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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진에서 보내는, 2012년의 마지막
정서진에서 보내는,
2012년의 마지막
‘낮에는 너무 높고 눈부셔 볼 수 없던 당신을 / 이제야 내 눈높이로 바라 볼 수가 있습니다. / 너무 가까워 노을빛이 내 심장의 피가 됩니다.’ (이어령 ‘정서진 노을 종소리’ 중에서) 하늘 높이 뜨겁게 빛나는 해보다 가까이 고운 빛으로 사그라지는 노을이 더 아름답다. 한 해의 끝과 시작에서 맞이하는 빛이라면 더 그렇다. 2012년 마지막 날, 노을빛 물든 정서진에서 보내는 잊지 못할 하루.
글. 정경숙_본지편집위원 사진. 김성환_포토저널리스트

am 10:00~
정서진에서, 바다와 인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보러, 정서진으로 간다. 정서진은 광화문의 정서방향인 서구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인근. 동쪽에 정동진이 있다면 서쪽에는 정서진이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먹먹한 가슴을 어루만지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선다. 저기, 푸른 물결이 보인다. 겨울 한가운데 이른 아침 바람이 차다. 그래서 찌들었던 마음이 맑고 투명해진다.
am 10:30~
마음까지 데우는, 모닝커피 한잔
한겨울, 바다 곁을 거닐다보니 어느새 뺨이 홍옥처럼 빨갛게 물든다. 언 손을 호호 불며 온기 찾아 터미널 안으로 들어간다. 달달한 커피 향이 피어나는 아담한 커피숍이 반갑다. 햇살이 쏟아지는 창 아래서 마시는 모닝커피가 마음까지 따스하게 데운다. 커피와 토스트 세트가 3천원 대로 가볍게 브런치를 즐겨도 좋다. 한 끼 든든히 채우고 싶다면 옆 한식당의 문을 두드리자.
까페빈 567-8550, 씨씨 그린 푸드 562-4588

am 11:00~
바다 위 달리듯, 두 바퀴로 싱싱
동장군의 기승 쯤 이겨낼 수 있다면, 두 바퀴로 경인아라뱃길 따라 겨울 한가운데를 싱싱 달려보자. 정서진은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출발점. 아라뱃길을 따라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길이 이어진다. 칼바람이 불어도 바퀴는 잘 굴러간다. 찬 공기 뚫고 세상을 따사롭게 어루만지는 햇살이 새삼 고맙다. 자전거는 터미널 입구에 있는 대여소에서 3천원을 내면 1시간 동안 탈 수 있다. 단 인천터미널 대여소는 주말 및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10인 이상 단체고객에 한해 운영하니 참고할 것. 자전거 대여 999-7814,5, 국토종주 자전거길 1577-4357
am 12:30~
전망 좋은 카페에서 여유로운 한때
어느새 고른 한낮. 찬 기운에 꽁꽁 언 몸을 녹이러 ‘아라타워’로 향한다. 전망카페인 ‘카페아라’는 24층에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쉼 없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야속하다. 하지만 카페 안에 들어서는 순간,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 따사로운 감촉의 나무 바닥이 깔린 여유로운 공간. 무엇보다 하늘과 바다가 빚어낸 작품이 눈앞에 와이드스크린으로 펼쳐져 황홀하다. 감미로운 커피와 이탈리아 음식을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연말에 전망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카페 아라 564-4501

pm 2:00~
전망대에 서면, 세상이 내 품에~
카페에서 한 층 내려오면 아라타워 전망대.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하늘에서 본 아라인천여객터미널의 위용이 새롭게 다가온다. 바닷물이 들고 빠지면서 난 물길의 흔적이 갯벌 위에 멋진 작품을 그려놓았다. 영종대교가 그 위에 긴 선을 그리며 묵묵히 서있다. 저 멀리 영종도, 신도, 세어도… 크고 작은 섬들이 물 위에 잠기듯 신비로이 떠 있다. 한편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이 한 폭의 그림을 오래도록 선명히 가슴에 새길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이며, 이용료는 무료.
아라종합안내센터 1899-3650
pm 2:30~
선장이 되어, 아라뱃길을 달리다
1층에는 아라뱃길 홍보관 ‘아라리움’이 있다. 홍보관 안에는 고려시대부터 품어 온 아라뱃길의 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뮬레이션 체험으로 선장이 되어 뱃길을 신나게 달려 본다. 이어 영상관에서 아라뱃길의 꿈과 미래를 담은 영상물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홍보관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아라종합안내센터 1899-3650
pm 3:00~
반짝이는 아라빛섬에서 산책
‘황혼 무렵, 지는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는 뜻의 ‘아라빛섬’. 이 섬에는 오솔길이 있다. 그 길 따라 걸으면 햇빛 반짝이는 물결이 반긴다. 그 누구를 기다리듯, 하늘 높이 목을 빼고 서 있는 솟대도 보인다. 섬에는 작은 나루도 있다. 배 타고 즐기기 좋은 오후,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노를 저어본다. 전기보트는 1만5천원, 수상자전거는 8천원을 내면 25분 탈 수 있다.
pm 4:00~7:30
해넘이 축제에서 내일을 맞다
축제시간이 다가오자, 서쪽 끝 바다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가 기울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노을을 기다리는 마음이 추위를 잊게한다. 화려한 공연과 후끈한 겨울 먹거리도 체감온도를 높이다. 어느덧 시계는 5시 24분을 가리키고, 일몰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제 모습보다 더 고운 노을을 흘리던 해가 부드러운 손길로 종을 두드린다. 노을종의 4중주가 빛과 어우러져 세상에 울려퍼진다. 노을벽에 소망을 담으며, 내일도 힘내어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정서진 그곳에서 만난 석양은, 지는 해가 아닌 더 찬란히 빛날 내일의 태양이었다. 서구 문화관광체육과 560-5930

인천의 노을, 가슴에 지다
서해 품은 인천은 일몰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노을을 바라보며, 한 해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희망 찬 내일을 맞자.
을왕리 바닷가에서 하늘을 본다. 해가 바다를 어루만지다 세상을 붉게 만들어버린다. 백사장은 적(赤)사장이 되었고, 해변을 메운 갯바위는 햇살이 더해져 세상에 없을 조각품이 되었다. 장화리 노을도 유난히 붉기로 유명하다. 해가 노을로 부서져 내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도 붉게 붉게 물들어버린다. 고려산 서쪽 적석사의 낙조대에 올라도 그림 같은 석양이 펼쳐진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더니 어느 새 바다를 붉게 만들어버린다. 석모도에서 바라보는 노을도 눈이 부시어 어릿하다. 그 섬의 보문사 마애석불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 주문도, 소승도, 대승도가 바다 사이로 신비로이 모습을 감춘다. 월미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시야가 넓어서 좋다. 노을을 배경삼아 잠을 청하는 선박들의 모습이 한가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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