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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 묵는 동안 표심이 바뀌었다고 확신합니다”
“송도에 묵는 동안
표심이 바뀌었다고 확신합니다”
“GCF, 인천!” 인천시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감격과 감동으로 몰아넣었던 이 한마디 외침의 여운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제 우리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TF팀을 구성하는 등 유치 이후의 철저한 준비를 위해 차분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몇 번을 들어도 지겹지 않은 즐거운 ‘뒷담화’들이 이곳저곳에서 여전히 전해지고 있다.
GCF 이사국 관계자들이 묵었던 송도파크호텔 조학영 총지배인도 유치와 관련된 ‘숨은’ 이야기 한토막을 풀어냈다.
글. 유동현_본지 편집장 사진. 김성환_포토저널리스트

지난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송도국제도시는 GCF 사무국 유치를 위한 ‘전쟁터’였다. 외교전, 첩보전, 심리전, 홍보전 등 쓸 수 있는 모든 전략을 총동원했다. 심지어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바람을 이용했 듯 우리시는 ‘송도대첩’을 위해 지는 노을까지 활용했다. 유치하면 GCF 사무국으로 사용할 I-Tower 빌딩에서의 투표 전날 밤 만찬은 주효했다. 경쟁 상대국 임원들조차 창밖의 노을을 보고 “원더풀”, “와우”, “판타스틱” 등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되내었다. 그만큼 우리시의 준비는 모든 게 치밀했고 절박하기도 했다.
그 전쟁터는 크게 보면 대한민국이지만 작게 보면 송도국제도시였다. 일단 홈그라운드 싸움이라 해볼 만했다. 일주일간 투표권을 가진 이사국들은 송도국제도시 내의 호텔들에서 묵었다. 회의는 송도컨벤시아에서 했지만 그들이 먹고 자고 쉬는 곳은 호텔이었다. 호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다.
송도파크호텔에는 GCF와 관련한 39명의 외국인이 묵었다. 조학영 총지배인은 그들에게 ‘진정한 웰컴’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심했다. 거창한 것을 계획하기에는 시간도, 예산도 부족했다. 그가 생각한 것은 ‘배지’였다. 20만원을 들여 2천개를 만들었다.
“투숙객들이 호텔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룸메이드들입니다. 그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것은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모두 가슴에 배지를 달게 했죠. 그리고 그들과 마주치면 무조건 웃으라고 했습니다.”
그의 표현대로하면 ‘배지 달고 웃으면 끝’이라는 전략이었다. 배지는 인천도시공사에 1천개, 세라톤호텔 300개, 브릿지호텔 200개 그리고 하버파크호텔에도 100개를 보냈다.
송도파크호텔에는 우리시와 가장 라이벌 관계였던 독일 스태프 7명이 숙박했다. 10월 15일 월요일 선발대 격으로 미리 도착한 그들은 사나흘 동안 거의 방 밖으로 나오질 않고 서로의 방만 오가며 식사도 룸서비스만을 요청했다. 뭔가 치밀한 작전을 짜는 듯 했다. 그런데 조 총지배인은 그들의 얼굴 표정이 밝지 않아 뭔가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한다.
그들 외에 영국, 페루 등 16개국 관계자들이 속속 그 호텔에 도착했다. 총지배인은 그들을 따듯하게 맞이하는 한편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고 호텔 18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송영길 시장이 묵었다. 시장은 독일 스태프들이 도착한 그날 아예 각종 서류와 속옷 등을 챙겨들고 그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그는 송 시장에게 ‘일일동향’을 보고했다.
15일 밤 투표권을 가진 콜롬비아 대표인 환경부 차관이 904호에 투숙했다. 시장이 총지배인을 호출했다. 다음날 아침식사 자리를 마련해 보라는 ‘긴급지시’가 떨어졌다.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전화를 하기도 곤란했고 게다가 그 대표는 여성이어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남미국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이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고심 끝에 그가 생각해낸 것이 ‘편지’였다. 시장의 정중한 뜻을 적어 문 밑에 밀어 넣었다. 다음날 아침, 그 대표와 송 시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했다. 유치되는 날까지 밥상 전략은 계속되었다. 송 시장은 하루 세 끼를 각국 대표들과 거의 함께하며 각개격파에 나섰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외국물을 좀 먹었다는 저도 하루에 양식 세끼는 고역입니다. 그런데 시장님은 유창한 영어와 간단한 그 나라 말을 섞어가며 늘 식탁 분위기를 이끌어가셨죠.”
10월 20일 오후 1시, 낭보가 날아왔다. 유치가 확정된 것이다. 모든 직원들은 호텔 로비에 도열해 ‘개선장군’을 맞이했다. 조 총지배인은 송 시장과 감격스러운 하이파이브를 했다. 시장은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 일행은 그 방에서 간단하게 축하 샴페인을 터트렸다. 시장도 총지배인도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
며칠 후 조 총지배인은 송도파크호텔에 묵었던 GCF 관련 외국인 39명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냈다. 곧 답장이 돌아왔다. 인천이 불안하고 정돈이 안된 도시인줄 알았는데 너무 세련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호텔의 서비스 좋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송도파크호텔은 GCF 유치 후 바로 680억원에 매각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없이 많은 매각 시도에도 팔리지 않던 ‘골치덩어리’ 호텔이 단 1원도 깍이지 않고 팔렸다. GCF 유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이번 일이 제 직장 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돈 따라 사람 오고 사람 따라 비즈니스가 옵니다. 송도 비즈니스는 이제 진정한 시작입니다.”
자신감에 찬 그의 표정에서 몇 년 후 송도파크호텔에 들어서는 GCF 관련 외국인들과 유쾌하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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