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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소한 인천 이야기-인천 지명

2020-10-05 2020년 10월호

수리고개에서 ‘싸리재’로


싸리재는 흔히 ‘옛날 이곳에 싸리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 풀이되곤 한다. 하지만 싸리재는 높은 곳 또는 맨 꼭대기를 뜻하는 단어 ‘수리’에서 변형된 이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리는 고구려어에서 나온 순우리말이다. 추석을 순우리말로 한가위라고 하듯, 단오는 순우리말로 수릿날이라고 한다. 이는 태양이 높은 하늘의 한가운데, 즉 머리 꼭대기에서 똑바로 내리쬐는 날이기에 붙은 이름이다. 이처럼 수리는 지금도 머리의 맨 위를 뜻하는 정수리 등의 단어에 쓰이고 있다. 하늘을 높이 나는 독수리도 높은 곳을 날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싸리재도 수리재가 싸리재로 발음이 변했기에 ‘싸리나무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싸리재나 수리재의 ‘재’는 고개나 산마루와 같은 뜻의 순우리말이다. 수리라는 땅 이름은 대개 산처럼 높은 곳을 뜻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높은 곳이 아니라도 주변 지역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이면 수리라 부르기도 했다. 동네에 있는 여러 동산이나 봉우리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곳을 흔히 수리라고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수리봉, 수리산, 수리재, 수리고개 같은 이름이 그토록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싸리재는 나직한 언덕 지대여서 높은 고개라고는 말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주변 지역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이면 수리라는 말을 붙이기도 했기에 이런 이름이 생긴 것이다. 결국 싸리재란 ‘수리고개’, 곧 ‘높은 고개’라는 뜻이다. 사실은 이러하나, 사람들은 이곳 싸리재가 싸리나무와 관계된 곳이라고 들어왔기에 한자로 이름을 바꿀 때도 ‘杻(싸리나무 축)’자에 ‘峴(고개 현)’자를 써서 ‘축현(杻峴)’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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