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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천의 얼굴들, 그들의 마음을 듣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인터뷰···“인천 시민의 자부심이 되는 맥주를 만들고 싶습니다”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작성일
2026-06-18

오래된 골목에서 익어가는 인천의 맛

|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인터뷰


인천 중구 해안동의 한 골목. 오래된 창고와 낮은 건물들 사이로 걷다 보면, 문득 시간의 결이 느껴지는 공간 하나를 만난다. 한때는 젊은이들이 몰려들던 신포동과 개항장 일대. 음악이 흐르고, 불빛이 번지고, 사람들이 밤늦도록 모여들던 거리였다. 그곳에 이제 맥주가 익어간다. 단순한 술이 아니다. 인천의 이름을 걸고, 인천의 골목에서, 인천의 시간을 담아 빚어낸 맥주다. 박지훈 인천맥주 대표는 이곳에서 ‘메이드 인 인천’ 맥주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만든 술이 인천 시민들의 자부심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사업 목표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래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이 고향 앞에서 꺼내는 다짐에 가까웠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콘텐츠기획관


오래된 골목으로 돌아온 사람

박지훈 대표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에게 신포동과 개항장 일대는 단순한 사업지가 아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공간이고, 인천이라는 도시의 가장 오래된 표정이 남아 있는 장소다. 1980~1990년대 신포동은 인천의 중심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인천의 명동’이라고 불렀다.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음악과 불빛이 밤거리를 채웠다. 유명한 디스코텍과 술집, 카페들이 골목마다 자리했다. 그 시절 이 골목을 드나들던 한 청춘은 한동안 인천을 떠났다. 서울에서 음악을 했고, 다른 도시에서 일도 했다. 인천 밖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곳은 다시 인천이었다.


“나고 자란 인천에서 사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가 양조장을 세울 장소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조건도 분명했다. 인천이어야 했다. 그리고 바다와 가까워야 했다. 항구도시 인천의 공기, 오래된 창고의 질감, 골목이 품은 기억. 그 모든 것이 그가 만들고 싶은 맥주의 배경이었다. 술에는 지역의 정서가 묻는다. 맥주는 술이 아니라 지역의 언어다 어느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막걸리가 있고, 어느 도시의 이름을 달고 세계로 나가는 와인이 있다. 술은 한 잔의 음료를 넘어, 그 지역의 물과 공기, 사람의 기억을 함께 담는다. 박 대표가 맥주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와인보다 가깝고, 소주보다 가볍고,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 그러나 제대로 만들면 도시의 개성을 가장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는 술.


그에게 맥주는 단순한 주류가 아니라 문화 콘텐츠다.

“맥주는 마시고 끝나는 술이 아니라, 공간과 이야기, 사람의 경험이 함께 만들어내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맥주 역사에서도 인천은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에 맥주가 처음 들어온 시점을 1871년 신미양요 무렵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강화도 앞바다에 들어온 미 군함과 함께 낯선 서양 술이 조선 땅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후 개항을 거치며 맥주는 일본과 서양을 통해 조선에 들어왔다. 1920년대에는 맥주 소비가 늘면서 조선 땅에 맥주 공장을 세우려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인천 지역 유지들은 맥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항구가 있고, 물자가 오가고, 새로운 문물이 가장 먼저 닿던 도시였기 때문이다. 비록 공장 유치는 영등포로 넘어갔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인천이 맥주와 낯선 도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맥주는 늘 개항과 항구, 새로운 문화의 흐름과 함께 움직였다. 그 흐름의 시작점 가까이에 인천이 있었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콘텐츠기획관


개항장에서 빚는 맥주

박 대표가 만든 대표 맥주 가운데 하나가 ‘개항로 라거’다. 이 이름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방향이 담겨 있다. 개항장은 인천의 시작점이다. 낯선 문물이 들어오고, 다른 문화가 만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실험되던 곳이다. 인천의 근대가 시작된 자리이자, 오늘의 국제도시 인천을 설명하는 오래된 출발선이다. 박 대표는 그 이름을 맥주에 담았다. 인천맥주의 양조장이 자리한 중구 해안동과 신포동 일대는 여전히 오래된 건물과 노포, 창고와 골목이 남아 있는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동네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인천의 깊은 맛이 남아 있는 장소다.


“이곳은 어릴 때부터 자주 다녔던 골목입니다. 창고 건물이라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장소가 가진 의미가 컸습니다.” 그는 새것만으로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래된 것들이 남아 있고, 그 안에 새로운 감각이 들어올 때 도시의 매력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래서 낡은 창고는 양조장이 됐고, 잊혀가던 골목은 다시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됐다. 맥주가 익어가는 곳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다. 오래된 인천의 시간을 다시 데우는 공간이다.


인천맥주 양조장 및 판매점 ⓒ콘텐츠기획관


로컬맥주와 로컬음악이 만나는 곳

박지훈 대표의 또 다른 출발점에는 음악이 있다. 그는 한때 음악가를 꿈꿨다. 인천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로컬밴드 음악을 접했고, 그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인천은 생각보다 깊은 밴드 음악의 기억을 가진 도시다. 아웃사이더, 사하라, 블랙신드롬, 블랙홀 등. 인천에서 만들어지고 알려진 로컬밴드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인천은 항구도시였고, 누군가에게는 공업도시였지만, 그에게 인천은 한때 록 음악이 살아 있던 도시이기도 했다.


