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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아라뱃길 첨벙
‘버스’ 타고 아라뱃길 첨벙
육지를 달리던 버스가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물길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육중한 몸체가 하얀 물꽃을 일으키며 물속으로 돌진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차가 아니었던가, 아찔한 순간을 지나 거침없이 물길을 달리다 보면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하다. 상상 속에서 그리던 꿈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육지와 바다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륙양용 버스가 우리나라 최초로 경인 아라뱃길에서 운항을 시작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수륙양용 버스, 우리나라에서 첫 시동
이따금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고 물 위를 달리는 상상을 하곤 했다. 훗날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수륙양용 자동차가 실제로 달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랍고도 부러웠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육지와 물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륙양용 버스가 첫 시동을 걸었다.
수륙양용 버스가 정식 운행을 시작한 지난달 15일, 경인 아라뱃길 아라인천여객터미널. 무엇이든 처음 경험하는 것은 가슴을 설레고 들뜨게 한다. 상상을 현실로 맞이하는 순간, 승객 모두 기대에 찬 모습이 역력하다. 운행 첫날인데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운행하는 수륙양용 버스를 타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미 괌, 싱가포르, 보스턴 등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덕 투어 버스’라는 이름의 수륙양용 버스가 도시 곳곳을 누빈 지 오래다. 그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으로부터 시작했다. 전쟁 중에 군수품을 실어 나르기 위해 물과 땅 어디든 강한 수륙양용이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이다. 아픈 역사에서 시작하였지만, 수륙양용 차는 지금 낭만과 즐거움을 싣고 세상 곳곳을 달린다.

안전 책임지는, 세 개의 ‘강심장’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수륙양용 버스는 폭 2.5m, 길이 12.5m, 높이 3.7m 크기로 보통 버스보다 크다. 이 거대한 이동수단 앞에 서면 ‘차라고 해야 할지, 배라고 불러야 할지’ 잠시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먼저, 운전사와 항해사가 나란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이 일반 버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버스가 육지에서 물 위로 행선을 바꾸는 순간, 항해사가 운전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운전대를 잡고 멈추어 있던 프로펠러를 힘차게 돌린다.
그렇다면 물 위에서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는 없을까? 물론 안전하다. 수륙양용 자동차를 운영하는 아쿠아관광코리아(주)의 이광배 사장은 “처음 수륙양용 버스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기울어진 배가 평형을 유지하는 복원성을 비롯해 안전에 따른 여러 까다롭고 혹독한 검증 과정을 완벽하게 거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수륙양용 버스의 안전성을 확신했다.
버스에는 사람으로 치면 심장의 역할을 하는 엔진이 세 개나 장착되어 있다. 육지를 달릴 때는 버스 앞에 장착된 260마력의 엔진이 작동하고, 해상에서는 엔진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만일에 대비해 엔진 두 개가 동시에 움직인다. 안전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 버스 곳곳에 비상시 유리를 깨는 망치가 있고, 좌석마다 구명조끼와 구명튜브를 비치하고 있으며, 천장에는 12인용 구명보트 세 척을 갖추고 혹시 모를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육지를 질주하다, 바다로 첨벙
차에 올라탄 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한다. “자~ 출발 합니다~.” 두근두근 드디어 신나는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버스는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검안역까지 육로로 왕복 운행한 뒤, 다시 여객터미널로 돌아와 아라뱃길 수로를 15분 동안 달린다.
아쿠아 버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내륙 뱃길인 경인 아라뱃길 명소를 둘러보며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듣는 투어 버스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아라전망대, 항상공원, 아라마루, 아라폭포 등 아라뱃길의 빛나는 풍경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간다.
하이라이트는 아라뱃길로 입수하는 순간이다. “하나, 둘, 셋, 입수!” 항만청의 입수 승인이 떨어지자, 버스가 하얀 물꽃을 일으키며 물속으로 그대로 달려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바다에 뜨는가 싶더니 이내 물살을 가로지르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순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성. 밖에서 차의 운행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쁘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육지와 물길을 동시에 달리는 수륙양용 버스가 첫 시동을 걸었다. 버스는 앞으로 송도국제도시에서 나아가 한강, 부산 등으로 노선을 확대해 운행할 예정이다.

코스 육로(아라인천역객터미널 → 국립생물자원관 → 시천나루 → 매화동산 → 아라마루 → 아라폭포), 수로(경인 아라뱃길 15분간 운항)
소요 시간 한 시간 정도
운행 시간 ‘오키 호’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 ‘더키 호’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30분 간격으로, 하루 12회 운행)
요금 성인 3만원, 청소년 2만 5천원, 어린이(12세 이하) 2만원, 단체 10명 이상 10% 할인
예약 문의 아쿠아관광코리아 www.aquabus.co.kr, 1670-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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