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울림, 이제 세계의 어울림으로
“부평의 장단, 이제 세계와 함께 맞추고 싶습니다”
오승재 부평구축제위원회 기획단장 인터뷰
부평역에서 부평시장역으로 이어지는 부평대로. 매년 가을, 부평에서 가장 넓은 길이 잠시 자동차의 자리를 내준다. 평소 차량으로 가득한 8차선 도로 위에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울리고, 풍물패와 예술가, 시민들이 들어선다. 누군가는 장단을 치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구경하던 사람도 어느 순간 행렬에 섞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지고 거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판이 된다.
부평풍물대축제. 올해 서른 번째 판이 열린다. 2026년 제30회 부평풍물대축제의 주제는 ‘30년의 울림, 세계의 어울림’. 시민과 함께 만들어온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이제 그 장단을 세계와 함께 맞추겠다는 의미다.

부평의 거리를 축제로 만든 사람들
부평풍물대축제는 1997년 시작됐다. 출발부터 중심에는 시민이 있었다. 동네마다 풍물을 할 사람들이 모였고, 약 600명의 주민이 길놀이에 나섰다. 백운공원에서 신트리공원까지 이어진 풍물 행렬은 오늘날 부평풍물대축제의 시작이 됐다.
30년이 흐른 지금도 시민은 축제의 중심이다. 부평 22개 동 풍물단을 비롯해 지역의 풍물인과 예술가, 학생과 동호인들이 축제를 함께 만든다. 올해도 시민풍물난장과 대학풍물열전 등 다양한 무대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다.
오승재 단장은 이 힘이 부평풍물대축제를 30년 동안 이어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가 있다.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직접 풍물판에 들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올해 부평풍물대축제 공식 포스터 한가운데서 장구를 치는 사람. 바로 오 단장이다. 실제로 장구를 치는 그는 30주년 축제의 기획을 맡으면서 포스터 속 ‘장구잽이’가 됐다.
“부평풍물대축제는 누군가 공연하고 시민이 구경하는 축제와는 조금 다릅니다. 시민이 직접 축제 안으로 들어옵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가능했던 것도 결국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풍물은 본래 함께하는 문화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도 판에 들어간다. 사람이 모이고, 장단을 만들고, 함께 어울린다. 30년 전 부평의 작은 길놀이가 도시의 대표축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30회 부평풍물대축제 공식 포스터 속 장구잽이로 등장한 오승재 기획단장.
8차선 도로가 거대한 풍물판이 되는 날
부평풍물대축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은 부평대로다. 평소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8차선 도로가 축제 기간에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변한다. 올해도 10월 3일과 4일 부평역에서 부평시장역으로 이어지는 거리가 통째로 축제장이 된다. 곳곳에 공연과 체험공간이 들어서고, 올해는 굴포천까지 축제 공간을 넓힌다.
30주년을 맞아 이 거리에서는 ‘대동풍물한마당’이 펼쳐진다. 부평 22개 동 풍물단과 시민풍물단체, 전국의 풍물인들이 한데 모인다.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 ‘대동(大同)’이다.
“풍물에는 대동이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잘하는 몇 사람이 보여주는 문화가 아니라 함께 장단을 맞추고 어울리는 문화입니다. 30주년에 그 의미를 다시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30년 전에도 시민들이 길을 걸으며 장단을 쳤다. 30년 뒤 다시 같은 거리에서 사람들이 하나의 장단으로 만난다. 각자의 장단이 더불어 하나의 울림이 된다. 거리 전체가 무대고,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다.

풍물은 오래됐지만, 낡지 않았다
풍물이라고 하면 오래된 전통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부평풍물대축제가 보여주는 풍물은 계속 변한다. 전통을 박물관에 가두지 않는다. 지금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꺼내놓는다. 대학생 풍물패가 참여하는 ‘대학풍물열전’, 전통풍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대한민국 창작풍물페스타’가 열리고, 밤에는 풍물과 DJ 음악을 결합한 ‘부평풍물 RAVE’가 거리를 채운다.
“전통의 원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가 즐기고 이어갈 수 있어야 전통도 살아남습니다. 풍물의 장단과 흥은 지키면서 표현하는 방식은 계속 새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풍물을 모르는 시민도 축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악기를 배우고, 공연에 참여하고, 거리에서 함께 놀면 된다. 옛것을 버리는 변화가 아니다. 옛것을 오늘의 것으로 만드는 변화다.

30년의 울림에서 ‘세계의 어울림’으로
30주년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해이자 다음 30년을 준비하는 해다. 부평구는 올해 축제의 역사와 사진, 포스터, 축제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부평풍물대축제 30년사’를 제작한다. 30년의 기록을 남겨 다음 세대가 이어갈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동시에 시선은 밖으로 향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된 이들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축제다. 지난 8월에는 일본 아오모리의 대표 전통축제 네부타 마츠리를 찾아 부평풍물대축제를 알렸다. 시민 참여형 퍼레이드와 야간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해외 축제 관계자들과 교류했다.
이번에는 세계가 부평으로 온다. 세계의 전통문화가 부평에서 서로 만난다. 일본과 프랑스, 싱가포르 등에서 활동하는 풍물단과 해외 민속예술단이 부평의 무대에서 만난다.
“30년 동안 우리 안에서 만들어온 풍물의 힘을 이제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전통문화가 부평에서 만나고 함께 어울리는 축제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세계의 어울림’이다.

서른 살 축제, 다시 출발선에 서다
글로벌축제로 가기 위해서는 해외 공연단을 초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의 사람들이 실제로 부평을 찾아야 한다.
부평구는 올해 외국인 관람객 2,000명을 목표로 해외 홍보와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공연만 보고 돌아가지 않도록 캠프마켓과 부평공원, 부평지하호 등을 연계한 역사투어도 준비한다.
축제를 보러 왔다가 부평을 알고, 부평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도시를 찾게 하는 것. 축제가 도시의 관광 콘텐츠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오승재 단장은 30주년을 ‘완성’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30년 동안 쌓아온 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공동체라는 본래 가치를 지키면서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계속 변화해야 합니다.”
1997년, 수백 명의 주민이 풍물을 치며 부평의 거리를 걸었다. 그 장단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을 모았고, 거리를 바꿨고, 어느새 도시의 문화가 됐다. 그리고 서른 번째 해. 부평은 다시 새로운 판을 벌인다.
상쇠가 꽹과리를 든다. 30년의 울림을 넘어 세계의 어울림으로. 서른 살 부평풍물대축제, 다시 판을 벌인다. “자, 한판 신명나게 놀아보세. 얼쑤.”

■ 제30회 부평풍물대축제
◎ 2026년 10월 2일~4일 (거리축제 : 10월 3일~4일)
◎ 부평대로·굴포천·신트리공원 등 부평 일대
◎ ‘30년의 울림, 세계의 어울림’
◎ 주요 프로그램 - 대동풍물한마당, 대한민국 창작풍물페스타, 시민풍물난장, 대학풍물열전, 해외 풍물단·민속예술단 공연, 부평풍물 RAVE, 부평 역사투어, 30주년 기념전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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