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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장’ 냄새 비껴간 차이나타운, 그곳

2012-12-03 2012년 12월호


‘춘장’ 냄새 비껴간 차이나타운, 그곳


중구 북성동 일대. 황금빛 용이 금방이라도 승천할 듯한 붉은 기둥 그 사이 빛나는 홍등, 이곳은 영락없는 ‘한국 속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이다. 하지만 춘장 냄새와 차(茶)향이 뒤섞인 이 거리에서 고집스럽게 중국色 없이 버티는 곳이 있다. 최근에 차이나타운답지 않은 테마로 과감히 문을 연 곳도 있다. ‘차이나타운에 짜장면집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그건, 차이나타운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글. 정경숙_본지 편집위원   사진. 안영우_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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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현대크리닝’ 50년간 삼대를 이어 온 손길

한자로 어지럽게 쓰여진 간판들 사이, 한글로 반듯하게 ‘현대 크리닝’이라고 새겨진 이름이 낯설다. 외관은 요즘 구미에 맞춰 리모델링하였는데 내부는 천장이 높은 옛 건물의 형태 그대로다.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한 120여 년 쯤 된 건물이예요. 시아버지 때부터 이 자리에서 세탁업을 한 지 50년이 되었고요. 지금은 며늘아기와 함께 가게를 돌보고 있어요.”
세탁소 주인 박민자(57)씨는 이야기 하는 도중에도 다리미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주인장의 야무진 손길에 낡은 옷들이 깨끗하고 반듯한 새 옷으로 다시 태어난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자동세탁 기계인 인체 프레스를 쉴 새 없이 돌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이 3분의 1로 줄어 기계를 쓸 필요가 없어 세탁물을 일일이 손으로 다 다린다.
10여 년 전 만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때 만해도 동네에 여인숙과 술집이 밀집해 있었고, 뱃사람들이 양말이며 속옷까지 한짐 들고 와 정신없이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중국요리집이 하나둘 생기고 동네 사람들마저 기업형 세탁소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당시 대여섯 군데 있던 세탁소 가운데 이곳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최근에도 집세를 이기지 못해 주변 세탁소 몇 곳이 문을 닫았어요. 우리야 우리 건물이니 장사가 안 되도 버티고 있는 거죠.” 하지만 삼대가 긴 세월 기술 쌓아 온 손길이야 말로, 이 세탁소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리라. 이곳은 그냥 세탁소가 아니라, 지나 온 날과 오늘이 켜켜이 쌓여 흐르는 차이나타운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개성정육점   세상없어도, 이 쇠잔한 내 자리 지킬 것

차이나타운 짜장면거리, 현대식으로 번듯하게 지은 꿀타래집과 화덕만두집 사이에 천덕꾸러기처럼 낀 남루한 개성정육점. 주말이면 TV에도 나왔다는 유명한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이 바글바글해도 정육점에는 눈길 한번 닿지 않고 스쳐지나간다.
김병길 할아버지(83)는 아내를 여의고 1990년에 북성동으로 왔다. 그리고 ‘가짜’ 공화춘 자리에서 정육점을 하다 2003년에 이 자리에 터를 잡았다. 고향은 개성이 아닌 평안남도의 첩첩산중 맹산, 전 주인이 쓰던 간판을 그대로 달아 지금의 이름이 됐다. 때문에 동향인줄 알고 찾아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며 할아버지는 옅게 미소를 짓는다.  
6·25 때 남쪽으로 내려 온 할아버지는 제대 후 처음 연탄배달을 했다. 그러다 소 마차를 끌고 잘 나갈 때는 소 장사를 하고, 그게 인연이 되어 정육점을 하기에 이르렀다. 장사가 잘 될 때는 한 사람이 고기를 몇 근씩 사가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생기고 주변에 중국요리집이 하나둘 늘면서, 지금은 옆에 있는 화덕만두집에 고기를 대주며 겨우 가게를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목숨을 빼앗아 갈 뻔한 전쟁도, 반신불수로 만들어 버린 중풍도 이겨 낸 할아버지다.
“여기저기서 짜장면집 열게 어서 나가라고들 해. 하지만 어림없어. 나는 숨 붙어 있는 날까지 여기서 장사를 할 거야.” 목소리는 호기로웠으나 눈빛은 외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빛이 아직 머물러 마음을 어지럽힌다.

 

 

인천근대박물관   시계바늘을 근대로 돌리다

화교 중산학교 정문 앞, 2층으로 된 작은 박물관의 문을 살포시 열고 들어서면 시간은 근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영국에서 인천영사관에 보낸 장식장, 19세기 말에 쓰던 벽걸이 자석식 전화기와 측음기… 모두 최웅규 관장(64)이 40여 년간 소중히 그러모은 근대자료들이다. 이 곳은 박물관이기라기보다 작은 보물창고 같다. 할아버지에게 옛이야기를 듣듯 최 관장으로부터 역사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긴 시간을 쓰다듬고 헤아릴 수 있어 정겹다. 관람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는 1천원이다. 문의 764-1988

 


