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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살아보니 인천입니다 | 창작집단 발아

2026-09-06 2026년 9월호

인천에서 발아하다


창작집단 발아 김채원, 정승원


살다 보니 오게 됐고, 살다 보니 남게 됐다. 특별한 결심 없이 시작된 인천에서의 삶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시간들이 두텁게 쌓였다.

〈살아보니 인천입니다〉는 인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담은 인터뷰 연재다. 

출근길의 새벽바람 냄새, 집 앞 편의점 사장님, 자주 가는 동네마다 쌓인 추억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기억한다. 인천을 만들어가는 시민들의 이야기. 

살아보니 인천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사진. 이재형 포토디렉터



'연극', 두 글자가 두 청춘을 미소짓게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시작된 인천


사람 냄새 나는 동네 한구석. 아기자기 줄지어 놓인 건물들 사이에 ‘연극!’이라 크게 쓰인 창이 눈에 띈다. 추억이 묻은 소품과 온기가 가득한 곳, 창작집단 발아의 공간이다.

여린 새싹이 발아하듯, 연극을 통해 관객들 마음에도 제각기 아름다운 새싹이 피어나길 바라며 지은 이름. 이들은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특화거리 지원사업에 선정돼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을 소재로 한 창작극부터 토론, 바자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채원 대표와 정승원 부대표. 둘은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처음에는 그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연극이든, 공연이든 작업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고 싶었죠. 학교가 인천이라 자연스레 이곳을 택한 것 같아요.”

김채원 대표는 발아의 시작을 떠올렸다.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지만, 딱히 인천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김채원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정승원 부대표도 말을 덧붙였다.

“연극, 예술 공연은 대부분 서울로 가야 하잖아요. 어느 순간부터는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인천에서도 편하게 예술과 연극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어느 순간부터는 인천에서 예술을 

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의 시선 속 인천은 사람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그래서 더 궁금하고 

가까이 가고 싶은 곳이다.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발아’


사람다운 사람


두 청년이 바라본 인천은 어떤 도시였을까. 인천과는 아무 인연이 없었던 김채원 대표는 대학교를 인천으로 다니게 되며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다른 지역에서 작업을 하고 인천에 돌아오면 느껴지는 특유의 짭짤한 바다 냄새가 있어요. 그 냄새가 나면 ‘집이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고향도 아닌데 말이죠.”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인천의 바다 냄새를 설명하던 김 대표. 그에게 인천은 시작의 도시다.

“인천을 개항의 도시라고 하잖아요. 저도 이곳에서 많은 걸 새로 시작했어요. 그만큼이나 의미가 큰 도시예요.”

정승원 부대표는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학창 시절은 다른 지역에서 보냈다. 성인이 되고 다시 인천에 돌아와 보니 인천만큼이나 인간적인 동네는 없었다고 한다.

“인천은 동네마다 분위기도 많이 다른데, 공통점이 있다면 인간적이라는 것 같아요. 조금 추상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사람답달까요?”



청년의 눈으로 그린 인천


‘브레멘 음악대’를 원작으로 각색한 창작극 포스터


〈초록점의 링링〉, 〈당나귀와 사냥개와 고양이와 닭〉, 〈상자소년〉, 〈HOUSEWARMING: 늑대가 나타났다!〉 등은 모두 발아가 차곡차곡 그린 작품이다. 인천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사람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 이들. 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천을 발아만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말한다.

“인천을 기반으로 연극을 하는 청년들이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직 그런 분들이 없어서 저희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울에서는 흔한 광경인데, 인천에서는 흔치 않으니까요. 특별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아직 젊은 두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생각하고 있는 것도, 질문하고 싶은 것도, 꺼내고 놓고 싶은 것도 한가득이다. 또 기대에 부응하듯 찾아와 주고, 바라봐주는 관객과 이웃들이 있어 실패든 성공이든 도전할 작정이다.

처음 공간을 만들던 날, 에어컨이 없어 땀을 뻘뻘 흘리던 날, 극 창작을 위해 신시모도 트레킹했던 날,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지인들과 파티를 이어갔던 날까지 수없이 많은 날이 스쳐 갔다. 여러 날이 모여 이들은 마침내 발아했다.

“이 공간을 만들기 전엔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어요. 근데 시도하고,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더라고요. 무슨 일이든 일단 발을 떼야 하는 것 같아요.”



동네 주민들과 함께 진행했던 바자회


우리가 꼭꼭 숨기고 싶은 각자의 ‘점’에 대한 창작극 <초록점의 링링>


“인천 골목마다 느껴지는 

 느긋함과 예쁜 풍경들을 보면,

 여기에 더 얽혀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알록달록하고 재밌는 도시

‘알록달록하고 재밌는 도시.’ 창작집단 발아가 살아보며 느낀 인천이다. 매우 넓은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인천에서 작업하고 활동한다는 이유 하나로 끈끈한 연을 맺은 인천 예술가들, 공연 안내 포스터를 보고 찾아주시는 동네 어르신들, 몇 번 마주치지 않았는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이웃까지. 두 청년이 인천을 알록달록하고, 재밌다고 느끼는 이유는 많았다.

“향후 몇 년은 인천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인천 골목마다 느껴지는 느긋함과 예쁜 풍경들을 보면, 여기에 더 얽혀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문화예술특화거리 지원사업 3년 차인 창작집단 발아는 내년에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애정이 가득 담긴 공간과 동네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이들. 처음부터 인천을 선택했던 것도, 오래 머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살다 보니 인천이었고, 쌓인 시간이 지금의 발아를 만들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좋아하는 인천의 골목과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이야기가 앞으로도 발아의 작품 어딘가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 오늘도 발아는 인천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궁리하고 있다. 알록달록하고 재밌는 이 도시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자라날지 궁금해진다.


창작집단 발아 랩실

제물포구 참외전로27번길 2 2층    0507-1346-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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