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팔만대장경·훈맹정음·디지털문자의 도시, 인천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세운다
팔만대장경·훈맹정음·디지털문자의 도시
인천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세운다
한글, 알파벳을 비롯해 세계인들의 말과 언어, 생각의 집합체인 문자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송도국제도시에 아시아 최초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세워질 예정이다. 인천에는 문자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고려 때 만든 팔만대장경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디지털 문자까지.
문자의 발전과 변천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고장이다. 첨단도시 송도와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문자와의 만남은 인천을 가장 매력적인 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로 만들 것이다.
글 이용남 본지 편집위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 대상 부지
언어·문자 역사가 빛나는 인쇄문화 발상지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오는 2020년 인천에 문을 열 예정이다. 국가수준의 문화시설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들어선다는 사실은 시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여주, 세종시와 경합을 통해 따낸 쾌거다.
인천은 인쇄문화의 빛나는 발상지이다. 책과 문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2인3각 관계로, 인천에는 문자와 관련된 유구한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그것이 인천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유치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상정고금예문은 1234년(고종 21) 강화에서 간행됐다. 1445년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보다 211년 앞섰고, 현존하는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1377년 직지심경보다 143년이나 빠르다.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인 팔만대장경은 몽골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막아내고자 16년(1236~1251)간 피란지의 수도였던 강화에서 제작됐다. 1962년 국보 32호, 1995년 장경판전 유네스코 세계유산, 2007년 장경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의 자랑거리다. 1782년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도서관인 외규장각(外奎章閣)도 인쇄문화 역사의 큰 자산이다. 병인양요(1866)로 전각과 책이 소실되었고 조선의궤 등이 약탈되었지만, 2003년에 강화도 고려 궁지에 외규장각을 재건했다.
일찌감치 발달되었던 인쇄술로 최초의 도시 안내서 ‘인천사정(仁川事情)’도 발간됐다. 이 책은 1892년 일본인이 최초로 편찬한 인천 안내서로, 일본인의 시각에서 인천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여관과 술집, 인천공원, 월미도, 소월미도, 강화도, 영종도, 정족산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인천은 시각장애인들의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이 창안된 도시이기도 하다. 한글 점자가 인천을 문자박물관 후보지로 선정토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1926년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고안해 반포한 송암 박두성 선생은 1888년 강화군 교동면에서 출생했다. 1999년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내에 송암 박두성기념관을 개관해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1989년 디지털 한글문자인 한글워드프로세서 ‘1.0’을 개발한 이찬진 씨 역시 인천 출신이다. ‘한글과 컴퓨터’는 ‘한글오피스96’을 시작으로 매년 기능이 향상된 한글워드프로세서를 출시해 이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인천정보산업진흥원에서는 한글 자모의 원리와 게임을 결합한 인디게임을 만들어 보급 하고있다.

송암 박두성기념관 내부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도시
인천 송도가 세계문자박물관의 최적지로 선정된 이유는 타 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입지조건 때문이다. 송도는 항공, 항만, 철도, 도로까지 연계되는 입체적 교통 인프라가 골고루 갖춰져 있다.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강점 중 강점이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운영 중인 컨벤시아, 외국학교, 호텔, 아트센터 등과 연계할 경우 어떠한 국제행사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수도권 거대 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어 관람객 유치 등 안정적인 박물관 운영도 가능하다.
또 선정된 부지는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에 위치한 센트럴파크 내 교양시설로, 도로, 상·하수도, 전기, 폐기물처리시설 등 각종 기반시설이 설치 완료돼 당장이라도 건립이 가능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인천에는 특히 오래전부터 다양한 언어가 공존했다. 고대부터 신라와 고구려어가 함께했고, 개항기에는 한·중·일 동아시아 국가는 물론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러시아 등 서구의 조계지에서 외국인이 거주하면서 다양한 언어가 상용됐다. 1895년 대한제국 인천 감리서에 ‘인천외국어학교’가 설립됐고 성공회 내동교회에 의료선교사였던 엘리바 랜디스는 ‘인천외국어학원’을 설립해 외국어 보급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금의 송도는 이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다양한 언어가 구사되고 있다.
국가수준 문화시설로 발전시켜 시민의 자부심으로
인천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는 그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인천의 문화적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인천이 세계 주요 문자 관련 자료 및 정보 수집, 관리, 전시, 교육, 연구의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300만 인천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는 세계문자박물관을 지역 박물관 수준이 아닌 국가수준의 문화시설로 발전시켜, 수준 높은 미래도시의 ‘화룡점정’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로 인천은 지역의 고용창출과 관광콘텐츠가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 전통과 미래가 함께하는 창조적 문화도시,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인천이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역량을 갖추는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 내 고용창출과 국내외 관광객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 과정 뒷 얘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 문화의 격을 높이게 될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진행에 직접 참여해 왔다. 유 시장은 지난 7월 1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최종발표 PT에 직접 참석, 심사위원들에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인천 유치의 당위성을 강력히 피력했다.
유 시장은 심사위원들에게 박물관이 인천으로 유치될 경우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창안하고 반포한 ‘송암 박두성 기념관’을 문자박물관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시장은 문자와 관련된 문화재를 조사, 발굴해 많은 유물을 기증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에 본사를 둔 기업들로부터 연구기금을 조성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유 시장의 강력한 유치 의지와 지원 의사가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전에는 모두 9개 시·도가 참여했다. 인천시는 다른 시ㆍ도보다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문자와 관련된 풍부한 콘텐츠와 체계적인 준비로 월등한 경쟁력을 보였다. 1차 심사에서 5개 도시로 압축됐고, 2차 현장실사 후 인천, 세종, 여주 3개시가 최종 경합을 벌인 끝에 인천이 최종 선정됐다.
- 첨부파일
-
- 이전글
- 비와 悲瓦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