眞골동품점   자욱한 먼지 속, 빛나는 이야기

짜장면거리 언덕 위 의선당 맞은편에는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골동품점이 있다. 한자가 쓰여 진 간판, 창 너머로 보이는 화려한 중국자기들. 하지만 주인장은 토종 한국인이다. 권혁재(68) 할아버지는 경북 안동에서 나 1975년에 북성동에 터를 잡고 8년 전 골동품점을 이어받았다. 가게 안을 빼곡히 채운 중국물건 가운데 조선시대 자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새긴 동판 등 한국물건들이 눈에 띈다. 할아버지가 인사동에서 발품 팔며 들여 온 것이다. 나가는 길, 행운을 전하듯 따뜻한 손이 오래된 동전 두 개를 건네준다. 뜻밖의 선물에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번진다. 문의 772-9654

 

 

낙타사막   골목과 골목 사이, 마음 적시는 오아시스

삼국지벽화거리 들머리에서 청일조계지 경계계단으로 내려가다 보면, 예쁜 카페 하나가 있다. 좁다란 골목과 골목 사이에서 만난 뜻밖의 오아시스. 손글씨로 ‘낙타사막’이라고 새긴 나무간판, 계절을 봄으로 착각한 듯 빨강노랑으로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어서가자, 발걸음을 재촉한다. 
카페 안 공기는 훈훈하다. 주인장과 얼굴을 마주볼 만큼 가까운 거리, 몇 안 되는 좌석. 곳곳에 인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관련 자료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다락방 같은 2층에 오르면 또 다른 세상이다. 따사로운 감촉의 나무바닥에 색색의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어 아늑하다. 햇살 내리는 창가에서 차 한잔 마시며 천천히 숨을 고른다. 통하는 사람끼리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겠다.
김홍희(43), 박미나(38) 부부는 2년 동안 정성스러운 손길로 세월 묵은 빈집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조계지 계단에는 세 개의 좁은 골목이 나 있어요. 원주민이 허락하는 한에서 이 골목의 오래된 집들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는 게 우리의 소망이예요.”
그들은 이미 계단 위쪽에 갤러리이자 작가들의 작업공간인 ‘쉬필라움’을 만든 바 있다. 낙타사막은 이 부근에 예술의 향기를 짙게 드리울 그 아름다운 도전의 연장이다. 
문의 765-9516

 

 

밴댕이 포장마차   곱씹을수록 피어나는 옛 추억

짜장면박물관에서 언덕 위로 조금만 오르면 아담한 밴댕이 포장마차가 나온다. 영종도가 고향인 김영자(58) 할머니는 30년 전에 북성동으로 시집와 참 오래도 이곳을 지켰다. 포장마차를 연 건 4년 전, 지금은 대여섯 곳의 밴댕이집이 있지만 전성기 때는 밴댕이회거리를 이룰 정도였다. 지금 이곳을 찾는 이는 옛 추억을 그리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뿐. 그래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할머니에게 맛의 비결을 물으니, ‘간을 잘 맞추는 것’밖에 없단다. 하지만 그 별것 아닌 밴댕이는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린다. 여기에 술 한잔 곁들이니 세상고민이 무엇이냐 싶다. 문의 763-3592

 


화교 중산학교 앞 구멍가게  공갈빵보다 고추장 떡꼬치

이곳은 화교 중산학교 앞의 유일한 구멍가게이자, 문방구 그리고 분식집이다. 심상미(42)씨는 화교와 결혼하면서 8년 전, 가게를 운영하던 할머니로부터 이 가게를 인수받았다. 때마침 수업을 마친 아이들로 가게 안이 왁자지껄하다. 메뉴라 봐야 떡꼬치, 감자튀김, 컵라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간식거리다. “아줌마 외상이요~”, “그래, 그래 알았어.” 단돈 사백원하는 떡꼬치에도 외상을 준다. 딸이 이 학교에 다녀 모두 자식 같다는, 주인장의 마음씨도 살갑다.

 


인천 화장품으로, 중국을 메이크업하다

휴띠끄

‘차이나타운에 뷰티숍이 문을 열었다고? 짜장면집이 아니라?’
춘장 냄새와 차(茶)향이 뒤섞인 차이나타운에 화장품 향기가 피어나 여심(女心)을 유혹하고 있다. 뷰티숍 ‘휴띠끄(Huetique)’가 지난달 29일 한중문화관 뒤 중국요리집 태림봉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휴띠끄는 쉬면서 즐긴다는 의미다.
인천에는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0여 개의 뷰티기업이 모여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품을 만들어 브랜드기업에 납품하는 OEM·ODM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우리시와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은, 기업은 제 값을 받고 소비자는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휴띠끄의 문을 열었다.
매장은 지하 2층, 지상 2층의 규모로 인천지역 15개 제조업체가 만든 화장품과 미용제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뷰티체험관을 운영해 메이크업과 네일아트 등 나만을 위한 작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주요 타깃은 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들 특히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연 40만8천여 명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입술은 꽃처럼 화사하게, 두 뺨은 소녀처럼 발그레하게’ 이제, 인천의 화장품이 한국을 넘어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세상을 메이크업한다.  문의 인천경제통상진흥원 26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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