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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남과 다르다는 것
이 세상에서
남과 다르다는 것
‘부평 프리덤’ 조해리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나이 오십이 되어도 빨간색 스키니 진을 입을 거예요.” 이 아가씨라면 중년의 나이가 되어도 스키니 진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큼 멋지고 당당하게.
어느 날 케이블 채널을 무심히 돌리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를 보았다. 오렌지색 바가지머리에 징이 박힌 액세서리를 두르고 금빛 스커트자락을 휘날리며 스쿠터를 타는 그녀. 이름은 조해리, 나이는 올해로 스물아홉, 자칭 타칭 ‘부평 프리덤’으로 통한다.
‘그녀의 발랄함은 재능일까 재앙일까’. 방송은 내내 나이에 걸맞은 행동과 옷차림을 운운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뜯어고쳤다. 새롭게 변신한 모습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예뻤지만, 왠지 석연치 않았다. 사실 그녀는 변화가 필요 없었다. 본 모습 그대로 충분히 매력 넘치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방송 후 그녀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약속장소인 부평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멀리서도 한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해골 모양으로 스팽글이 박힌 셔츠에 빨간 목도리를 꽁꽁 맨 귀여운 아가씨. 작은 어깨에 멘 이스트 백에는 기계에서 뽑았다는 인형이 하나 가득 담겨 있다. 그렇지, 그녀가 변할 리 없다.
“주의에서는 이제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며 걱정하세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잘못된 건가, 나를 세상에 맞추어야 하나’하고 고민했어요. 그런데 방송에 나간 후 오히려 제 모습 그대로를 좋게 봐주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편해졌어요.”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과 섞여 있을 때 비로소 안도한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저 그렇지 않고 매일이 즐겁고 새로운 건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에 남다른 감각이 있는 그녀는 오픈마켓을 시작으로 의류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한때 부평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되요. 멀리 퀵 서비스업을 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예요. 직접 스쿠터를 몰고 고객에게 옷을 배달하는 깜짝 이벤트도 열거예요. 어때요? 재미있겠지요?”
꼭 진지하고 엄숙해야만 성숙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열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른스러웠다. 그녀를 보며 살면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틀에 박힌 생각과 행동으로 놓치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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