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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에서 인천으로_ 인천광역시 아동참여위원회

2026-09-06 2026년 9월호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 

인천의 오늘이 되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에이이미지스튜디오 165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왼쪽부터 정재인, 배승일, 앞쪽 전지현 

아동참여위원회 위원. 서로 다른 눈높이에서 더 밝은 인천의 내일을 그린다.



‘삐삐삐삐─’ 초록불이 켜진다. 송도국제도시, 아홉 살 전지현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길을 다 건너기 전에 신호가 바뀔까 봐, 남은 몇 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해 질 녘, 청라국제도시. 열세 살 정재인이 호수공원 잔디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해가 기울자 하늘과 호수의 경계가 하나의 빛으로 물든다. “만화나 그림에 나올 것 같은 풍경이에요.”

밤 아홉 시, 남동구 간석동. 열여덟 살 배승일이 학교에서 돌아와 집 앞 작은 공원을 거닌다. 한낮의 열기가 걷힌 산책로에 서늘한 바람이 분다. 늦도록 걷고 뛰는 사람들을 지나칠 때면, 그의 발걸음에도 힘이 실린다. 

세 아이가 매일 만나는 인천은 저마다 다르다. 같은 도시에 머물러도, 눈높이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다르다. 그러다 익숙한 하루 어딘가에서, 작은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든다.

신호등 초록불이 조금 더 오래 켜질 수는 없을까. 이 아름다운 공원을 더 많은 사람이 편안히 누릴 수는 없을까. 밤늦게까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동네가 될 수는 없을까.


인천광역시 아동참여위원회는 그 질문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다. 인천에 사는 열여덟 살 미만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도시를 이야기한다. 지난 8월, 제4기 아동참여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아동참여위원회는 아이들이 직접 정책 제안자로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입니다.” 김경선 인천시 여성가족국장이 아이들에게 따스한 격려를 건넨다. 그동안 이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한 뼘 더 자라난 세 아이를 만난다.

 

매일 아침 눈 뜨며 살아가는 이 도시에서 아이들의 눈에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아이들이 꿈꾸는 인천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 걸음씩 성큼 가까워지고 있다.


 

“몸이 조금 불편한 친구도 우리와 함께 웃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지현(인천미송초 2·아동참여위원회 3기 위원)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실현되는 걸 보니 신기했어요. 아이들의 말로 도시가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정재인(인천해원중 1·아동참여위원회 3·4기 위원)


“어른들이 아이들을 성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자신 있는지 헤아려 주면 좋겠어요”

배승일(재능고 2·아동참여위원회 3기 위원장)



 아동참여위원회 수료증과 위촉장.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이 도시도 함께 자란다.


지난 8월 8일, 제4기 아동참여위원회 발대식. 인천의 내일을 함께 여는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지현(인천미송초 2). 아동참여위원회 3기.

아홉 살 아이의 눈에 인천은 ‘아름답고 반짝이는 도시’다.




우리 같이 놀자’

전지현(인천미송초 2·아동참여위원회 3기)


‘첨벙─’ 여름 한낮, 동네 놀이터에 물방울이 흩어진다. 아홉 살 전지현이 물줄기 사이를 뛰어다닌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놀이터를 가득 채운다. 송도국제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물놀이를 맘껏 할 수 있어서, 이 놀이터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인천미송초등학교 2학년. 발표 시간이 되면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이 끝까지 귀 기울여 준다. “선생님이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좋아요.” 작은 기다림에서 존중은 시작된다. 

주말이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동인천에 간다. 익숙한 동네 풍경과는 달랐다. 반듯하게 뻗은 도로와 높은 빌딩 숲을 벗어나 좁다란 골목 사이로 들어섰다. 차이나타운의 붉은 기둥도 처음 봤다.

“오래된 것 같고, 다른 나라 같기도 했어요.” 신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에게 원도심 골목은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같은 인천인데, 전혀 다른 얼굴이다.


