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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크레파스’ 양현경
화수분처럼 샘솟는 그녀의 음악열정
글 이용남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어젯밤에 우리아빠가 / 다정하신 모습으로 / 한손에는 크레파스를 / 사가지고 오셨어요(중략)’. ‘아빠와 크레파스’는 85년 동요같은 대중가요로 아빠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노래는 80년대 대중가요를 이끈 배따라기 맴버 양현경씨의 첫 솔로곡이다. 양씨는 송림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까지 인천에서 살았고, 지금은 학익동에서 70,80 라이브카페 ‘열린음악회’를 운영하고 있다.
3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빠와 크레파스’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불려진다. 사실 ‘아빠와 크레파스’는 양현경씨의 이야기다. 왕자표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던 소녀는 아빠에게 크레파스를 사달라고 졸랐다. 집안 형편은 어려웠다. 몇 달이 지나도 크레파스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거나하게 술에 취한 아빠가 크레파스를 사갖고 온 자신의 어린시절 애가(哀歌)다.
양씨는 어렸을 적부터 가수가 꿈이었으나 높은 음이 안 올라가 가수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노래는 계속 불렀고, 어딜가나 ‘노래 잘하네’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던 차에 기회가 왔다. 80년 초 남이섬에서 열린 라디오 공개방송 ‘아마추어 통기타 노래자랑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DJ 이종환이 운영하던 ‘쉘브르’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이종환이 운영하던 쉘브르는 당시 가수지망생들의 꿈의 무대였다.
쉘브르에서 노래하면서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가수 이진관씨의 소개로 배따라기 이혜민씨를 만나면서다. 이혜민씨는 ‘그댄 봄비를 좋아하나요’를 함께 부를 여성맴버를 찾던 중이었다. 양씨는 ‘그댄 봄비를 좋아하나요’를 들으면서 ‘나는요’하는 가사에 전율을 느꼈다. ‘나는요’ 부분만 부르게 해달라고 작곡가에게 매달리고 울었다. 그런 사연과 우여곡절 끝에 곱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양씨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그댄 봄비를 무척좋아 하나요 / 나는요 비가오면 / 추억속에 잠겨요 / 그댄 바람소리 / 무척 좋아 하나요 / 나는요 바람불면 / 바람속을 걸어요(중략)’. “가수생활을 하면서 이름은 얻었지만 돈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아요.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것도 사람들에게 노래를 통해 희망과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양씨는 TV나 가요프로그램에 자주 나오진 않지만 한번도 가수의 길을 접은 적은 없다. 가수생활에서 다 하지 못한 열정은 라이브카페에서 뿜어낸다. 밤 10시부터가 그녀의 독무대다. 무대에서 음악을 하다 생을 마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양씨. 그녀는 올해도 새 음반을 준비하며 더 큰 음악인생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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