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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이겨낸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2015-06-02 2015년 6월호


아픔 이겨낸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글  전선영 인천스마일센터장



내가 일하는 인천스마일센터는 살인, 강도, 폭력,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를 겪은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심리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나에게 살인, 강도, 폭력, 강간과 같은 끔찍한 사건을 매일 들으며 사는 게 괜찮은지 묻는다. 뉴스에서처럼 사건 내용만 듣고 본다면 그렇겠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사람’일 뿐이다. 우리는 뉴스에 나오는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일이…”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끔찍한 일들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며 산다. 그러나 놀랍게도 살아가는 동안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외상을 겪을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다. 가까운 사람을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잃는 경험에서부터 각종 자연재해나 교통사고를 비롯해 폭력을 겪거나 목격하는 등, 일생의 어느 시점에서 누구라도 한 번은 고통스럽고 끔찍한 외상을 겪는다. 나의 잘잘못과 상관없이 예기치 않게 찾아온 불행과 고통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다.
불행과 고통 속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고 약해 보이지만, 외상을 겪은 사람 90% 이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회복 과정을 통해 치유된다. 처음에는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고통과 상처를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어떻게 아물었는지도 모르게 흉터가 나있다. 다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마음 어디쯤에 흉터를 한 두개 가지고 있을 것이다. 흉터를 볼 때마다 그 일이 다시 떠오르고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도 나겠지만, 그때처럼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두렵지는 않을 것이다. 끔찍한 폭력이나 살인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면 우리는 “저런 일을 겪고 어떻게 살까?”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도 이겨내고 극복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고난 뒤에 삶과 세상에 대한 더 큰 이해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외상을 겪은 사람들을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고통과 두려움을 딛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외상을 겪고 살아남아 살아내는 이 세상의 많은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며 우리 가족이며 우리 이웃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서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위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예기치 않게 닥친 불의의 사건과 사고 앞에서 우리는 바람에 나부끼는 촛불과 같으나, 인고의 시간 속에서 무한한 힘과 용기 그리고 지혜를 다시 발휘하게 된다. 고통, 절망, 분노, 두려움에 싸여 스마일센터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본래 자신의 모습과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일은 존재인 인간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삶에 대한 감사와 희망을 일깨운다. 나는 스마일센터에서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존재인지 매일 느끼며 산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프리드리히 크리스토퍼 외팅거의 ‘지혜를 갈구하는 기도’의 일부분이다.
신이여, 저에게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의연함을 주소서. 내가 바꿀 수 있는 일들을 바꾸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지혜를 주소서. 신이여, 저에게 시간이 필요한 변화에 대한 인내를 주소서.
우리는 살면서 매 순간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고뇌하고 갈등한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는 내가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깨닫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며 어떤 일을 겪었든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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