어린 지현이가 마음 쓰이는 친구들이 있다. 놀이터와 학교에서 마주치는, 도움이 조금 더 필요한 아이들이다. “몸이 불편해도 같이 놀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어요. 속상했어요.”

그 마음을 처음 꺼내놓은 건 아동참여위원회 3기 활동 때였다. 저마다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는 자리에서, 지현이도 작은 바람을 담았다.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터, 눈높이에 맞춰 배울 수 있는 수업. 노란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다른 아이들의 소망 곁에 나란히 놓였다.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도 작은 불편이 있다. 횡단보도 앞에 서면 초록불이 금세 깜빡인다. 길을 다 건너기도 전에 신호가 바뀔까 봐, 걸음이 빨라진다. “횡단보도 초록불 시간이 짧아서, 뛰어갈 때가 있어요. 그게 불편해요.” 아이가 경험하는 도시는 그 몇 걸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얘들아, 멋지게 성장하는 너희들이 정말 멋져.” 친구들에게 지현이가 따스한 인사를 건넨다. 지현이가 바라보는 인천은 ‘아름답고 반짝이는 도시’다. 아홉 살의 꿈도 그 안에서 한 뼘씩 자라고 있다.



가장 낮은 눈으로, 가장 먼저 본다.

어른은 스쳐 지나가는 몇 걸음, 초록불이 깜빡이는 몇 초,

함께 놀지 못하고 홀로 남은 아이의 뒷모습.

아이들은 그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다.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에서 손을 잡고 걷는 세 아이. 왼쪽부터 배승일, 전지현, 정재인 아동참여위원회 위원. 

걸음의 속도도, 보폭도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다.


인천시청 앞에서 아동참여위원회 위원들.

저마다의 이름이 적힌 위촉장을 들고 있다.


배승일(재능고 2). 아동참여위원회 3기 위원장.

처음에는 낯설었던 인천이, 익숙한 삶의 터전이 됐다.



내가 살아가는 도시 

배승일(재능고 2·아동참여위원회 3기 위원장)

‘철썩─’ 파도가 밀려왔다. 짭조름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바다 냄새였다.

충주에서 나고 자랐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에는 바다가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인천으로 이사 온 그해 여름 처음 월미도에 갔다. 파도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물빛도, 머리 위를 맴도는 갈매기도 낯설었다. 새우과자를 든 손을 갈매기에게 조심스레 내밀어 보았다. “바다를 처음 봤어요. 끝이 보이지 않아 정말 신기했지요.”

고향을 떠나온 아이에게 인천은 온통 낯선 도시였다. 동네 이름도, 다니는 길도 새로 익혀야 했다. 지하철도 그중 하나였다. 시간이 흐르며, 낯설던 풍경은 하나둘 일상이 됐다. 이제 인천지하철 1·2호선을 타고 도시를 오가고, 학교를 마친 오후면 집 앞 공원을 거닌다. 처음 멀게만 느껴졌던 도시가 어느새 삶 깊숙히 자리 잡았다.


중학생 때 아동참여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내디딘 발걸음이 어느덧 4년, 3기에서는 위원장을 맡았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다 공 하나에 생각이 머물렀다. ‘공 안에 작은 방울을 넣으면 어떨까.’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도 소리를 따라 공을 차고 함께 뛸 수 있도록.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도 조금 달라졌으면 한다. “아이들을 성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자신 있는지 헤아려 주면 좋겠어요.”


해가 기울면 승일이는 공원 산책로를 걷는다. 처음 낯설었던 도시는 이제 매일 걷는 이 길처럼 익숙하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인천이면 좋겠어요.”

밤바람 사이로 사람들의 발소리가 이어진다. 그 사이를 따라 걷는 열여덟 소년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도시를 함께 만드는 아이들 

인천광역시 아동참여위원회 

아이들이 던진 질문에 도시가 답한다. 아동참여위원회는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도시를 들여다보고 의견을 내는 기구다. 2020년, 첫발을 내디뎠다. 인천에 살거나 학교에 다니는 열여덟 살 미만이면 참여할 수 있다. 생활 속 작은 불편부터 아동의 권리까지, 아이들의 눈으로 발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한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약속 하나가 더해졌다. 공공시설을 지을 때, 아동참여위원회가 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례 규정이 마련됐다. 아이들의 말에 그만큼 무게가 실렸다.

