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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실려 온 닭똥 냄새
바람결에 실려 온 닭똥 냄새
살짝 발만 들어도 풍경은 달리 보인다. 까치발을 하면 보이지 않던 부분이나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평지에서 바라보던 거리와 동네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위성은 너무 멀고 헬리캠(helicam)이나 드론(drone)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올라갔다.
건물 옥상이나 교회 종탑에 올라 인천을 굽어보았다. 그 정도 높이임에도 인천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이번호에서는 동암역 북광장 옆에 있는 빌딩 옥상에서 십정동 쪽을 바라보았다.
글·사진 유동현 본지 편집장

① 열우물 동네 ② 십정2지구 ③ 십정농장 ④ 열우물경기장 ⑤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전 ⑥ 인천축산물 도매시장 ⑦ 부평아트센터

까치발을 든 지점 | 동암역 북광장 빌딩
(부평구 동암광장로 14번길 4)
경인전철 백운역과 간석역 사이의 동암역은 1974년 8월 15일 수도권 전철 1호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개시했다. 동암역에는 남광장과 북광장이 있다. 남광장은 면적이 좁지만 만수동과 간석동 그리고 구월동 쪽에 사는 사람들이 이동하여 늘 복잡하다. 반대편 북광장은 상대적으로 넓다. 인근 공단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차량이 쉴 새 없이 광장을 돈다. 광장 부근에 가장 높게 솟은 14층 빌딩 옥상에 서면 시야가 거칠 것이 없다. 이번 호에서는 북동쪽(십정동)으로 까치발을 들었다.
동암은 ‘東岩’이 아닌 ‘銅岩’이다. 이곳의 주봉인 원통산은 붉을 ‘주(朱)’자를 써
주안산(朱雁山)으로도 표기되었다. 흙이나 바위가 모두 붉기 때문이다.
붉다는 것은 흙 속에 금속 성분이 있다는 것. 1960년 국립지질연구소가 굴착 탐사한 결과, 60% 이상을 함유한 고품질의 철광석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67년 이곳에 경인철광(주)이 설립된 후 17년 간 채광해 오다가 1989년 폐광했다.
‘동암’이라 부르기 전인 1960년대만 해도 바다 쪽으로 염전만 있을 뿐
인가가 거의 없는 붉은 산비탈의 불모지였다.

퇴락한 열우물 동네의 계단
① 열우물 동네 : 십정동은 ‘열우물’ 동네라는 이름으로 풀이된다. 우물 열 개가 있어서 십정동(十井洞)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설과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열(熱)이 나는 우물’이 있어서 ‘열우물’이란 설 그리고 산줄기가 십자형으로 교차한 형국(十丁)인데 이게 ‘十井’으로 변형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열우물은 인천에서 부평에 이르는 첫 마을이었다. 예전 인천 시내에서 부평을 거쳐 김포나 강화 길로 접어들려면 이곳을 거쳐야 했다. 배 밭과 염전이 있던 한적한 이 마을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 동구 만석동과 주안 지역 그리고 멀리 서울에서 철거민들이 떼밀려 들어왔다.

‘달동네’ 십정2지구
② 십정2지구 : 십정2지구는 지난 1995년 정부의 무허가 불량주택개선 정책으로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추진됐던 지역이다. 이후 사업 포기, 재추진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현재는 지장물 조사 외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가운데 급속도로 퇴락하고 있다. 부평구는 붕괴 위험 주택이 70곳에 가깝고 이 중 절반 정도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후 불량건축물이 90%를 넘는 등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십정농장 현재 모습

십정농장 소·돼지 기증식(1962)

한하운과 십정농장
③ 십정농장 : 동암역과 백운역 사이 경인철도 변에 있는 신동아아파트 부지는 당시 나환자들이 개간해서 일군 십정농장 터였다. 1998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농장은 해체되었지만, 아직도 철도 건너편에는 영세 공장으로 변한 그 잔재가 남아있다. 1950년대 초 지금의 인천가족공원(부평공동묘지) 위쪽 산속에 국립나환자요양원 ‘성계원’이 있었다. 1961년에 성계원은 음성(치유)환자들의 자립을 위해 이들을 십정동과 청천동 등지로 이주시킨다. 천주교 신앙을 가진 사람은 십정농장으로, 개신교 신자는 청천농장으로 분리되었다. 그들 속에는 ‘파랑새’ ‘보리피리’ 등의 시로 유명한 ‘문둥병 시인’ 한하운(韓何雲)이 있었다.

열우물 체육관
④ 열우물경기장 :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 테니스와 스쿼시 경기를 치렀다. 열우물경기장은 주변녹지로부터 흘러 내려온 이슬을 통해 비춰보는 테니스 라켓을 형상화했다. 약 20m 경사 및 남북 방향으로 45도가 틀어진 대지를 활용하여, 실외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경기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이고 관람석은 7천77석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염전 기념비
⑤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전 : 십정동은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거대한 소금밭을 품고 있었다. 바닷물이 동네 어귀까지 드나들었다. 구한말 융희 원년(1907년)에 소금을 공급하기 위해 조정에서 1정보(약 3천 평) 규모로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전 시험지를 조성했다. 현재의 홈플러스 간석점 부근인 십정1동 558-7 일원이다. 산업화의 물결이 밀어닥치면서 염전 일대는 1969년 수출 5·6공단과 인천기계공단으로 지정되었고, 결국 그 자리를 불도저로 밀어버려 소금기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축산도매시장
⑥ 인천축산물 도매시장 : 흔히 ‘십정동 도살장’으로 불렸던 곳으로 1983년 개설했다. 지난 2001년 이곳에서 죽은 소를 불법 도축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도축공정을 개선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공급해 신뢰를 얻었다. 시장 안쪽의 인천도축장(삼성식품)에서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에 소 80두, 돼지 600~700두를 도축한다고 한다. 인천축산물백화점을 비롯해 골목골목 형성된 상회 등 현재 고기 판매점130곳이 도소매업을 하고 있다.

부평아트센터
⑦ 부평아트센터 : 부평아트센터는 2007년 10월 착공해 2010년 4월 백운공원 인근에 개관했다. 연면적 1만7천300㎡ 규모에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대공연장·소공연장·전시장·커뮤니티홀 등을 갖췄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야외옥상공연장인 별누리극장이 있다. 부평아트센터가 들어서기 전 이 터에는 기무사 부대 ‘송학사’가 있었다. 아트하우스가 송학사 건물이었고, 아트센터 자리는 기무사 운동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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