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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의 생태계, 세계를 지키다 ⑤ 꿀벌, Let it Bee

2023-05-01 2023년 5월호


꿀벌을 지키는 일, 세상을 살리는 길

Let it Bee!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엔 무수한 동식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공존한다. 새가 없으면 해충이, 최상위 포식자가 없으면 초식동물이 크게 늘어난다. 먹이사슬이 붕괴돼 생태교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인천시는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들어가자는 ‘탄소중립’을 정부 목표보다 5년 앞당겨 선언한 탄소중립 선도도시다. <굿모닝인천>이 2023년 세계를 지키는 인천 생태계를 탐구한다. ‘5월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다섯 번째 생태 탐험 대상은 ‘꿀벌’이다.

글 김진국 본지 편집장│사진 홍승훈 포토그래퍼


꿀벌 탐험대가 떴다. 지난 4월 22일 인천광역시 육아 동아리 ‘우아한’(우리 아이를 위한 한 시간) 소속 어린이들이 인천대공원에서 꿀벌을 관찰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 ‘우아한’ 꿀벌 탐험대가 떴다
“꿀벌은 우리가 지켜줄 거예요.”

지난 4월 22일 오전 10시 인천대공원 수목원 솔문 앞.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들뜬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뒤 아웃도어 차림을 한 남녀 두 명이 경쾌하게 걸어온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꿀벌의 세계를 탐험할 인천대공원 박현규 연구사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반가워요. 저는 인천대공원 양수진 해설사입니다. 지금부터 즐거운 꿀벌 탐험을 시작해 볼까요?”
꿀벌 탐험 프로그램 ‘Let it Bee’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인천광역시청 육아 동아리 모임인 ‘우아한(우리 아이를 위한 한 시간)’이 봄철을 맞아 마련한 행사였다.
아이들이 꿀벌을 만나기 위해 연구사와 해설사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맑게 갠 봄날 푸른 공기를 마시며 꽃과 하늘을 살펴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봄 하늘을 닮아 있다.
10여 분 만에 꿀벌 탐험대가 도착한 곳은 형형색색의 모란이 피어 있는 꽃밭. 탐스러운 꽃송이 위로 꿀벌들이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다.
“여러분, 꿀벌이 왜 중요한지 아는 사람?”
“꿀벌이 있어야 과일을 먹을 수 있어요~.”
“달콤한 꿀을 주는 소중한 곤충이에요.”
“맞아요, 우리 어린이들 정말 똑똑한걸요? 꿀벌이 사라지면 열매가 안 열리고 나비효과가 일어나서 인간도 살아갈 수 없어요.”
해설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눈 아이들이 확대경을 통해 벌들의 수분 활동을 관찰한다. 꽃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쓰거나 다리에 잔뜩 묻힌 채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꿀벌들을 본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이날 행사는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꿀벌과 꽃, 생태 순환의 소중함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우아한 회장인 유준호(45) 인천광역시 공보담당관은 “소중한 꿀벌이 많이 폐사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아이들과 함께 깨끗한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공감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모란 꽃밭에서 꿀벌을 관찰하고 있다.



꿀벌은 인간이 먹는 식용작물의 수분 75%를 담당한다. 꽃가루를 묻힌 채 꿀을 채취하고 있는 꿀벌(인천대공원)


# 잇단 꿀벌 폐사로 시름 깊어지는 양봉 농가

“부~웅, 붕-붕-붕!” 지난 4월 18일 오후 2시 강화군 강화읍 새말길 15번길 25.
고려궁지 북산 자락 끝에 나란히 놓은 벌통 주변에서 수백만 마리의 꿀벌이 요란한 날개 소리를 내며 비행을 하고 있다. 이곳은 김인식(66) 한국양봉협회 인천광역시지회장의 양봉장이다.
“벌들은 자극하거나 위협하지만 않으면 절대 쏘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김 회장이 건네준 망사 모자를 쓰고 그가 시키는 대로 벌통 가까이 다가갔다. 몇 미터 떨어져서 볼 땐 위협적이었는데 막상 가까이 다가서니 벌들이 예쁘기만 하다.
김 회장이 꺼내 보여준 직사각형의 벌집엔 한가운데 노란 색깔의 여왕벌이 있고 여왕을 둘러싸고 수천 마리의 벌이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다.
“예쁘죠? 이렇게 예쁜 녀석들이 죽는 걸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니까요.”
벌통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니 여기저기 벌집이 쌓여 있다. 어림잡아 100통은 훨씬 넘는 것 같다. “벌들이 다 죽어버려 비어 있는 벌통입니다. 재작년까지 200통 정도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벌들이 죽기 시작해 150통 넘게 텅 비었고, 지금은 40여 통 남았어요.”
김 회장은 “이상기온, 바이러스, 농약, 진드기 때문에 꿀벌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다”며 “‘양봉육성법’이 몇 년 전 생겼지만 소, 돼지와 같은 가축이나 닭과 같은 조류와 달리 피해 보상을 해주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엔 크고 작은 120여 양봉 농가가 있는데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기후변화 등으로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강화도에서 양봉을 하는 김인식(66) 씨가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꿀벌은 사회성이 높은 곤충이다. 한가운데 노란 벌이 여왕벌이다.


