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소방서 119구급대 소방장 박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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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 하지만 소방차 앞으로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 싸이렌 소리에도 아랑 곳 하지 않는 앞 차량들. 소방차량이 긴급 자동차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발목이 잡히고 만다.
도로를 빠져나와 주택가 골목길에 들어서니 그 상황은 더욱더 악화가 되고, 그 이유는 바로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골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주차 차량으로 시간은 약 3배 이상 소요)
이런 불법 주정차 차량들 인해 화재나 응급상황에서의 이송 등 긴급 상황에서는 그 피해가 더 커 질수 있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경과하면 그 피해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화재의 이런 특성 때문에 불이 난지 5분이 지나기 전에 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지역 곳곳에 불법 주정차량들 때문에 소방차의 현장 진입이 곤란한 지역이 많아 화재 진압에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 또한 출동 시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중앙선을 넘어 출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건 정말 위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방기본법 제50조에 따르면 소방차의 원활한 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을 정해두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는 시민들에게는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고 적용을 한다는 것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외국의 경우 긴급차량 출동을 위해 교통신호제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양보의무조항이라는 법을 만들어 긴급차량이 오면 도로의 가장자리로 즉시 피하고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정지토록 하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긴급차량 통행방해를 사회문제화로 삼고 교통 불통 지역을 선정해 해당 지역에 무인카메라 설치, 24시간 불법주차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불법주차에 대한 범칙금을 높게 책정해(우리나라의 약 5~8배)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출동차량의 지휘관이 차량에 설치된 비상방송으로 양해를 구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강력한 법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최소한의 법이 최대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긴급차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이 우리 가족일 수도 있고 이웃이 될 수도 있다. 소방통로 확보 및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 이것이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숨통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