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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119안전센터 소방교 김민규
최근 장마가 거쳐 가기 무섭게 살인적인 폭염이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를 덮쳐 낮 최고기온이 이틀 연속 36도를 웃돌면서 휴가철인 지금 연일 폭염(暴炎)주의보가 발령 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기상 출현을 걱정하고 있는데, 이제 폭염으로 인한 피해사례도 많아지면서 폭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서울을 기준으로 작년(8월20일)보다는 두달가량 이르고, 2009년보다는 약 50일, 2008년 보다는 약 20일 일찍 발령된 것이다.
보통 태풍․홍수를 가장 큰 재해로 꼽지만 실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일사병 열사병 등으로 서울 등 4개 대도시에서 21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수해로 인한 사망자 13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또한 유럽의 경우 2003년에 폭염으로 3만 5000명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폭염은 새로운 자연재해로 인식되고 있다. 기상청은 작년부터 폭염특보제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폭염예측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해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런 새로운 자연재난인 폭염 피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열 관련 질환과 대처법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일사병의 경우 열에 의한 스트레스로 인한 염분과 수분이 소실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취약계층인 노인, 어린이에게서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 땀을 많이 흘리고 창백, 두통, 구역, 구토,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다. 또한 피부가 차고 젖어있으며, 체온은 크게 상승하지 않는 특징이다.
일사병이 의심되면 서늘한 곳에 쉬면서 시원한 음료, 특히 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신다. 이외에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는 병원에서 수액을 통해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열사병으로 치사율이 높아 열 관련 응급질환 중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체내 체온조절중추가 외부의 열 스트레스에 견디지 못해 그 기능을 잃으면서 생기는 데 발한기전 등이 망가져 지속적인 체온 상승을 보이게 된다.
대개 체온이 40도가 넘지만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다.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 구역의 증상을 보이며 혼미하거나 심한 경우 의식을 잃는다.
열사병은 무엇보다 환자의 체온을 빨리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를 차가운 물에 담근다거나 환자에게 물을 뿌리면서 바람을 불어주는 방식 등이 유효하다. 가급적 빨리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이것이 어렵다면 119 등으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열실신의 경우는 체표면의 혈액순환이 늘어나면 뇌로 가는 혈액량도 부족한 경우가 생기며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의식 상실이 주요 증상이며, 열실신이 일어나기 전에 어지럽거나 구역질, 발한, 위약감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열실신은 대개 그늘진 곳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스스로 회복된다.
폭염날씨는 한여름 삼복더위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는 무더위가 아니라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37.5도 가 넘으면 사망률이 50% 증가한다는 무서운 재해이다. 위에 제시한 대처법이 폭염에 대한 완벽한 예방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정부에선 실외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며, 개개인은 안전의식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폭염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