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굿인이 만난 사람 - 박민오 기사
진심이 담긴 동행
‘반디콜’
인천 장애인 콜택시
박민오 기사
글.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사진. 이동진 포토디렉터
저마다 목적지를 가진 차들이 분주하게 지나는 도로 위, 인천의 도로를 묵묵히 밝히는 작은 불빛이 있다. 교통약자들의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는 인천 장애인 콜택시 ‘반디콜’이다.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단순한 운전을 넘어 누군가의 소중한 일상을 연결하는 박민오 기사를 만났다. 하루에도 수십 번 휠체어 리프트를 내리고 올리며 승객의 안부를 묻는 그. 그의 차 안에는 목적지까지의 거리보다 더 깊고 따뜻한 진심이 실려 있었다. 그의 다정한 동행기, 지금 만나보자.

승객들이 장애인 택시가 있어서 너무 좋고 편하다고 많이 이야기하세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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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생업에서 천직으로
인천장애인콜택시 ‘반디콜’ 박민오 기사. 그가 운전대를 잡은 지도 어느덧 16년이 지났다. 한때 남편과 함께 영업용 택시를 몰며 인천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의 여러 어려움 탓에 운전대를 내려놓아야 했던 그. 그때 마침 운명처럼 마주친 것이 바로 장애인 콜택시 기사 모집 공고였다.
“처음엔 먹고살려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운 좋게 합격했을 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죠. 어느새 16년을 하고 있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은 단순한 ‘밥벌이’ 그 이상이 되었다. 그는 일터에 나가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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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로 닦아낸 진심
물론 16년의 세월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몸이 불편한 승객을 모시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잦았다. 이동 중 승객의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이 발생한 적도 있고, 보호자가 당황해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 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박 기사는 묵묵히 뒷정리를 자처했다.
또 어떤 승객은 늘 가던 길로 가지 않았다고 한참 혼을 내기도 한다. 억울할 듯한 상황에도 그는 승객의 입장이 최우선이다.
“운전도 늘 조심히 해요. 휠체어를 탄 승객들은 작은 충격에도 불편하시거든요. 물론 고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한 걸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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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마음상담소
반디콜은 누군가에게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이자, 마음을 터놓는 ‘사랑방’이다. 눈물 젖은 고백이 흐르는 상담소가 되기도 하고, 웃음꽃이 피는 잔칫집이 되기도 한다. 박 기사는 이야기에 맞춰 공감하기도 하고 해결책을 내놓기도 한다.
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보호자들에게도 택시 안은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쉼터가 된다.
“병원 가는 길이 ‘삶의 낙’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이 계셔요. 차 안에서 저랑 수다 떠는 게 유일한 재미래요. 내릴 때마다 제 손을 꼭 잡고 ‘늙은이 얘기 잘 들어줘서 고마워’ 하시는데, 그 한마디에 피로가 싹 가시죠.”
이용자가 한정된 장애인 콜택시 특성상 같은 승객을 자주 만나는 때가 많은데, 오랜만에 만나는 승객들은 마치 객지에 나간 가족을 만난 듯 반가워한다. 점심을 사주겠다며 손을 이끄는 분도 있고, 기사를 위해 정성스레 간식을 싸 오는 분들도 많다.
따뜻한 정이 오가는 박 기사의 차 안. 그 모든 시간이 그가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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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세상을 위해
박 기사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조금 더 유연하고 따뜻해지길 바란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차별의 상처를 안고 차에 오르는 승객들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에 속상함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결코 크지 않음을 강조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다 삼시세끼 먹고, 잠자고, 똑같이 살아가는 귀한 사람들이잖아요.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에게는 소소한 바람이 하나 더 있다. 그저 도로 위에서 반디콜을 마주쳤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주길. 박 기사는 이 시선이나 마음 하나로도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오늘도 따뜻하고 편견 없는 세상을 향해 기분 좋은 시동을 건다.

인천 장애인 콜택시는 최근 ‘반디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다.
(사진. 인천교통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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