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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건너 골목길 지나, 갤러리에 이르다
시장 건너 골목길 지나,
갤러리에 이르다
중구 신포시장 가까이 오래된 칼국수집 골목에 가면 작은 갤러리 ‘유네스코 에이.포트(UNESCO A.poRT)’가 있다. 이곳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기나긴 세월 살아 온 이야기가 예술과 어우러져 역사가 되어 흐른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홍승훈 자유사진가
후미진 골목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다
갤러리를 찾아 골목길을 헤맨다. 활기 넘치는 신포문화의 거리를 지나 신포시장을 가로질러 후미진 칼국수집 골목에 들어선다. 유네스코 에이.포트(UNESCO A.poRT)는 여느 갤러리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없이 후미진 골목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마주했을 때 더 반갑다. 우연히 골목길을 지나던 사람이라면 예기치 못한 오아시스를 만나는 기쁨을 맛보리라.
‘유네스코 에이.포트(UNESCO A.poRT)’ 가 중구 신포시장 가까운 오래된 칼국수집 골목에 지난달 6일 문을 열었다. 작은 갤러리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 일본식 낡은 2층 목조 건물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 새벽 하루를 시작하고 늦은 저녁 일을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한잔 걸치며 피로를 푸는 보통 사람들의 삶. 그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 80여 년 살아 온 이야기가 문화와 역사가 되어 질퍽하게 배어 있다.

오래된 칼국수집에서 인천을 찾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칼국수집이었어요. 그 후 재개발의 바람을 피해 오히려 방치돼 있었지요. 그 끊어질 듯 했던 역사를 예술로 이어가려 합니다.” 갤러리의 아트디렉터인 작가 이탈은 개인작업실을 찾던 중 우연히 이 곳을 발견해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뜻을 유네스코인천시협회가 받아들여, 유네스코인천시협회 부설 비영리 전시공간 유네스코 에이.포트가 탄생했다. 이곳은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동시대 작가를 초대해 인천의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국제예술과 교류하며 문화예술 활동을 폭넓게 지원하게 된다.
“인천 정체성 찾기의 일환입니다. 신포동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생과 예술을 논하던 곳으로 한때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자양분 역할을 했습니다.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단절된 도시의 생명을 예술로 다시 살리려 합니다.” 유네스코인천시협회 하석용 회장은 유네스코 에이.포트를 기점으로 신포동에 보석 같은 예술공간을 하나 둘 만들어 인천 본연의 모습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날’을 그리며 바라보는 창 너머 오래된 골목길에 햇살이 곱게 떨어진다.

골목에 예술을 꽃피운 사람들. 왼쪽부터 아트디렉터 이탈, 큐레이터 이라파엘,
유네스코인천시협회 회장 하석용, 후원인 치과의사 이계혁
삶, 역사가 되어 흐르다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 그 시작인만큼 개관 전시에 많은 고민이 따랐다. 그래서 ‘예술이 늙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천의 원로작가 세 분을 모셔 릴레이 개인전을 열기로 했다. 작가들이 사전에 간담회를 열어 전시의 방향과 내용, 형식을 정했다. 전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전시회는 지난 5월 강하진를 시작으로, 이번 달 12일까지 김경인, 이달 17일에서 다음달 3일까지 홍윤표 작가 순으로 열린다. 각각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세 사람의 치열한 고민과 열정이 살갗에 닿듯 전해진다.
칼국수집에서 갤러리로 오늘을 살고 있는 여든 살 먹은 건물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새로 지은 건물이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주고 있다. 그렇게 신포동 골목길은 지나온 날과 오늘을 사는 이 순간이 켜켜이 쌓여 역사가 되어 흐르고 있다.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7시 /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관)
가는 길 : 전철 1호선 동인천역 2번 출구. 신포시장 뒤편 신포순대
본점 바로 옆으로 난 좁은 골목길 일명 칼국수집 골목으로
들어간다.
문의 : 762-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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