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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사

- 도시와 사람의 시간, 인천의 마음을 읽다

시민의 하루

2026-11-05 2026년 11월호

손끝으로 읽는 세상,

촉감으로 만나는 인천


인천 강화군 교동에서 태어난 송암 박두성은 1926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창제했다. 100년이 흐른 지금,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는 한글 점자의 역사를 돌아보는 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이 열리고 있다. 한편 『굿모닝인천』도 매월 점자책으로 제작되고 있다. 전시장을 둘러본 뒤 큰솔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점자책을 읽는 시민을 만나, 오늘날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점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점자를 찍고 벽에 붙이는 이채린 시민


시각장애인들의 눈과 입, 손이 되다

일제강점기에 시각장애인을 가르치던 교사가 있었다.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일하던 교사, 송암 박두성은 수입과 지출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시각장애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주산을 가르쳤고, 일본점자일람표를 연구하며 점자를 가르쳤다. 그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한글 점자’가 없다는 점을 못내 아쉬워했고, 제자들과 함께 비밀리에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때 만들어진 것이 ‘훈맹정음’이다. 이 문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손끝으로 글을 읽는 세상을 열어준 첫걸음이 됐다.


이채린 시민이 대형 촉각 미술품 ‘코 없는 코끼리 no.7’를 만지고 있다.



한글 점자 100년의 여정을 한눈에

이렇게 한 세상을 열어낸 훈맹정음이 2026년,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전시를 선보인다. 이 전시는 점자가 걸어온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상상해 보려는 전시로, 점자의 역사와 시작을 소개하는 1부부터 주요 주제인 훈맹정음을 소개하는 2부를 비롯해 점자를 감각하는 공간과 에필로그 공간까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커다란 코끼리다. 이 코끼리는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시각장애 학생들이 촉각과 청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재현한 ‘코 없는 코끼리’다. 이채린 시민은 눈을 감고 코끼리를 만지며 시각장애인들이 감각했듯 코끼리를 느꼈다. “이렇게 만지니 더 새로워요. 제가 알던 코끼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눈을 떠보면 코끼리가 있어서 신기해요.”


누구나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전시는 시각장애인도 직접 찾아와 관람할 수 있는 만큼, 만지고 체험하는 것이 기본이다. 벽에는 곡선 형태의 핸드레일이 달렸는데, 이를 잡고 따라가면 손끝에 느껴지는 곡선의 형태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인지할 수 있다. 4부와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체험 공간은 직접 점자를 찍고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여러 점자책을 구경하던 이채린 시민도 점자를 직접 색칠하고 찍으며 체험을 이어갔다. ‘사랑’, ‘함께’, 그리고 ‘굿모닝인천’도 함께 적어봤다. “글자를 만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점자를 더 공부해 보고 싶어요.” 평소 눈으로만 읽던 글자를 손끝으로 느껴보니, 익숙했던 언어도 새롭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전시명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

✽전시기간 2026. 10. 7. ~ 2027. 2. 14.

✽전시장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공동주최 송암점자도서관, 국립한글박물관



점자를 읽는 김준영 시민


'


손으로 읽는 『굿모닝인천』


그렇다면 오늘날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굿모닝인천』은 매월 다양한 시민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시각장애인들도 있다. 독자들은 손끝으로 점자를 읽으며 인천의 풍경과 정서, 매호 정성껏 담아낸 인천시민들의 목소리를 느낀다. 『굿모닝인천』의 애독자인 김준영 시민은 2018년 점역교정사 시험을 준비하며 『굿모닝인천』 점자책을 처음 접했다. 이후 매달 점자책을 통해 인천의 소식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인천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사람 사는 이야기, 문화적 깊이가 점자를 통해 전해진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굿모닝인천』 점자책의 정교한 만듦새와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시각장애인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시각 자료나 지역 단어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기로 정돈돼 있거든요.”

11월 4일 점자의 날은 김준영 시민에게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박두성의 고향인 인천에서 매달 『굿모닝인천』 점자책이 발행된다는 사실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기사는 2026년 2월호에 실린 동인천의 옛 과자점 ‘인천당’ 이야기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잠시나마 그때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해준 『굿모닝인천』이 참 고맙습니다.” 어린 시절 인천당의 과자를 먹고 자란 그에게는 더욱 특별한 기사였다. 시각장애인이 된 후 점자책으로 다시 만난 동인천의 풍경은 그 시절 거리의 정취와 과자 냄새까지 생생하게 떠올리게 했다.

그가 앞으로 『굿모닝인천』에서 만나고 싶은 것은 인천 곳곳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이웃들의 일상과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여행지, 문화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처럼 따뜻하고 알찬 소식지로 곁에 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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