지난 8월 8일, 제3기의 활동이 마무리되고 제4기가 새로 시작됐다. 임기는 2026년 8월 13일부터 2028년 8월 12일까지, 2년이다.

도시에 사는 아이에서, 도시를 함께 만드는 아이로. 아이들이 그려갈 인천의 내일은 밝다.

문의 시 아동정책과 032-440-4903



왼쪽부터 전지현, 배승일, 정재인 아동참여위원회 위원.

세 아이가 나란히 앉았다. 

나이도 사는 동네도 다르지만, 인천을 향한 마음은 닮았다.



정재인(인천해원중 1·아동참여위원회 3·4기)

아이들의 의견이 현실이 되는 걸 보며, 인천이 

더 가까워졌다.


아이들은 인천을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아쉬운 것도 솔직하게 말한다.

그 마음이 모여, 인천의 밝은 내일을 그린다.



우리의 바람이 현실로

정재인(인천해원중 1·아동참여위원회 3·4기)

해 질 녘이면 열세 살 정재인은 청라호수공원을 찾는다. 잔디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면 위로 노을빛이 번지고 물빛은 조금씩 깊어진다. “노을 진 하늘도, 싱그러운 풀 내음도 좋아요.”

청라국제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유리창에 하늘이 비치는 높다란 빌딩과 반듯한 거리는 재인이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동인천으로 건너가면 도시의 결이 달라진다. 좁은 골목을 따라 낮은 집들이 이어지고, 그 틈으로 낯선 시간이 비친다. 재인이는 그 풍경 앞에서 걸음을 늦춘다.

“새것과 오래된 것이 한 도시에 나란히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역사책 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

도시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중학생이 되던 해, 아동참여위원회 3기로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4기로 다시 위촉됐다.

“내 생각을 전하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었어요.”

앞서 활동한 아이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그 뜻은 어디까지 실현됐을까. 확인해 보고 싶었다. 찾아간 곳은 인천도시역사관. 몇 해 전, 2기 위원들은 ‘박물관에 놀러 가자’는 바람을 정책으로 제안했다. 어려운 설명 대신, QR코드를 찍으면 캐릭터가 쉬운 말로 전시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전시실 안내판마다 그 QR코드가 붙어 있었다.

“선배들이 낸 의견이 실생활에 반영된 것을 보니 신기했어요. 우리 이야기도 이렇게 현실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요.”

재인의 시선은 가까이 있는 친구들에게로 향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 가운데는 한국어가 서툰 친구도 있다. 낯선 말 앞에서는 자꾸만 머뭇거려야 하는 하루가 조금은 편해졌으면 했다. 쉬운 말로 정보를 전하고, 한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돕는 언어 지원을 제안했다. 

“어디에서 왔든 어떤 말을 쓰든, 인천에서 함께 행복하면 좋겠어요. 우리의 이야기도 언젠가는 현실이 되리라 믿어요.” 

아이들의 작은 바람이 모여, 더 큰 내일을 연다. 그 곁엔, 인천시가 있다.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세 아이의 발걸음이 가볍다.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함께 살아갈 인천을 그린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 그 기준

아동친화도시 인천

아동친화도시란, 아이가 안전하게 보호받고 마음껏 배우고 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시를 뜻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정한 네 가지 권리 —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 가 얼마나 충실히 지켜지는지가 기준이다.

인천은 지난해 12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올해는 5대 추진전략과 7개 정책영역을 바탕으로 42개 중점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부터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지원까지, 아이들의 하루와 맞닿은 정책들이다. 그 안에는 아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아동참여위원회도 있다. 한 아이의 오늘이 모여, 인천의 내일을 만든다.

문의. 시 아동정책과 032-440-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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