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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도 마음도 정성도 두둑이
지갑도 마음도
정성도 두둑이
시장에서 설날 장보기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엄마 설날은 오늘 이래요~’ 설을 앞두고 평소 고마운 분들께 전할 선물을 챙기고 제수용품을 구입하느라 주부는 바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장바구니보다 마음이 먼저 무거워진다면, 전통시장으로 가자. 곳곳에서 벌어지는 흥정, 실랑이 끝에 두 손 가득 쥐어진 봉투에는 정도 마음도 두둑이 담긴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임운석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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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팔아 인천에서 ‘잘 나가는 시장’으로 유명한 신기시장. 골목길 양쪽으로 쭉 늘어선 150여 곳의 가게는 대목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20여 년 째 신기시장을 이용하고 있는 데, 그 만큼 좋은 제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고기, 생선, 야채 등은 마트보다 시장이 훨씬 싸고 물건도 좋답니다.” 살림 경력 36년의 주부 9단 이옥란(남구 주안동·57)씨를 따라 남구 신기시장으로 설맞이 장보기에 나섰다.
제수용품을 장만할 때 성수품은 구입 시기를 조절하는 게 효과적이다. 과일은 신선도를 고려해 명절 3일 전쯤 사는 것이 가장 좋다. 설을 맞아 진열대에 소복히 쌓인 과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대풍청과’에서 차례상에 올릴 사과, 배, 감을 고른다. 과일은 표면에 광택이 있고 흠이 없으며 만졌을 때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 “향기 좋다~” 잘생기고 큼직한 것을 골라 담다보니 어느새 장바구니가 묵직하다. 올해 과일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그래도 마트보다 저렴하다.
대풍 청과 865-4625
“아, 나물 참 좋고 싱싱하다~” 차례상에 올릴 삼색 나물은 ‘신기야채’에서 마련한다. 신기야채의 이정숙(59)씨는 73년 남편을 만나 신기시장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30여 년 설과 추석을 빼고 꼬박 가게 문을 열어 온 성실함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도 매일 새벽 구월농축산물시장에서 야채를 들여와 부지런히 고객의 식탁 위에 올리고 있다. 야채는 보기만해도 봄기운을 훅 끼칠 만큼 푸르고 싱싱하다. 가격도 착하다. 시금치가 한 근에 삼천원, 고사리와 도라지는 사천원. 마트라면 어림없는 가격이다. 여기에 덤까지 푸짐하게 얹어주니 장바구니가 벌써 묵직하다.
신기야채 863-5853, 863-6030
설 차례상에는 밥과 국 대신 떡국을 올린다. 떡국에 넣을 가래떡을 사기 위해 ‘삼복떡고을’로 향한다. 권민철씨(38)씨는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 이대 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떡은 팔아도 양심은 팔지 않겠다’는 게 권씨의 경영철학.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국산 쌀과 팥, 서리태만 쓰겠단다. 강화 석모에서 난 쌀로 만든 가래떡을 한 관 넉넉히 산다. 상에 함께 올릴 콩가루 편도 구입한다. “재료가 좋아 맛이 달라요. 먹어보면 안다니까요.” 역시나 한입 베어 무니 쫄깃하고 말랑말랑한 식감이 다르다. 그 맛과 정성에 반한 주부 9단이 환히 미소를 짓는다.
삼복떡고을 867-7676, www.sambok.co.kr
고기는 명절이 다가오면 가격이 오르므로 설 5일 전쯤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하지만 신기시장은 가격변동이 거의 없다니 고맙다. ‘중앙축산’에서 산적용으로 쓸 한우 설깃살을 구입한다. 밝은 선홍빛 살결 사이사이에 가지런히 박힌 마블링과 반지르르 한 윤기. 딱 봐도 싱싱하다. 고기를 구입하기 전에는 등급과 원산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게 주부 9단의 설명. 차례상에 올릴 고기이므로 특별히 최상급인 1++로 고르고 생산자실명이 게재되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그런 면에서 이곳은 합격! 상인대학을 수료하고 경영대학원 상인 최고경영자 과정까지 밟았다는 이종성(56) 사장은,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10년 째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중앙축산 872-4657, 872-1456
차례상에 올릴 생선은 ‘신기수산’에서 산다. 이재덕(54), 최옥경(49) 부부가 신기시장에 터를 잡은 건 24년 전으로 지금까지 사이좋게 가게를 지키고 있다. 생선은 최상급만을 고집해 그날그날 들여놓아 금방이라도 파닥파닥 살아 움직일 듯하다. 원산지를 정확히 표기하는 정직함은 기본이다. 상에 올릴 조기는 만원에서 만오천원이면 실한 녀석으로 세 마리 혹은 다섯 마리 구입할 수 있다. 전을 부칠 동태는 큰 것 두 마리에 단돈 만원. 살이 단단하니 좋은 것으로 골라 건네니 능숙하게 포를 떠 준다. “괜히 단골인가, 잘 해줘~”, “어련히 알아서 잘 안 해줄까” 가족처럼 친구처럼 오가는 흥정 속에 두 손 가득 쥐어진 봉투에는 정이 두둑이 담긴다.
신기수산 866-0809
차례상에 올릴 마른음식을 마트에서 사려면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하지만, 시장에 가면 건어물가게에서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다. ‘진미 건어물’의 임흥락(58)씨는 15년 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상께 드릴 것이라 밤, 대추, 황태포, 곶감, 유과를 욕심내어 한가득 바구니에 담으니, “유과는 이정도만 사도 된다”며 무게를 덜어낸다. 무조건 큰 단위로 물건을 담아 파는 마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정직함과 곰살맞음이 단골들의 발길을 지금껏 전통시장으로 이끌었으리라.