그 기억은 인천맥주와 만나 새로운 공간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개항로에 라이브 펍 ‘인천맥주 호랑이’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로컬밴드의 정기공연이 열린다. 금요일과 일요일에는 비상설 공연도 이어진다. 사람들은 인천맥주를 마시며 간단한 안주를 곁들이고, 가까운 거리에서 밴드의 연주를 듣는다. 처음부터 모두가 반긴 것은 아니었다. 공연 소리와 밤 시간대의 분위기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었다. 이제는 거리를 지나던 주민들이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는 안으로 들어와 맥주 한 잔과 함께 공연을 즐긴다. 로컬맥주와 로컬음악이 만나는 자리. 그곳에서 개항로는 다시 조금씩 소리를 되찾고 있다.


인천맥주의 또 다른 공간 '인천맥주 호랑이' 내부 ⓒ콘텐츠기획관


인천의 이름을 걸고 만든다는 것

지역 이름을 브랜드에 건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다. 그 이름이 곧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도 처음부터 쉽게 ‘인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지역색을 앞세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전국 시장을 생각하면 더 중립적인 이름이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천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인천 시민들이 인정해주길 바랐습니다.” 인천맥주는 인천 지역의 식당과 가게를 중심으로 판매를 넓혀왔다. 오래된 노포, 지역 상권, 인천을 기반으로 한 매장들이 먼저 이 맥주를 받아들였다. 그 과정은 단순한 유통이 아니었다. 한 도시의 이름을 건 맥주가 그 도시 안에서 먼저 인정받는 과정이었다. 박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유명해지는 것보다 먼저 인천 시민에게 받아들여지는 일이다. 인천 사람이 다른 지역 친구에게 권할 수 있는 맥주. 인천을 떠올릴 때 함께 생각나는 맥주. 그것이 그가 바라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천 시민들이 인천맥주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맥주는 결국 자부심의 문제였다. 


원도심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식

인천맥주의 이야기는 맥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원도심에 대한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다. 신포동과 개항장 일대는 한때 인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도시의 축이 이동하면서 사람도, 상권도, 관심도 서서히 빠져나갔다. 중심이었던 곳은 어느 순간 구도심이 됐다. 박 대표는 그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래된 공간 안에 새로운 문화를 넣었다. 맥주를 만들고, 사람을 불러 모으고, 음악을 울리고, 골목을 다시 걷게 만드는 일. 그것은 원도심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지금도 많은 인천의 밴드와 창작자들은 공연과 기회를 찾아 서울로 향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역 안에서도 문화적 접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로컬브랜드와 로컬콘텐츠가 만날 때, 도시는 다시 자기만의 리듬을 갖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이 자리에서 꿈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그는 인천이 안 되는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있다고 믿는다. 항구가 있고, 개항의 역사가 있고, 다양한 문화가 섞여온 도시. 그 복합적인 정체성이야말로 인천맥주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그의 맥주에는 홉과 몰트만 들어가지 않는다. 오래된 골목의 기억, 항구의 공기, 원도심의 시간, 그리고 다시 울리기 시작한 음악도 함께 들어간다.

호랑이에서 판매 중인 맥주와 굿즈 ⓒ콘텐츠기획관


국제도시 인천, 맥주로 확장되는 가능성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가진 도시다. 사람과 물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도시. 세계와 가장 먼저 닿는 도시. 개항기부터 지금까지 인천은 늘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는 통로였다. 박 대표는 인천맥주가 언젠가 해외에서도 인천을 알리는 작은 매개가 되길 바란다. 이미 외국 사업자들로부터 문의가 오기도 했고, 인천의 관광시설과 협업해 새로운 맥주를 개발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맥주 한 병이 도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로는 한 병의 맥주가 도시를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 여행자가 인천에서 마신 맥주 한 잔을 통해 개항장 골목을 떠올리고, 항구의 공기를 떠올리고, 다시 인천을 기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다. 박 대표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지역 상품이 아니다. 인천을 경험하게 하는 한 잔이다. 


인천의 맛이 된다는 것

인터뷰를 마치며, 박지훈 대표는 다시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그 단어는 여러 번 반복됐지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을 떠났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인천의 이름을 붙인 맥주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제 그는 그 맥주 옆에 인천의 음악을 세우고 있다. 그에게 맥주는 자신의 삶이 돌아온 자리이자, 도시와 다시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그 안에는 지나간 청춘의 기억도 있고, 개항장의 시간도 있고, 앞으로 인천이 써 내려갈 새로운 이야기도 있다. 언젠가 누군가가 인천을 떠올릴 때, 그 기억 한켠에 인천맥주 한 잔이 놓이기를. 그리고 그 곁에 인천의 음악이 함께 흐르기를. 박지훈 대표는 오늘도 그 한 잔을 빚고, 그 무대를 열고 있다. 도시는 사람을 품고, 사람은 다시 도시의 이름을 빚는다. 신포동의 오래된 골목에서 맥주가 익어가고, 개항로의 밤에는 다시 음악이 흐른다.


■ 인천맥주

◎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에 양조장을 두고 있는 지역 수제맥주 브랜드

◎ ‘개항로 라거’ 등 인천의 지명과 지역성을 담은 맥주를 선보이며, 인천의 원도심과 개항장 문화를 알리는 지역 기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 개항로 라이브 펍 ‘인천맥주 호랑이’를 통해 로컬밴드 공연 등 지역 음악 콘텐츠와 결합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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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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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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