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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낭만은 스케이트를 타고
겨울, 낭만은 스케이트를 타고
시리도록 투명한 얼음판 위. ‘스윽스윽’ 스케이트 날이 쓸고 지나는 소리와 청량한 바람이 뒤섞여 겨울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달빛을 품은 듯 눈부신 아이스링크 위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겨울 이야기.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공항 그 안은 지금, 봄날
인천국제공항 사계절 스케이트장
한겨울 낭만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곳이 아이스링크다. 별이 총총 뜬 하늘 아래 눈부시게 펼쳐진 새하얀 은반. 사람들은 그 안에서 키득거리고 또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 주며 도타운 정을 나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야외 아이스링크 못지않게 낭만적인 곳이 있다. 지난해 교통센터에 공항으로는 세계 최초로 개장한 사계절 스케이트장으로, 이미 입소문을 타고 ‘즐겨찾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981m² 규모로 한번에 150명이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 얼음이 아닌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져도 충격이 덜하고 옷이 젖을 염려가 없다. 여기에 링크 안 무대에서 비보이(B-boy), 재즈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려 즐거움을 더 한다.
세상이 검기울 무렵, 전구 옷을 입은 나무가 일제히 불을 밝혀 은반 위를 비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유히 스케이트를 타는 한 남자가 보인다. 아담(캐나다·28)씨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으로 모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을 찾았다. ‘얼음의 나라’에 사는 이답게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한편에서는 사내아이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스케이팅 삼매경에 빠졌다. 평택에 사는 정찬우(8)군은 아빠와 함께 일본으로 가는 고모를 배웅하러 공항을 찾았다. 그리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햄버거 먹을래 스케이트 탈래, 라고 묻는 아빠의 질문에 스케이트를 선택했다. 공항은 단순한 여행의 출발점이자 마침표가 아닌, 하나의 여정으로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에 저마다의 사연을 아로새기고 있었다.
이왕 공항에 왔으니 기분을 더 내보자. 스케이트장 바로 옆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최근 문을 열었고 근처에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몰이 들어서 있어 즐겁게 한나절 보내기 충분하다. 여기에 발걸음을 2층으로 옮기면 실내정원 ‘스타가든’이 봄날처럼 싱그럽게 펼쳐져 있다. 1천660㎡ 규모에 자생초화원, 아열대원, 수경정원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어 마음까지 초록으로 물들인다. 봄날처럼 따듯하고 포근하게, 공항에서의 겨울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Tip 교통센터는 굳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들려서 즐기기 좋은 나들이 장소.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역까지 공항철도가 개통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교통센터에 자리 잡은 스케이트장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스케이트 및 보호장비 대여비는 별도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 국가대표 선수와 현역 선수들로부터 스케이팅 강좌도 받을 수 있다. 문의 : 인천국제공항 스케이트장 743-7087
차가운 얼음 위, 뜨거운 에너지
외국인 아이스하키팀, 아이스홀스
건장한 남자들이 링크로 쏟아져 나온다. 15㎏이 훌쩍 넘는 장비를 지니고 빙판을 질주하는 몸놀림이 놀랍도록 민첩하고 힘이 넘친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가 한겨울 영하로 곤두박질한 기온을 무색하게 만든다.
헬멧 실드 사이로 오가는 날카로운 교감, 허를 찌르는 슈팅, 강렬한 몸싸움 그리고 짜릿한 승리….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천에 사는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아이스하키 동호회 ‘아이스홀스(Iceholes)’다.
바람이 매섭게 부는 어느 늦은 겨울 밤, 인천에서 하나뿐인 아이스링크에서 그들을 만났다. 인천에서 빙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안타깝게도 연수구 연수동에 있는 동남스포피아가 유일하다. 더구나 선수들의 편의에 맞춰 일반인에게는 밤 시간에만 링크를 열어 두고, 그마저도 중학교 아이스하키팀과 스케이팅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연습시간을 배려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동호회인 아이스홀스에 허락된 시간은 일주일에 단 한번, 수요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서야 오를 수 있는 링크, 하지만 오랜 기다림이 있기에 빙상 위 시간은 더 달콤하고 짜릿하다.
아이스홀스는 지난 2001년 창단해 현재 회원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온 외국인과 한국인 다섯 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프로리그 2군이나 세미프로로 활동한 선수들도 포함돼 있어 실력이 수준급이다. 하지만 아직 아마추어팀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활동에 제약이 많다.
“아이스홀스가 인천에서 활동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인천의 이름을 걸고 전국 각지에서 시합을 했지만, 정작 시에서 아마추어팀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아요.”
아이스홀스의 주장 데이비드 김(David Kim·36)은 국제도시 인천에 외국인 아이스하키팀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10년간 살아 온 인천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다른 도시에서 펼쳤던 리그를 언젠가 꼭 인천에서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한겨울 추위 따위는 날려버릴 기세로 날카롭게 퍽을 날려라! 멋진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과 에너지가 차가운 얼음 위에서 뜨겁게 펼쳐진다.

아이스하키는 속도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는 빙상 스포츠. 한 팀당 선수는 골키퍼와 수비 2명, 공격 3명으로 모두 6명이다. 경기는 20분씩 3피리어드로 진행하며, 각 피리어드 사이의 휴식 시간은 15분이다. 고무로 만들어진 퍽을 스틱으로 서로 빼앗아 상대의 골에 넣어 득점한다. 인천에는 현재 연성초등학교, 연성중학교, 신송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이 꿈을 키우고 있다.
여기서 배워요 아이스하키를 배우려면 일단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아이스홀스는 대부분 외국인으로 이뤄져 있지만, 아이스하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단 회원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장비를 갖추고 스케이팅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인천에서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는 곳은 연수구의 동남스포피아가 유일. 인천빙상경기연맹 소속 강사들이 스케이팅 강습을 진행하고 있으니 스케이팅을 탄탄하게 배운 후 아이스하키에 도전하자. 정규 강습료는 월·수·금 월 9만원이다. 문의 : 동남스포피아 스케이트장 814-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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