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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와 사람의 시간, 인천의 마음을 읽다

열린 도시, 인천 - 열린 공간, 미술관 | 임시공간의 인천 탐구

2026-06-01 1998년 5월호

임시공간의 인천(들): 나 너 좋아했냐


“(…) 이렇게 인천시립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거예요….”

“무슨 말씀인지, 이거 한자도 다 다르고, 지역에 시립미술관이 없다는 걸 예술로 풀어낸 프로젝트라….” 


2017년 봄 〈人千始湁美術觀인천시립미술관: 두 번째 도시, 세 번째 공동체〉(2016-2017)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을 무렵, 인천시립미술관이라는 이름을 가져가 쓰면 안 된다는 반 설명 반 경고(?)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 미술의 차용과 재해석을,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기금을 받은 예술창작 프로젝트라는 걸 구구절절 설명하고, 해당 기관 담당자에게도 전달했다. 2016년 가을, 임시공간을 시작한 뒤 지역에서 작은 시각예술 공간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포부가 있던 때라, 이런 상황에 당황도 긴장도 했는데, 걱정과 달리 별다른 일 없이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렇게 ‘임시공간의 인천(들)’이 생겨났다.



글.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


개항장 고양이 문화생태지도(2017) 


임시공간(이하 임공)은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에 연구자로 입주한 독립큐레이터 시절에 생겨났다. 지역에서 시각 예술 큐레이터의 전망을 연구한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6〉의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물리적 공간이 필요해 인천아트플랫폼 근처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임공의 파일럿 프로젝트 격인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6〉은 2000년대 인천 미술에서 기획자, 연구자, 공간 운영자 등으로 활동하는 12명을 인터뷰했다. 대표 활동을 정리하고, 인천에서 전시 관련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며 지역 미술계에 대한 맛보기를 했다. 


〈人千始湁美術觀인천시립미술관: 두 번째 도시, 세 번째 공동체〉는 광역시 중에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지역 미술에서의 관련 담론들을 확인하고, 공공이나 행정 아니면 특정 예술인들이 반복하는 지역공공미술관이 아닌 우리가 원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미술관은 어떤 것일까?’를 상상해보고, 공공 자본과 제도에 기대지 않고 주도적으로, 주체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아주 야무진 기획이었다. 따라서 인천시립미술관의 한자를 다르게 하여 자본과 제도의 블랙홀인 건축물이 아니게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에 대한 다양한 것들이 샘솟게 하는 지평을 위한 자리’로서 미술관을 ‘기대하는 상상의 미술관’, ‘가짜 미술관’을 만들어 소장품 이미지 공모와 지역 미술 연표를 연구했다. 사람 중심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오랜 동네 개항장을 비인간 중심으로 재해석한 〈개항장 고양이 문화생태 지도〉를 관광지도 형식을 가져가 만들어 보았다.  


『人千美述인천미술 : 공간의 공간』(2017-2022)은 앞선 인천시립미술관 프로젝트에서 여전히 부재와 결핍을 이야기하는 지역 미술에 관한 연구하던 중, 개항 도시에서 인천아트플랫폼과 스페이스 빔 말고 다른 공간들의 흔적들을 찾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개항부터 2022년까지 약 670여 개의 전시 미술 공간들을 찾아 현재 행정 구역 지도와 연결해 정리해보고 지역미술 연구에 관한 다른 방법과 관점을 시도했다. 이런 자료들은 이후 『人千美述인천미술 : 사건의 사건』(2021), 〈인천아트아카이브 : 2000년대 전시와 전시공간 연구〉(2022), 《단서들》(2024) 등으로 큐레이터의 리서치 아카이브가 전시, 출판, 아카이브 등으로 확장했다. 


인천의 바다라는 장소성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서해평화’라는 지역 미술 담론을 화력발전소가 있는 영흥도에서 생태적으로 재해석했던 《트리포컬 액션》(2019), 송도 신도시와 시흥 배곧 신도시 사이 소래해협 좁은 바다에서 시작한 《거울바다》(2020), 서해와 남해 경계에서 상괭이에서 유래한 《웃는돌,고래》(2021), 소야도의 새에서 착안한 《새의 자리》(2022)는 지역 미술에서 바다를 재현하는 방법과 관점을 달리하려는 의미가 있었다. 〈바다의 기억, 땅의 순간, 하늘의 시간〉(2024-2025)은 송도 신도시를 부동산이나 교육이라는 세속적 욕망의 상징이 아닌, 현재적인 장소성과 역사성에 대해 토양, 물, 식물 등 비인간에서 시작해 공간과 공동체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와 전시였다.    


2016년 노래방과 선거 사무실로 사용 후 비어 있던 미용실 2층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과 함께 철거하고 청소하며 공간을 꾸릴 때만 해도, 돈과 재미가 떨어질때까지만 해보자라는 의미로 임시공간이라 이름지었는데, 벌써 10년차다. 주변에서 ‘임시’공간치고 오래 한다며 ‘상시공간’이라고 바꾸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인천에서 작은 예술 공간을 만들며, 상상적 지역성을 경계했다. 지역과 미술의 관계를 다층적이고 비평적으로 보기 위한 ‘트랜스-로컬리티’와 자본과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려는 ‘생태-정치’를 주제로 아카이브 리서치를 방법론으로 나름 컨셉과 태도를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원고를 준비하며 인천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들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꽤 많아 짐짓 놀랐다. 공공 기금 심사에서 줄곧 인천에 물리적 공간을 가지고 있어 지역 미술계와 어떤 관계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고, 그때마다 “건강한 긴장 관계요….” 라고 반농담식으로 답하곤 했는데, 지난 10여 년 속 임공이 미술로 관계한 인천들을 돌이켜보니 임공이 인천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術觀 이후 10여 년 만에 드디어 진짜 인천시립미술관仁川市立美術館이 문을 연다니 미술이 지역과 어떻게 관계할지 기대해 본다. 


『人千美述인천미술 : 공간의 공간』 (2022) 표지


《바다의 기억, 땅의 순간, 하늘의 시간》아카이브 전시 전경, 2024


 《웃는돌,고래》 전경,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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