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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리포트 : ‘제11회 춘추시낭송회’ 스케치

2026-01-28 2025년 12월호

제물포구락부를 ‘시’로 물들이다


글. 백형찬(전 서울예술대 교수) 사진. 이준숙 외



시와 노래가 어우러져 더 풍성해진 낭송회


응봉산은 겨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입동이 지나서 그런지 그 커다란 플라타너스도 큰 잎을 떨구고 있었다. 낭송회는 따듯한 햇살을 받는 제물포구락부에서 열렸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시낭송회가 열렸다. 그때도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가고, 구락부 뒤뜰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시낭송회를 하는 날, 하늘은 윤동주의 시처럼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춘추시낭송회’는 2014년부터 인천에서 문학 활동을 해왔다. 초창기 회원은 제물포고 15회 동기들이었다. 그들은 ‘돌대가리계’란 모임의 대여섯 명 회원들로 제물포고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이었던 길영희 선생의 정신을 기린다는 취지로 모였다(길 교장의 성격이 워낙 강직해서 별명을 ‘돌대가리’라고 했다). 춘추시낭송회의 꿈은 인천시를 ‘시 낭송 시’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춘추시낭송회는 매년 인천 지역에서 시문학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초청해 낭송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가 열한 번째 낭송회이다. 시만 낭송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도 곁들인다. 그래서 ‘음악과 함께 하는 춘추시낭송회’이다.

낭송회 시작을 음악으로 열었다. 숭의교회 이선목 담임목사가 자신의 자작곡 ‘인천은 내 사랑’을 불렀다. “인천은 내 고향 내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살던 곳 친구들과 언제나 함께했던 곳 언제나 웃음꽃이 피었죠….” 인천에 대한 찐한 애정이 담긴 열창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첫째 마당에서는 이도희가 ‘나는 내가 되어 영원히 빛나고’(이계영 시), 김택진이 ‘눈물나게 감사합니다’(작자 미상), 정기현이 ‘해피 버스데이’(오탁번 시), 정준택이 ‘님의 침묵’(한용운 시)을 낭송했다. 이어서 조윤한이 하모니카로 ‘섬집아기’와 ‘오빠생각’을 연주했다. 하모니카 소리는 관객들을 아련한 추억으로 데리고 갔다. 둘째 마당에서는 똑같은 야구복을 입은 인천중학교 학생들이 시를 낭송했다. 최이준이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시), 홍우택이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나태주 시), 최재원이 ‘꽃’(김춘수 시)을 낭송했다. 학생들은 전날 모여 열심히 리허설을 했다. 그 때문인지 시 낭송에 감정이 녹아 들어가 관객들로 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지도 교사도 참석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손주를 응원하러 왔다. 이어서 유태영·한창수·허영조(고교 동기) 트리오(통기타와 베이스 기타)가 폴 사이먼의 ‘The Boxer’를 연주했다. 유서 깊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올드팝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제11회 춘추시낭송회에 참석한 회원들


낭송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셋째 마당이 펼쳐졌다. 인성헌吝醒軒 시인들이 각자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작년에는 박미산 시인과 인일여고 졸업생들을 초청해 시를 낭송했다. ‘인성헌’은 인천이 낳은 천재 시인 김영승의 당호堂號이며 팬들과 제자들이 만든 순수한 문학 카페 이름이다. 회원 수가 현재 1,000명을 넘었고, 올해 인천에서 문학 활동을 한 지 23주년이 되었다. 김원옥 시인이 ‘내 생의 철길’, 최일화 시인이 ‘반 박자 느린 사람’, 유정자 시인이 ‘새’, 류운정 시인이 ‘3월’, 조성미 시인이 ‘옥상 밟기’를 각각 낭송했다. 이어서 테너 박준현이 가곡 ‘고향의 노래’를 불렀다.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뭇 서리 내리고~” 무척이나 서정적인 노래라 관객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적셔주었다. 마지막 네 번째 마당에서는 심상렬이 ‘밤의 이야기’(조병화 시), 안용섭이 ‘겨울 강가’에서(우미자 시), 김대

진이 자작시 ‘여운餘韻’, 이재관이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 시), 백형찬이 ‘반백 년이 흘러 다시 만나며’(양문규 시)를 낭송했다.

시 낭송이 끝나자, 출연자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각자의 소감을 발표했다. 인천중학교 학생들은 너무도 솔직하게 소감을 발표해 관객들로부터 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한 학생은 “시 낭송이 이렇게 재밌고 즐거운지 오늘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춘추시낭송회 회장(김수영)은 출연한 학생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증정했다. 깜짝 출연으로 호주에서 출판기념회 참석차 온 이계영 시인이 시낭송회 참관 소감

을 얘기하고는 즉석에서 자작시를 낭송했다. 그러고는 참석자들에게 ‘명화로 보는 마음 챙김’ 시집을 선물했다. 낭송회 마지막 순서로 출연자와 관객 모두 ‘과수원길’을 합창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었네. 하이얀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합창하는 목소리에는 늦가을의 정취가 촉촉이 배어있었다. 낭송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차가웠다. 그렇지만 낭송회의 그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마음은 따듯했다. 어두워진 저녁하늘 밑으로 저 멀리 월미도가 보였다. 인천 앞바다는 어느새 ‘시의 바다’가 되어 색색의 불빛에 출렁이고 있었다.


제11회 춘추시낭송회가 열린 제물포구락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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