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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의 시선(詩선)

2021-05-01 2021년 5월호

김영승의 시선(詩선)

흑인녀

배인철(裵仁哲 : 1920-1947)


그렇다
네 아름다운 고향 산과 들
한번 백인의 노예선을 찾아간 다음  
이제는 정다이 흐르는 나일강 저녁이 오면
바람 속에 노래 부르는
아아 자연 그대로의 樹木 같은 아가씨


-앞부분



동두천, 1983년 ⓒ사진 강용석


고작 다섯 편을 남긴 시인을 놓고 글을 쓰라니, 아니 쓰자니, 알고 있는 흑인들 이름 다섯을 떠올리는 것만큼 어렵다. 다섯 셀 동안. 해방 후 그는 소위 ‘흑인시’만을 쓴 시인이다.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캐시어스 클레이(무하마드 알리), 제임스 코온(<예수와 흑인혁명>의 저자), 마이클 잭슨(58년 개띠. 나하고 동갑). 그런데 흑인 여성 이름은 왜 하나도 안 떠오르지?
일제시대 일본유학 갔다 온 지식인들이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찬양한 시는 별로 못(안) 봤고, 그들은 그럴 마음도 없었던 것도 같다.
모더니즘의 특징은 동서양 할 것 없이 사실은 ‘도시적 개인주의’라는 점이다. 가령 정지용(鄭芝溶 : 1902-1950)의 <향수>도 배경은 농촌으로 하고 있으나 그 시의 관점은 철저히 도시적이며, 백석(白石 ; 1912-1996)의 대부분의 시들도 그렇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유학을 갔다 와서 세네갈 초대 대통령이 된 셍고르(Leopold Sedar Senghor ; 1906-2001)의 대표시 그 <검은 여인>의 관점 역시 그런데, 배인철과 다른 점은 동족인 자신이 백인의 관점으로 그들을 대상화 객관화 타자화하고 있다는 것이고, 배인철은 역사의식과 시대정신과 함께 약소민족인 조선인들과 그 흑인을 동일시하려 했었으나 그들에 대한 우월감을 견지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우월감은 두 식민지 지식인 일반의 공통점인 우월감이라는 것은 그들 흑인들도 다 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여하튼 그 모든 흑인은 흑인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다.
많은 흑인 여성들의 이름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글 김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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