸며졌다. 서울에서 약 한 시간 거리로 가깝고 인천국제공항까지 KTX가 운행해 국내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그 안에서 거침없이 달리며, 숨겨왔던 질주본능을 일깨운다. 핵심 콘텐츠는 여섯 가지 코스로 이뤄진 서킷. 그중 ‘오프로드 코스’는 숲길, 철길, 경사로, 암석, 모래, 웅덩이 등 다채로운 코스를 넘나들며 다이내믹한 경험을 선사한다. 오프로드가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면 ‘조이 투어’는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전동 카트에 몸을 싣고 자연의 정취를 즐기며 트랙 외부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이 안에서는 드라이빙 외에도 쉽게 경험하기 힘든 자동차 문화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브랜드 체험 센터 내 ‘드라이빙 갤러리’에서는 BMW와 MINI 등의 최신 모델들을 직접 타 보고, ‘헤리티지 갤러리’에는 시대를 거스르는 클래식카의 미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라이프 스타일 숍’에서는 여행의 기념이 될 드라이빙 센터만의 특별한 아이템들을 만날 수 있다.
하늘과 땅을 수차례 오르내리는 비행기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수 없이 오고가는 사람들. 영종도는 이 모든 것을 마중하고 배웅하며 한가슴에 품어왔다. 공항을 품은 그 섬이 지금, 여행의 출발점이자 마침표가 아닌 또 하나의 여정으로 새롭게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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