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쪽빛, 그 이끌림

2015-07-01 2015년 7월호


쪽빛, 그 이끌림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정작 그곳에 가면 섬은 섬이 아니다. 닿는 순간 육지가 되고
바다 건너 다른 섬들이 펼쳐진다. 인천에는 가깝고도 아름다운 섬과 맑고 깊은 바다가 있다.
여름 한가운데, 바로 곁 늘 그리던 쪽빛 바다 그리고 섬으로 간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김상덕 자유사진가



바다가 섬을 놓아 주는, 단 여섯 시간
대이작도 풀등  이 작은 모래 섬은 바닷속에 숨어 있다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홀연히 솟아오른다. 바다가 섬을 놓아주는 시간은 하루 단 여섯 시간, 슬그머니 나타났다 스리슬쩍 사라져, 찾는 이의 마음을 애태운다. 서둘러야 한다. 섬이 바다와 스르르 어우러져 사라지기 전에, 햇살 머금은 금빛 융단 위에서 멈춘 듯 시간을 흘려보낸다.



신이 빚은 마지막 작품

백령도  인천에서 뱃길로 224 km, 꼬박 다섯 시간을 내달려 멀고 아득한 서해의 종착역에 다다른다. 짙푸른 물결 위로 백령도가 수줍은 듯 자태를 드러낸다. 섬에는 깨질 듯 투명한 자연이 있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두무진의 자태는 진저리쳐질 정도로 찬연하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파란빛. 그 사이 선대암, 코끼리바위, 물범바위, 창바위가 미(美)의 경연을 벌이고 있다. 



은밀한 대자연의 신비를 엿보다
연평도  태고의 비밀을 간직한 섬은, 세상사 제쳐 두고 바다와의 밀어에 푹 빠져있다. 섬에는 신비로운 공기가 가득하다. 자연은 무수한 시간의 층을 쌓아 거대한 작품을 만들었다. 빠삐용 절벽은 영화 속 주인공이 자유를 향해 바다로 뛰어들던 그 절벽의 모양새다. 그 아래서 내려다보는 가래칠기해변, 북녘 땅 가까이에 있는 아이스크림바위 등 장엄한 대자연의 풍경이 숨을 멎게 한다.



섬에서 마주친 거대한 ‘사막’
대청도  섬에서 거대한 사막을 마주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대청도 옥죽포 해안의 사구. 대륙으로부터 바람에 실려 날아온 모래가 영겁의 세월 쌓이고 쌓여 거대한 언덕을 이루었다. 파도와 바람, 빗물이 빚어 낸 이 거대한 자연의 작품은, 선연한 연흔(漣痕)을 새기며 섬에 하루하루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쉬 닿을 수 없어, 마음을 붙잡다
백아도  섬으로 가는 배는 완행이다. 덕적 바다역에서 배를 갈아타고 섬을 건너고 건너야만, 섬에 다다른다. 백아선착장에서 고기잡이배를 얻어 탄 건 행운이다. 한편에는 하늘과 하나 된 수평선이, 한편에는 기암절벽의 수려한 풍광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한가로이 볕을 즐기던 가마우지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높이 날아가 버린다. 고른 한낮, 하늘 위에선 여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햇빛이 스러지면, 섬은 다시 섬이 된다
교동도  유배의 섬 강화에서 또 유배된 섬, 교동도는 강화 북서쪽 바다에 닿을 듯 말 듯 머물러 있었다. 그 섬에 교동대교가 놓이면서 육지에서 섬, 섬과 섬 사이의 간극이 메워졌다. 하지만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섬은 철조망을 두른 채 저 멀리 물러나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섬엔, 또 다른 황해도가 있다
교동도 대룡시장  잠시 머물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교동도 대룡시장은 6·25 전쟁 때 황해도에서 온 피란민들이 하나둘 모여 장사를 하면서 형성됐다. 다시 갈 수 있을까, 차마 떠나지 못하고 머무른 시간이 깊어 갈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져 간다. 그 시간은 지금도 일상이 되어 흐른다. 시계방 할아버지는 침침한 눈을 비비며 태엽 감는 시계를 고치고, 마을에서 유일한 이발관에선 여전히 분주함이 새어 나온다.



