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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도시, 인천을 만든다
춤추는 도시, 인천을 만든다
글. 손인영_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인천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지 겨우 두 달이 되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기대를 안고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무용단에 출근한다. 안으로 문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밖으로는 시민의 고단한 삶에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인천시립무용단은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에 시민의 발걸음이 잦아진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격식 차리고 앉아 문화를 즐길 여유와 시간이 없는 시민을 위해 무용단은 앞으로 도시 곳곳으로 찾아갈 것이다. 무조건 찾아가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의의를 가지고 양질의 예술을 배포하려고 한다.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서도 거창하게 무대를 꾸미고 격식을 갖추기보다 시민과 무용단의 거리감을 없애면서 가깝게 다가가려고 시도 중이다.
사람들은 축제를 좋아한다. 그것은 웅성거리는 에너지이며 거칠고 피폐해지는 삶에 활기를 주는 긍정의 힘이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무표정하게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선물하기 위해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흥겨운 춤으로 다가갈 것이다. 또 산업역군으로 젊은 시절 일만하며 세월을 보낸 어르신들의 청춘을 되찾아드리기 위해 더불어 춤추며 문화를 체험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마을의 이야기들을 발굴해 이야기와 테마가 있는 즉흥춤을 기획하고,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순례하는 닥종이 인형춤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도시가 피곤함으로 찌들어서는 안 된다. 긍정의 에너지를 돌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이 나서야 한다. 쓰러져가는 도시의 뒷골목을 정화시키기 위해 불도저로 밀어 버리기보다 예술가들을 득실거리게 하면 뒷골목은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질척거리고 버려진 공간에도 높은 건물과 쓰레기하나 없는 깔끔한 도시의 거리만큼이나 예술적인 향기는 베어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문화연구가들과 예술인들이 이 향기를 만들어야 한다. 버릴 것들을 가지고 아이디어로 예술품을 만드는 것, 그것은 예술가의 힘이며 사람의 창의력이 일구어 내는 것이다. 춤추는 도시-인천은 쭉쭉 뻗은 발전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람 냄새나는 어수룩함 속에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에 인천시립무용단은 앞으로 뒤로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문화를 주도할 것이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의혹과 번뇌 때문이야. 늘 자신과 세상에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거지, 그 자신이 가치롭다는 것을 말야. 만약 내가 천재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면, 글을 뭐하러 쓰겠어? 이유가 도대체 없잖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79년 작 영화 <스토커> 중에 나온 대사.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품을 창조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친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그 수많은 갈등의 순간에 나는 타르코프스키의 이 말을 떠올린다.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나를 증명하기 위해 고민하고 번뇌를 하는 것이라고…. 작품이 끝나고 나면 늘 아쉬움과 불편함이 자리한다. 그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나는 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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