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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땅 이름 이야기

2024-01-12 2024년 1월호

우리가 밟고 선, 이 땅 위의 이름들

첫 번째 땅 이름 仁川  [인 천]


글 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필자는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나 동인천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인하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부천 소명여고 국어교사와 조선일보 인천 담당 기자,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을 거쳐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우수 도서(세종도서)로 뽑힌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21세기북스, 2015년)를 비롯해 땅 이름에 관한 4권의 책을 썼다.


편집자 주

우리 땅 어디나 그렇듯, 인천에도 많은 동네와 땅 이름이 있습니다. 관교동이나 석남동처럼 다소 딱딱한 한자 이름들이 있는가 하면, 쑥골이나 개건너와 같이 정겨운 우리말 이름들도 있습니다. 또 월미도나 부평·주안·제물포 등 다른 지역까지 널리 알려진 이름이 있고, 미추홀이나 소성처럼 오래된 이름들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름들을 늘 입에 올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이름들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면 전혀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월미도月尾島가 ‘달<月>의 꼬리<尾>처럼 생긴 섬<島>이어서 나온 이름’이라거나 소래蘇萊가 ‘옛날 삼국시대 말기에 중국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이곳에 왔기<來>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식입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인 것처럼 널리 퍼져 있는 숱한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그 이름들의 뜻을 제대로 알려주는 자료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없기 때문입니다.

<굿모닝인천>은 이처럼 잘못 알려진 인천의 여러 땅 이름들의 뜻과 사연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새해부터 ‘땅 이름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는 <우리 땅 이야기>(21세기북스, 2015년) 등의 저자인 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맡습니다. 

땅 이름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역사적 사실이나 지형적 특성뿐 아니라 고대어·중세어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우리말의 변화와 흐름, 한자를 이용해 우리말을 표현한 ‘한자차용표현漢字借用表現’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소개되는 땅 이름들의 설명 속에서 이런 내용들을 함께 보고 생각하면서, 우리 시민들께서 내 고장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관심과 애정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훈몽자회>에 나오는 ‘仁’. ‘클 인’이라고 설명돼 있다. 반면 ‘賢’은 ‘어딜(어질) 현’이라고 설명돼 있다. 


조선 후기 김정호가 제작한 지도 <청구도>에 나오는 인천 일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인천仁川’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진<仁> 내<川>’이다. ‘냇물이 어질다?’ 이는 도대체 어떻게 나온 말이며, 무슨 뜻일까. 인천仁川이라는 이름은 조선 태종 임금 13년(서기 1413년), 전국의 행정구역 이름을 새로 정할 때 처음 생겼다. 이때 각 군현郡縣의 이름 뒤에 ‘주州’자를 가진 것은 그 ‘州’자를 ‘산山’이나 ‘천川’자로 고쳤다. 대체로 그 땅이 물에서 가까운 곳에는 ‘천川’자를, 산이 많은 곳에는 ‘산山’자를 붙였다. 인천은 그 직전까지 ‘인주仁州’라 불리고 있었는데, 바다를 끼고 있기에 ‘인천’이 된 것이다. 결국 인천은 ‘인주仁州’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그런데 인주仁州의 ‘주州’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을’을 말할 뿐 다른 뜻은 없다. 그리고 단지 그 땅이 물(바다)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이 ‘州’를 ‘川’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川’도 ‘내(냇물)’가 아니라 ‘고을’이라 해석하는 것이 한결 타당하다. 따라서 인천의 뜻을 푸는 데 핵심은 ‘인仁’의 뜻을 알아내는 것이다. 오늘날 ‘仁’은 ‘어질 인’이라고 뜻과 소리를 단다. 이 때문에 흔히 인주를 ‘어진 고을’이라 풀이한다. 그리고 이는 이곳이 ‘7대 어향七代 御鄕’이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곧, 고려시대 문종에서 인종 임금까지 7대에 걸쳐 임금과 여러 명의 왕비가 태어난 곳이기에 ‘어진 고을’이라 불리게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왕과 왕비라는 큰 인물들이 여럿 태어난 ‘큰 고을’이라 해석하는 것이 한결 타당하다. ‘仁’이 지금은 ‘어질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우리 중세국어 때까지는 ‘크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 중종 때 나온 한자漢字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당시 역관譯官(통역사)이자 뛰어난 언어학자이기도 했던 최세진이 지은 것으로, 그는 여기서 모두 3,360 글자의 한자에 대해 당시의 한글로 각각의 소리(음)와 뜻(훈)을 달아놓았다. 


그런데 이를 보면 ‘仁’을 ‘클 인’이라 설명하고 있다. 반면 ‘賢’자에 대해서는 ‘어딜(어질) 현’이라 풀이해놓았다. 이밖에도 다른 여러 자료들을 통해 예전에는 ‘仁’이 ‘크다’는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덕망德望이 있는 사람을 ‘큰 사람’이라 부르듯, ‘인천’은 ‘(왕과 여러 명의 왕비가 태어난, 덕망이 있는) 큰 고을’이라는 뜻이다. 

‘어진 고을’이라는 해석을 굳이 틀리다고 우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仁’이라는 글자의 당시 뜻이나, ‘크다’는 말이 갖는 느낌을 생각할 때 ‘큰 고을’이라는 해석이 훨씬 타당할 것이다. 인천은 ‘큰 고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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