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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마음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이웃과 마음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어제 겨울비에 쌓였던 눈들이 녹아내렸고 오늘은 찬바람이 없어 일하기 좋은 날이라는 생각으로, 사무실로 쓰는 한옥의 문을 삐그덕 열었다. 연탄불을 갈고, 물을 끓여 커피 한잔을 타놓았다. 그리고 이제 생각하고 글 쓰는 일을 시작한다.
작년 봄 내가 일하는 단체는 창영동에서 송현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창영동에서 5년 동안 마을에서 청소를 하고 화단도 만들고 이웃집을 고치고 벽화도 그리는 활동을 하면서, 동네 할머니들과 반가운 인사를 하고 반찬도 나눠 먹던 시간은 10여 년 전 마을활동을 시작하며 꿈꿨던 장면이 실제로 펼쳐진 경이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미루던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그러나 삶은 변하기 마련이다. 봄이 가까워 오면서 함께 일하던 이들이 단체를 떠나면서 전셋집을 비워줘야 했고 마을센터의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동안의 노고와 소중한 이웃이 있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사실 나 스스로가 그동안 진행해 온 마을활동에 대해 정리할 시간도 필요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구상할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관계했던 이웃과 마을일을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옆 마을에 반 폐가인 한옥을 얻었다. 두 달간 수리하면서 앞 골목에 쓰레기가 쌓이는 곳을 주변에 버려진 나무를 모아 조그만 화단을 만들었더니 새 이웃들이 깨끗해졌다고 좋아하였다. 집도 이사했는 데, 낡은 벽을 알록달록 색을 입혀 칠했더니 골목입구가 밝아졌다고 이웃들이 칭찬해 흐뭇했다. 좋은 일이지만, 두 집을 수리하고 이런 저런 일들로 활동과 생계를 유지하느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집을 옮긴 목적인 휴식은 이루지 못했다. 해가 바뀌었고, 여러 곳에서 ‘마을 만들기’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묻는 연락이 온다. 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내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데 말이다. 마을 활동을 하다 보니 ‘돈을 벌어야지 봉사만 하면 되니?’, ‘아이를 낳았으니 돈 많이 벌어야 겠다’는 등의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나는 ‘소박하면서도 정성 어리게 일하다보면 먹고 사는 일은 해결할 수 있고, 좋은 이웃과 아름다운 마을이 있으니 나도 행복해지고 아이들을 키우는 소중한 재산도 쌓는 것이지요’라고 답한다.
올해 이뤄지는 ‘마을 만들기’가 참가자들의 가까운 곳으로부터 불편한 환경을 개선하고 나와 이웃의 관계를 따스하게 하는 활동이 되길 바란다. 주민과 함께 공원과 텃밭을 만들고 벽화도 그리는 일을 하더라도 각자가 자신의 생활터전과 가까운 곳부터 가꿔가는 순서를 정하고 주변의 물건하나 음식하나 사람하나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지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시대의 삶과 다음세대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쓰는 덕분에 올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정리해 본다.
내 가슴의 한 구절
아이는 넉넉한 엄마의 품을 만나야 잘 자라고, 자동차는 운전을 잘하는 사람을 만나야 잘 달리며, 시냇가 옆의 밭은 물을 잘 대주는 농부를 만나야 비로소 열매를 잘 맺는다.
- 베르롤드 브레히티(희곡 ‘코카서스의 백묵 동그라미’ 중에서)
삶의 보편성은 모든 인간들이 똑같이 지닌 욕구와 필요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 모두 기본적인 먹을 것과 입을 것, 살 집과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길 원한다. 이 보편성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가와 타인들로부터 채워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유념해야 한다. 우리의 공동체 활동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그렇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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