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굿인이 만난 사람
수화기 너머의 거짓을 쫓다
부평경찰서 김인식 경위
수화기 너머의 낯선 목소리가 평범한 일상을 흔든다. 수사기관을 사칭해 불안을 심고, 가족인 척 믿음을 이용하는 보이스피싱. 그렇게 흔들린 시민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20여 년간 쌓은 수사력으로 범죄의 흔적을 쫓는 이가 있다. 끈질긴 집념과 따뜻한 마음으로 시민 곁을 지키는 사람. 부평경찰서 김인식 경위를 만났다.

범죄의 고리를 끊는 집념
유도장에서 코치로 일하던 김인식 경위는 수강생으로 만난 한 경찰관의 권유로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했다. 2003년 경찰에 입문해 형사가 된 뒤 강력계와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쌓은 추적 경험은 지금의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로 이어졌다.
“보이스피싱은 범인의 동선을 따라가는 현장 수사가 중요하거든요. 동료들이 제게 보이스피싱 업무를 전담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베테랑의 수사력은 개별 사건 뒤에 숨은 범행을 밝혀내는 데서 빛났다. 2024년 금융기관 사칭 사건에서는 중국으로 달아난 전달책을 추적하고, 상품권 회사를 앞세운 자금 세탁 범행을 밝혀 전국의 미제 사건 476건을 해결했다. 약 1년간 쌓인 수사 기록은 8만 6,239쪽. 피해 지원 사업 연계에도 힘쓴 그는 2026년 1월 ‘서민경제 수호 영웅상’을 받았다. 캄보디아 조직과 연결된 자금 세탁 사건에서도 약 10개월간 수사해 범죄 자금 약 41억 원을 추징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건으로 만나, 안부를 묻는 사이로
김 경위에게는 수사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 남은 인연이 있다. 검사를 사칭한 범인에게 속아 수표를 건넨 한 시민과의 인연이다. 가족에게 알리면 자녀까지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에 누구에게도 피해를 털어놓지 못한 그는 김 경위를 찾아와 울며 도움을 청했다.
“저희 어머니하고 동갑이시더라고요. 가족들이 알면 안 된다며 우시는데 마음이 쓰였어요. 어머니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돈을 건넨 장소 주변에는 CCTV가 거의 없었다. 김 경위는 멀리서 찍힌 영상까지 살펴 범인이 탄 택시를 추적하고 수거책을 검거했다. 피해자는 지원과 합의 등을 통해 피해금 일부를 회복할 수 있었다.
사건을 계기로 맺어진 인연은 수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고맙다며 종종 찾아와 인사를 건네면 김 경위는 차 한 잔을 권하기도 한다. “늘 빈손으로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오가다 힘드시면 차 한 잔 하고 가시라고요. 이제는 한동안 안 오시면 궁금해서 제가 먼저 전화해요. ‘어머니, 뭐 하세요?’ 하고요.”

인천시민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김인식 경위는 언제, 어디서나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
피해자를 만날수록 김 경위는 예방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범인을 잡아도 해외로 빠져나간 돈을 돌려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도 평범한 시민을 범죄로 끌어들인다. 서류나 물건을 전달하면 건당 10만~30만 원을 준다지만, 실제로 옮기는 것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일 수 있다. 김 경위는 은행의 수표 발급 신고로 시작된 수사에서 고령의 가담자들을 잇달아 검거하기도 했다. 그는 높은 보수에 이끌려 의심스러운 일을 계속하거나 통장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스럽거나 이미 피해를 입으셨다면 꼭 경찰에 알려 주세요. 어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편히 연락주시면 됩니다. 경찰은 늘 시민들 곁에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김 형사’를 지켜준 가족이라는 울타리
시민의 일상을 돌보는 김 경위의 곁에는 가족의 뒷받침이 있었다. 귀가가 자주 늦어 두 아들은 아내가 주로 돌봤지만, 아내도 아이들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놀리듯 자신을 ‘김 형사’라고 부르는 가족들이 그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런 가족의 응원과 피해자들의 감사 인사가 바로 김 경위가 현장을 지키는 힘이다. “이제는 피해자분들이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 가장 행복합니다. 제복을 벗을 때까지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경찰로 시민들 곁에 남고 싶습니다.”
가족이 보내준 응원, 피해자가 건넨 고마움, 사건 뒤에도 이어지는 안부. 그 마음들이 오늘도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그의 방패를 따뜻하게 한다.
이럴 때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세요!
금융기관 사칭 - 저금리 대출이나 대환대출을 약속하며 기존 대출금 상환과 보증금, 수수료 등을 요구할 때
수사기관 사칭 - 전화로 검사·경찰·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며 범죄 연루를 이유로 현금이나 금품을 요구할 때
가족·지인 사칭 - 휴대전화 고장 등을 핑계로 앱 설치나 계좌번호·비밀번호를 요구할 때
의심스러운 전화는 즉시 끊고, 메시지에 담긴 링크는 누르지 마세요. 피해가 의심되면 경찰(112)에 신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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