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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 연극배우다

2011-09-30 2011년 10월호

 

나는 할머니 연극배우다

학산문화원 실버연극단 어르신 윤순자

 

글 이용남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윤순자 어르신(76)은 학산문화원의 최고령 배우다. 격동의 인생 역정을 헤쳐 온 윤 할머니에게 연극은 자신이 걸어 온 삶의 결정체이자, 현재를 살고 있는 어르신 세대가 겪은 인생의 이야기다. 연극 속 윤 할머니는 바람난 남편 때문에 애들 데리고 죽도록 고생만 하는 아내, 딸에게 얹혀 살면서 온갖 구박을 당하는 홀어머니, 장터에서 장사하는 가난한 할머니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 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100만송이 장미’. 시집 안 간 노처녀 딸하고 같이 사는 홀어머니 역할이었다. ‘드라이크리닝을 해야 할 빨래를 물빨래했다’고 딸에게 구박받으며 서럽게 사는 역이었지만 설움 당하는 연기를 잘 소화해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윤 할머니는 독립영화 ‘파마’에도 출연했다. 돈이 없어 아들을 장가 못 보낸 가난한 할머니역이었다. 재개발 보상금으로 베트남 아가씨를 데려와 아들과 결혼시켰으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베트남 며느리를 못살게 구는 독한 시어머니 역이었는데, 작품 평가가 좋아 영화계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드는 베테랑 연극인이지만 연극을 하기 전 40년은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그런 할머니가 연극을 접한 것은 5년 전 학산문화원 실버연극단에 응모하면서다. 남들은 인생을 정리하고, 관조할 나이인 72세에 연극에 도전했다.
안하던 일이라 두렵고, 대사를 외우는 것도 힘들고 어려웠지만 다시 한번 내 인생의 전성기에 도전한다는 결심으로 대사를 100번씩 외우고 연기를 배워 현재까지 50편 넘게 무대에 올랐다.
학산문화원 실버연극단은 양로원, 요양원 등을 순회하면서 공연한다. 몸이 아파 고생하고, 힘든 노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지만 정작 위로받는 건 할머니 자신이다. 자신보다 어린나이에 중풍, 치매로 꼼짝없이 누워있거나 병치레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아직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다.
슬프거나 나빴던 것은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는 윤할머니는 연극 때문에 늙지않고 건강하게 사는 자신의 삶을 축복하고 기뻐하며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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