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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지나면, ‘봄’이 온다
이 겨울 지나면, ‘봄’이 온다
글. 홍성식 _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이제 곧 한 학기살이가 또 마무리된다. 이맘때 쯤 되면 왠지 초조해진다. 산적해있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겨우살이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밀린 과제와 기말시험 준비로 겨울날씨처럼 표정이 어둡다.
대학도 분주한 것은 마찬가지다. 다음 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튼실한 씨를 골라내야 하는데, 그래서 입시는 여전히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대학에서는 수도권 전문대학으로서는 최초로 입학사정관제전형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로 벌써 4년째다. 성적 이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문제에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사교육의 융단폭격에서 공교육을 구출하고 다원화사대에 맞게 전형방법을 다양화하는 문제가 일반대학만의 전유물이 아닌 까닭이다.
사교육의 강도가 학생들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형적인 교육구조에서 사교육의 영역에서 방치되었던 학생들에게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공정하다. 이것이 전문대학 입학사정관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다. 그들에게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고, 이를 밑천 삼아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말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건 다른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건 간에 이제 관건은 교육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입구관리를 출구관리보다 우선 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청년실업이 국가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시켜 배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모든 대학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쟁력 있는’이라는 수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평생 자신들이 무엇을 무기로 삼아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자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창비, 2010)에서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그래서 인상 깊다. 폐족(廢族)의 자식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점을 연일 강조하는 것에서 아버지 이상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 걱정에서 가장 중심된 내용은 공부에 관한 것이었다. 두 아들의 학습정도에 따라 읽어야 할 선학(先學)들의 책 목록을 제시하고 공부방법을 전하는 것은 물론, 그 책에서 주요하게 익혀야 할 점까지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학문에 관한 것만이 다는 아니었다. 어른을 공경하고 우애를 다지며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가득했다. 오죽했으면 유배생활에서 풀려 몇 년간이라도 아들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면, “너희들의 몸과 행실을 바로잡아 효제를 숭상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일에 습관이 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겠는가. 사람노릇이 먼저라는 것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바른 인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보면서 자연스레 나는 지금 어떤가, 되돌아보게 된다. 다산은 이미 황새니 뱁새를 자인하며 익숙한 풍경으로 그냥 남아있기보다는 가랑이가 찢어지더라도 한번 따라가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신입생 선발 면접에서 만난 학생들의 의욕에 찬 눈빛에서 그리고 취업으로 초조해하는 학생들의 불안한 눈빛에서 그것을 느낀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 초입을 적시는 비가 잦다. 추위도 예년보다 빠르다고 한다. 낯선 공간으로 진입하고 또 진출하는 학생들에게는 이 추위가 더 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거멀못처럼 빈틈없이 그리고 단단하게 학생들의 옷깃을 여며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추위도 넉넉히 이겨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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