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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12-07-03 2012년 7월호

 

아버지

글. 이영림_민간외교관협회회장

 

 

며칠 전, 친구 아버님의 부음소식을 들어서 일까. 밤에 친정아버지 꿈을 꾸었다. 지난겨울 부산 친정에 갔을 때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래도 멀리서 온 딸을 보고 웃는 얼굴에는 지난 세월이 하나하나 배어났다.
4남매 중 큰 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유난히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아서인지 지금도 ‘아버지’하면 눈물이 고인다. 늘 엄격하고 조금은 차가운 성격의 어머니에 비해 자상하고 사랑이 많은 아버지는 어릴 적 내 친구였고 든든한 나의 후원자셨다.
지금도 생각난다. 학교 때 수학여행을 끝내고 부산역에 도착 했을 때 마중을 나오신 아버지의 첫 말씀이 “이 많은 아이들 중에 우리 딸 얼굴만 눈에 딱 들어오네. 역시 우리 딸이 제일 예쁘다.” 그때 난 정말 내가 제일 예쁜 줄 알았다.
결혼식 날 드레스 입고 신부 대기실에 있는 날 보시며 “우리 딸 참 예쁘네.” 라며 눈시울이 붉어지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며 나도 얼마나 울었던지 화장이 다 지워져 다시 하고 또 하고….
멀리 있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이렇게 늘 죄송한 마음으로 산다. 젊고 멋있던 아버지도 세월의 무게는 피하지 못하고, 이젠 멀리 있는 딸 전화 한 통에도 감동하는 힘없는 노인으로 변하셨다.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가 끝나면 난 으레 붉어지는 내 눈을 숨기느라 바쁘다.
작년 여름. 젊은 사람도 어렵다는 디스크 수술을 받고 힘들어 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옆에서 돌보느라 더 힘들어 하시던 어머니. 두 분을 지켜보던 난 마음속에 흐르던 눈물을 빗물 속에 감추어야 했다.
이 여름…. 또 한 해가 가는 게 서러운 것은 내 나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 생활이 우선이라는 못된 이기심 때문에 이렇게 불효를 하면서 산다. 나중에 얼마나 후회를 하려는지….
“아버지, 지난 밤 꿈속에 당신은 아직도 멋있고 다정다감한 분이셨습니다. 늘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시리라는 자식들의 못난 생각으로 이렇게 세월이 갑니다. 아직 해 드릴게 많으니 건강 잘 돌보고 즐겁게 지내세요. 이번 여름에도 이 큰 딸과 뜨거운 포옹으로 만나야죠. 멋진 밤바다 함께 거닐며, 아버지가 좋아 하는 노래 많이 불러 드릴게요.”
오늘은 아버지 좋아하시는 해바라기 노래를 집안 가득 틀어 놔야지. 진한 커피 한잔 마셔야겠다.

 

가슴에 새긴 한 구절


‘言不中理(언부중리)면 不如不言(불여불언)’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건전한 논쟁은 상호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논쟁을 위한 논쟁, 내편과 남의 편을 가르고 시비를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차라리 어느 한편을 편들기보다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인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더불어 말하지 못할 사람인데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서로 의기투합하고 이치에 맞으면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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