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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터지는, 초록빛 싱그러움
도심에 터지는, 초록빛 싱그러움
초록의 계절 3월. 농부의 마음으로 식물 가꾸는 일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최근 도심의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이용해 내 손으로 직접 농작물을 기르는 도시농부가 늘고 있다. 햇빛과 흙 없이도 LED 조명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도시형 식물농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가꾸는 기쁨에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 마음이 절로 싱그럽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임운석 자유사진가
부평 ‘도시농업공원’
텃밭에서 일구는 소박한 꿈
부평구 십정사거리에 있는 도심의 자투리 공간. 많은 사람들이 흙을 매만지고 맑은 땀방울을 흘리며 농작물을 가꾸는 데 한창이다. 어른들이 농사일에 여념 없는 사이, 아이들은 맨발로 보드라운 흙을 한 발자국씩 밟았다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채소가 얼마나 자랐는지 들여다보며 동심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개발을 앞둔 유휴지인 이곳은 지난 2011년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농업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은 이 안에서 농부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운다. 미나리, 방울토마토, 상추 등의 채소는 키우기가 까다롭지 않고 쑥쑥 자라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초보농부라도 전문가들로부터 농사일을 배울 수 있어 큰 어려움 없이 농작물을 가꿀 수 있다.
꼭 주변에 너른 공간이 없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최근 회색빛 도심에 싱그런 초록빛을 퍼트리는 ‘도시형 식물농장(Plant Factory)’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도시형 식물농장이란 LED 조명으로 식물에 24시간 빛을 담뿍 전하고, 컴퓨터로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양분을 제공하며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식물을 계획생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Plus Tip
도시농업공원은 부평 십정사거리와 갈산동 부평국민체육센터 옆에 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내 손으로 농작물을 가꾸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또 수확한 작물을 푸드마켓과 복지관 등 이웃과 나누며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부평구공원녹지과 509-8683
인천시농업기술센터도 ‘도시농부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도심에 녹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초, 전문가 양성, 생태텃밭교사 양성 등 세 과정으로 일반 시민과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인천시농업기술센터 427-5959, agro.incheon.go.kr
포스코 ‘그린허브’
우린 아파트에서 농사지어요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포스코건설의 사원아파트 ‘송도 더샵 엑스포 아파트’에는 주민들 스스로 초록빛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는 식물농장이 있다. 주민 한 사람당 30포기 정도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으며 분양 경쟁률이 3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상추가 얼마나 야들야들한지 몰라요. 아까워서 못 먹을 정도라니까.” 손혜순(67) 할머니는 6개월 전부터 이곳에서 상추를 기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정성껏 키우지만 한 달에 한 번 재배하면 인심 좋게 이웃과 나눠먹기도 한다. 각박한 도시생활을 여유롭게 하는 시골의 훈훈한 정이다. 이곳은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된다. 할머니와 함께 농장을 찾은 김석주(11, 박문초 4) 어린이는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며 봄볕보다 환한 미소를 짓는다. 자연은 이렇듯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내어준다.
포스코건설은 이와 함께 송도사옥에 수경재배의 일종인 에어로포닉(Aeroponic) 재배시스템을 갖춘 도시형 식물농장 ‘그린 허브(Green Hub)’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식물농장에 자동화된 고도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등을 활용하고 양액을 재활용하는 등 Zero Emission(제로이미션) 식물농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싹 틔운 식물농장 시스템을 더 많은 공동주택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포스코건설 R&D 센터 기술연구소 김관우 차장의 이야기로, 미래도시에 부는 녹색바람을 예견해 본다.
Plus Tip
내가 사는 아파트에 식물농장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 것. 가정용 LED 식물재배기를 들여놓으면, 봄여름가을겨울 ‘홈 메이드 채소’를 만날 수 있다. 30만원 대로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씨앗을 뿌리고 생명을 키워내는 기쁨과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다. 또 집 안의 공기를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아이들에게는 자연학습장의 역할을 한다.
카스트 친환경 농업기술 054-474-6495 늘푸른 1566-5818참빛영농조합법인 041-546-6202
송림아뜨렛길 ‘동이네 다랑채’
지하보도에 일렁이는 초록물결
동구 송림지하보도 ‘송림아뜨렛길’에도 초록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10여 년간 방치돼 있던 송림지하보도는 지난해 5월 갤러리와 북카페, 식물전시관 등을 갖춘 시민의 쉼터로 산뜻하게 단장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지하보도에 조성한 식물농장 ‘동이네 다랑채’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농장의 면적은 126㎡에 이르며 그 안에서 상추, 케일, 청경채 등 7종에 이르는 채소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이 앞에선 바삐 지나던 사람들도 잠시나마 마음에 초록빛 여유를 드리운다.
농장의 식물은 자라는 속도가 두 배나 빨라 3일에 한번 30㎏ 가량을 수확한다. 모두 농약 한 방울 스치지 않은 순수자연 그 자체. 관내 6개 무료급식소에 사랑을 담아 전하고 있다.
동구 전략사업추진실의 최영민 실무관은 “옛 송림지하보도를 기억하는 시민들께서 새롭게 단장한 아뜨렛길을 보고 놀라시곤 합니다. 특히 흙과 햇빛 없이도 잘 자라는 식물들을 보며 신기해 하시지요. 사계절 푸르른 이들 식물들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아 보는 즐거움에 먹는 즐거움까지 선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잎을 떼어 머금으니 입안 가득 싱그러움이 퍼져나간다.
동이네 다랑채는 미래도시농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농산물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곳을 소개했다. 가까이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지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Plus Tip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많은 학생들이 식물재배전시관 ‘동이네 다랑채’을 찾고 있다. 엄마아빠 손잡고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도 한다. 사전에 동구 홈페이지(icdonggu.go.kr)를 통해 단체관람 및 체험을 신청하면 된다. 관련 영상을 관람하고 식물재배관을 둘러볼 수 있다. 또 직접 식물의 씨를 뿌리고 거둬들이며 손끝부터 마음까지 초록빛으로 물들일 수 있다. 동구 770-693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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