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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나를 지탱하는 힘

2011-08-29 2011년 9월호


가족은 나를 지탱하는 힘
배우 인상희

 


아버지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제철회사에 다녔다. 시커먼 공장에서 전국에서 모인 쇳덩이를 용광로에 넣고 뜨겁게 녹여 쇳물을 만들었다. 소년은 그렇게 힘겹게 삶을 지탱해야 하는 아버지가, 그래도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가난이 싫었다. 그런 그가 남의 집에서 얻어 보던 텔레비전 속 세상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헤지면 깁고 또 기워야 하는 남루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년은 배우를 꿈꾸었다.
무면허 외과의사, 시골가게 주인, 사기꾼 박씨, 경찰 4…. 배우 인상희(본명 이상희)의 스크린 속 삶은 어릴 적 그가 그리던 꿈처럼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단역일지라도 관객들은 자꾸 그에게 시선이 가고 정이 느껴지고 잔상이 어린다. 그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개성과 바닥부터 쌓아 온 연기력이 탄탄히 받쳐 주기 때문이다. 충무로에서 잘나가는 조연 대부분이 그렇듯 그는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다. 스무 살 나이에 단원모집 공고를 보고 극단 엘칸토에 입단해 줄곧 연극판에서 뒹굴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가 됐다.
“연극을 하면서 늘 배고팠어요. 그러다 힘든 삶을 견디지 못하고 아내가 어린 자식을 데리고 집을 나갔지요. 정신이 번뜩 들었어요. 가족을 찾아야 했고 다시 일어서야 했어요.”
살기 위해 시작한 제2의 연기인생에서,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으며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고 있다. 드라마 ‘국가가 부른다’, ‘바람의 화원’, 영화 ‘추격자’, ‘차우’, ‘마이파더’…. 대부분 대중과 평론으로부터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배우가 되는 꿈을 키웠다. 단 자기는 ‘아빠처럼 가난한 배우가 아닌 부자배우’가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열일곱 아들의 미래를 위해 부모는 어렵게 미국 유학길을 마련했다. 그런데, 그 아들이 타지에 간 지 3개월이 안 돼 이 세상에는 없는 존재가 되어 돌아왔다. 그의 눈에 아픈 눈물이 맺힌다. 가슴이 먹먹하여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긴 말을 이을 수 없다.
이상희는 아직도 아들이 몰던 까만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 사람들은 잊으라 하지만 그는 “왜 버려야 하냐”고 되묻는다. 버릴 수 없는 아들을 더 깊숙이 새기기 위해 그는 무대를 준비한다. 연인같은 엄마와 아들의 뜻하지 않은 마지막 여행이야기 ‘해피버스데이 투 유 101’,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서구문화회관 에서 공연한다. 가슴속 깊이 또 가까이서 그의 곁에 머무르는 가족은, 배우 인상희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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