코발트블루, 바다에 스며들다
덕적도  물이 깊디깊어 ‘큰물’ 이라 불리는 섬. 이 섬의 8할은 숲이다. 섬 전체를 감싸안은 소나무 숲은 금방이라도 온 세상에 푸른 물을 퍼트릴 것만 같다. 그 섬 서포리 해수욕장을 두고, 사람들은 서쪽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말한다. 곱고 하얀 모래사장 뒤로 짙게 드리워진 녹음, 그 아래서 나른한 여름 오후 긴긴 오수에 빠져도 좋다.



초승달 해변 위, 색색의 작은 배
시도  섬은 한때 드라마 촬영지로 세상에 알려졌다. 필름 속 풍경은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해 빛바래 가고 있지만, 해변에는 그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풍경이 펼쳐진다.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뻗은 바닷가는 모래 결이 곱고 솔숲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아늑하다. 펜션 ‘풀사이드(Poolside)’ 앞 색색의 카약과 패들보트는 섬의 새로운 풍경이 되었다.



강화, 그 넓고 깊은 품
강화도  날카로운 뙤약볕을 피해 수더분한 땅 빛 좇아 강화로 간다. 섬 안에는 무수한 시간의 층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미 선사시대에 사람들이 이 땅에 기대어 살았음을 말해주는 고인돌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유적까지. 강화 깊숙이 들어갈수록 한민족의 기나긴 역사가 흐르고 흐른다. 섬 남쪽 끄트머리에는 동막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은 물 차면 푸른 세상이 열리고 물 빠지면 진회색 융단이 끝없이 펼쳐진다. 강화, 그 넓고 깊은 품에선 이 여름이 더 맑고 깊게 빛난다.



최북단 바다, 홀로 핀 등대
소청도  서해 북쪽 끝자락에 이르렀다면, 대청도 가는 길 바로 곁에 있는 소청도에 꼭 들려야 한다. 섬 서남쪽 땅 끄트머리에는 하얀 등대가 고고히 서 있다. 등대는 1908년 1월 1일 처음 불을 켜고, 밤새 파도가 파랗게 달려드는 최북단 바다를 홀로 지켜왔다. 달이 지고 해가 뜨고, 등대 위에 서면 멀리 바다 건너 북녘 땅 옹진반도까지 시선이 닿는다.
제1회 옹진 사계 전국 사진 공모전 _ 김영빈 ‘등대가는 길’



CNN 선정,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선재도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추었다, 이름 지어질 만큼 경치가 빼어난 섬. 최근 CNN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선’ 가운데 1위로 선정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들켜 버렸다. 섬 당너머 해변 앞에는 목섬이라는 무인도가 있다. 동그란 바가지를 물 위에 봉긋 올려놓은 듯 앙증맞은 모습이다. 물이 빠지면 섬 사람들이 ‘목떼미’라고 부르는 길이 열린다. 그 길 따라 걷는 길, 마음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 있는데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햇살보다 긴, 노을의 여운
석모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보러, 강화에서 바다 건너 석모도로 간다. 살차게 쏟아지던 햇살이 수평선 위로 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 세상을 붉은 빛으로 물들여 버린다. 백사장은 적(赤)사장이 되었고, 해변을 메운 갯바위는 세상에 없을 작품이 되었다. 그 빛이 어리어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는다.


섬으로 가는 길
북도면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10분 정도 소요. 세종해운 884-4155
연평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2시간 30분 정도 소요. 고려고속 1577-2891
대청면 백령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 대청까지 4시간 30분, 백령까지 5시간 소요. 우리고속 887-2891, JH훼리 1644-4410
덕적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 고려고속 1577-2891. 굴업도, 문갑도, 백아도, 지도, 울도는 덕적도에서 나래호를 탄다.
자월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우리고속 887-2891과 대부해운 887-0602를 타면, 자월도, 승봉도, 이작도에 갈 수 있다.
영종도 공항철도를 타거나, 차를 타고 인천대교 혹은 공항고속도로를 지나 영종대교를 이용한다.
강화도 강화대교나 초지대교를 건너면 강화. 석모도·주문도·볼음도는 외포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교동도는 교동대교를 건넌다. 삼보해운 932-6007
※ 예매 : 한국해운조합 ‘가보고 싶은 섬’ island.haewoon.co.kr 02-6096-2266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8-28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계정선택
인천시 로그인
0/250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