# 아인슈타인의 경고, “꿀벌이 없으면

인류 생존 기간 4년 넘기지 못할 것”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 생존 기간은 4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꿀벌은 야생식물의 90%, 식용작물의 75%의 수분受粉(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어서 열매를 맺는 현상)을 담당한다. 인간이 먹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1종이 꿀벌을 통해 생장하는 것이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꿀벌이 373조 원의 식량 재배에 기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꿀벌이 사라질 경우 식량의 3분의 2가 사라지고 초식동물의 개체 수가 연쇄적으로 감소하며 육식동물까지 멸종해 지구 생태계가 대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양봉 농가 1만 2,700여 곳 중 82%인 1만 546곳에서 겨울을 나던 꿀벌들이 사라졌다. 약 176억 마리가 없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대 이후 꿀벌 집단 폐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다. 꿀벌이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피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집단면역 약화와 살충제 과다 사용도 꿀벌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꿀벌은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묻히는 ‘수분’ 활동을 통해 야생식물 90%의 열매를 맺게 해준다.



어린이들이 꿀벌을 관찰하며 인천대공원 양수진 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인간은 무수한 동식물과 연결돼 살아가,

지속 가능한 환경 만들어가야

그렇다면 꿀벌과 공존하는 길은 무엇일까.
국립 인천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인 꿀벌 전문가 권형욱(54) 매개곤충자원융복합연구센터장은 “꿀벌의 매개로 채소·과일 같은 식량 70%를 생산하는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꿀벌의 소실은 식량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온다”며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는 한편 기후변화에 강한 저항성이 있는 꿀벌 품종을 국내에서 개발하려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연구 센터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꿀벌 폐사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스마트 양봉 기술과 양봉 사료 개발, 토종 벌꿀 표준 연구와 양봉 경제성 평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지구는 인간과 무수한 동식물이 밀접하게 연결돼 공존하는 별이다. 한 마리의 꿀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탄소중립과 같은 전 지구적 환경 사랑 실천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꿀벌과 공존하려면 탄소중립 등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 농약 사용 자제와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꿀벌이 꿀을 따고 있다.



꿀벌 한 마리가 다리에 꽃가루를 매단 채 꽃으로 날아들고 있다.



인천광역시 육아 동아리 ‘우아한’ 소속 어린이들이 꿀벌 관찰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환경 칼럼

곤충이 없다면…

글 노형래 환경 칼럼니스트

꿀벌뿐 아니라 나비, 반딧불이 등 곤충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꿀벌은 우리가 맛있게 먹는 열매와 달콤한 꿀을 주는 매우 이로운 곤충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식량도 고갈된다. 최근 빈번한 꿀벌 실종 사건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꿀벌을 포함해 곤충은 그 지역의 환경 척도를 알려주는 ‘환경 지표종’이다. 곤충이 사라진 지역에선 어떤 생명도 살아가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곤충 가운데 하나가 ‘반딧불이’다. 우리 어린 시절, 숲속의 작은 요정처럼 신비롭게 반짝이며 한밤중 숲속을 밝혀주던 반딧불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이는 반딧불이의 서식지인 논과 천연 수로, 습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너무 환한 불빛 때문에 짝짓기 할 상대를 잘 찾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실제 매년 6월이면 계양산 숲속에서 자주 발견되던 애반딧불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천 도심에서 애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계양산이었는데 그곳에서조차 발견할 수 없다면 인천에서 자생하는 애반딧불이는 멸종했다고 봐야 한다.
애반딧불이와 같은 운명에 처한 인천시 보호종곤충은 모두 7종이다. 늦털매미, 대모잠자리, 톱
사슴벌레, 늦반딧불이, 큰주홍부전나비, 사슴풍뎅이, 아이누길앞잡이 등이 그것이다. 인천시 보호종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에서 이들을 찾아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7종 곤충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시민들의 환경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이러한 절박함 속에 애반딧불이를 10년 넘게 복원하고 있는 인천대공원사업소 수목휴양팀의 노력이 가상하다.
인천대공원사업소는 매년 애반딧불이 2,000마리 정도의 유충을 들여와 사육시설에서 정성껏 키운다. 애반딧불이가 성충이 될 때까지 자식 키우듯이 키우고 있다. 인천대공원은 어쩌면 인천에서 유일하게 남은 애반딧불이 서식지가 될지도 모른다.
밤하늘을 수놓는 은하수의 별처럼 우리의 숲이 애반딧불이로 미리내처럼 반짝일 때 인류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형래 /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대표, 해양문화교육협동조합 이사장, <바다 그리고 섬을 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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