진미 건어물 864-8796
할매부침 863-1696, 야간 863-6233
장보기에 나선 지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났다. ‘뭐 잊은 것 없나.’ 그때 ‘찬수네 방앗간’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예전만 못해도 명절을 앞둔 방앗간은 여전히 바쁘다. 오전부터 기름 내리고 쌀, 콩을 빻느라 쉴 새 없이 기계가 돌아간다. 신기시장의 김종린(58) 상인회장은 시장에서 처음 과일을 팔다 아들 찬수가 한 돌을 맞은 81년 방앗간을 열었다. 지금은 부자가 사이좋게 방앗간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제사음식에 쓸 질 좋은 참기름과 식혜를 만들 엿기름을 샀다. 살얼음 살짝 끼고 밥알이 동동 뜬 식혜, 생각만으로도 입안이 달달하다.
찬수네 방앗간 862-3154
생선 : 동태 2마리 1만원, 조기 5마리 1만5천원
과일 : 감 5개 5천원 + 사과 5개 1만원 + 배 3개 1만원
야채 : 시금치 375그램 3천원 + 도라지 375그램 4천원
+ 고사리 375그램 4천원
고기 : 산적용 한우설깃 600그램 2만1천원 + 국거리용 양지사태 600그램 1만8천원, 부침용 다진 돼지고기 600그램 3천원
떡 : 가래떡 4킬로그램 1만5천원, 콩가루편 3쪽 6천원
기름 : 참기름 3만원 + 엿기름 2,000원
마른음식 : 밤 5천원 + 대추 2천원 + 곶감 7개 5천원 + 유과 4천원 + 황태포 5천원
전 : 녹두전(국산) 3장 9천원 + 모듬전 1만원
전통시장 설 차례비용 총 19만 6천원
역시 마트보다 시장
전통시장이 유통업체보다 26.1% 저렴
설맞이 제수용품은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차례상 관련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기준 20만8천084원, 대형유통업체 기준 29만9천897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통시장이 대형 유통업체 대비 약 30% 가량 저렴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국 17개 지역, 37개소(전통시장 12개소, 대형유통업체 25개소)를 대상으로 설 차례상 관련 26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축산물(쇠고기, 계란)과 수산물(동태, 다시마)은 작년보다 하락했다. 그러나 채소류인 배추 무와 과일류인 사과 배 값은 올랐다. 관련 자료는 농산물유통정보 홈페이지(www.kamis.co.k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전통시장으로
장보러 오세요
설맞이하기에 전통시장만큼 좋은 곳도 없다. 푸근한 인심에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넉넉함. 예전의 좁고 복잡한 시장바닥을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 시장은 현대적인 시설로 깨끗하게 새 단장해 장보기도 편하다. 그래서 현명한 주부는 마트나 백화점 대신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기시장 남구 주안동에 있는 신기시장은 인천에서 ‘잘 나가는 시장’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상인과 손님이 섞여 내는 흥정소리와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신기시장의 장점은 마트로 향하던 발걸음도 돌리게 하는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상품들. 여기에 인천 전통시장 최초로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정비하는 등 늘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지금도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소비자센터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865-5424
중앙시장 서구 신현동에 있는 중앙시장은 인근 재개발로 주민들이 떠났지만, 청라지구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여전히 활기차다. 다른 전통시장이 그렇듯 야채, 생선, 고기 등의 가격이 마트에 비해 30% 가량 저렴하다. 또한 매주 금요일 특별한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특판세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폰행사 등의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배송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발품을 덜며 호응을 얻고 있다. 575-5002
송현시장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문화관광형 시장. 인근 배다리 헌책방,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차이나타운 등과 연계해 돌면 하루가 즐겁다. 모든 농수산물이 그렇지만 만석부두와 가까워 특히 생선의 신선도가 탁월하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도 만점. 장을 보다 지치면 북카페 ‘솔마루 사랑방’에서 쉬어갈 수 있고, 짐이 무겁다 싶으면 배송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773-2368
신포시장 7, 80년대 한창 때는 사람의 물결로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잘 나갔다. 한때 구도심 사람들이 빠지면서 외면 받기도 했지만, 신포시장은 아직 건재하다. 저렴하고 질 좋은 제수용품을 두루 갖추고 있어 설날 장보기에도 좋다. 닭강정, 공갈빵, 화덕만두 등 신포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는 또 다른 즐거움. 772-5812
모래내시장 80년대 초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래내시장은 오랜 세월 주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농부의 건강한 땀방울이 스민 농산물과 수산물, 인심이 가득한 먹거리까지, 설맞이에 필요한 건 다 있다. 또한 아케이드 설치 등으로 현대적으로 단장해 찾는 이가 계속 늘고 있다. 471-1427
시장에 장보러 간다고요?
아니요, 놀러가요!
우리시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관광이 어우러진 테마형 전통장을 조성한다. 시는 부평역세권시장, 강화풍물시장 등 중심상권 9개 권역을 특성화 시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통시장과 기업간 자매결연 확대 ▲지역대학 전통시장 빈 점포를 활용한 창업프로그램 확대 ▲전통시장 투어프로그램 연계사업 추진 ▲특화상품 개발·브랜드화 등을 적극 추진한다. 아울러 시는 시설현대화사업으로 12개 시장, 16개 사업에 예산 총 8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주차장 2개소 47억원, 아케이드 2개소 18억원, 편의시설 정비 5개소 9억원, 안전시설 정미 9개소 7억원, 태양광 설비사업 1개소 6억원 등이다. 또한 온누리상품권 유통, 쿠폰 확대, 상인대학 운영, 박람회 개최 등을 추진한다. 특히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관련, 농·수·축산·식품에 대한 매장 면적 40% 이하 구성, 전통시장 지역상품 납품판로 제공 등을 통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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