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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의 넋 깃든 ‘물봉우리’

2013-06-05 2013년 6월호

 

순국선열의 넋 깃든

‘물봉우리’


가까워진 태양이 나뭇잎에 부서진다. 푸른 나무가 그늘 텐트를 치면 도심의 공원은 자연휴양지가 된다. 수봉산은 원래 ‘水峯山’이였는데 이제는 ‘壽鳳山’으로 한자표기가 바뀌었다. 예전 주안역 뒤편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멀리서 이 산을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봉우리처럼 보였을 터, 그래서 ‘물봉우리’가 아니었을까.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작은 봉우리. 소박하지만 운치 있어 보이는 이름이다. 6월 호국 보훈의 달,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의 넋이 깃든 곳, 그 봉우리를 올랐다.

 

그림·글·사진 차지원 일러스트레이터

 

 

입구부터 가로수 길을 따라 걷는다. 맑은 여름 냄새가 코끝에 스친다. 익숙한 6월의 내음이 오늘따라 더 상쾌하다. 산책하듯 수봉공원을 오른다. 높이 104m. 한걸음에 정상을 오른다. 평탄한 정상에 다다르면 특이한 모양의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거인국의 의자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전망대다. 원래 이 자리에는 알록달록 비둘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비둘기가 최근 사람한테 좋지 않다고 해서 그들의 집을 허물고 전망대를 세웠다.
졸지에 홈리스가 된 비둘기는 공원바닥을 이리저리 떠돌며 하루 식량을 찾으러 다닌다. 길고양이 도도와 비슷한 신세 같아 측은한 마음을 갖고 전망대를 오른다. 의자전망대라고 해서 앉아서 전망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의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탁 트인 시야에 마음이 뻥 뚫린다. 뷰가 굿이다. 눈앞에 인천 시내가 풍경화처럼 펼쳐져있다. 저 멀리 인천시청도 보이고 더 멀리 송도국제도시도 있다.

 

공원 한쪽에는 자연학습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생태교육을 할 수 있다. 자연 숲 속에서 느끼는 생(生) 교육현장이다. 이곳은 일 년 내내 야생화를 비롯해 원추리, 양지꽃, 물레나물, 패랭이, 백합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시민들은 물론 많은 학생들이 자연학습과 도시숲 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근처에는 새 둥지가 있다. 멋진 깃털을 펼친 공작새 등 60여 마리의 새들이 모여 산다.

 

수봉공원에서는 자연교육뿐 아니라 역사교육도 가능하다. 인천시 통일관에 들어서면 북한의 의식주와 경제, 사회 등을 엿볼 수 있다. 사진으로 보는 남북관계, 통일의 필요성 등을 관람하며 다시 한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문구를 떠올린다. 사실 요즘 같은 상황에 ‘정말 통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민족의 단절된 모습이 가슴 아픈 일인 건 틀림없다. 북한의 간행물들 중 ‘혁명의 역사’라고 쓰인 문구를 보면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기도 하지만, 학교 교과서를 보면 우리의 것과 비슷해 친근하다. 다른 듯, 같은 듯 오늘만큼은 휴전선의 경계도 흐릿하다.

 

 

휘익~. 수봉산 중턱에 오르다 보면 화살 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산자락에 활터가 있다. 인천궁도협회 국궁 훈련장 ‘무덕정’이다. 전쟁 중에 활은 병기가 되고 평화 시에는 놀이가 된다. 활쏘기는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은 장수 운동으로 알려져 많은 동호인들이 있다. 요즘 무덕정에서는 편사(便射) 대회가 열리고 있다. 예부터 무인들이 편을 짜서 활쏘기 재주를 겨루는 시합이다.
궁금증이 발동해 조심스럽게 무덕정의 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화살이 과녁에 맞는 순간 ‘관중이요~’라는 소리와 함께 ‘지화자~’를 하며 흥겨운 분위기다. 승패를 가리는 시합이 아니라 그동안 연습한 활 실력을 뽐내며 노는 잔치분위기다. 

 

현충탑은 전쟁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생명을 바친 인천 출신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정신을 기리고자 72년 9월 15일 건립했다. 자유공원에 있던 충혼탑을 수봉공원으로 이전하면서 현충탑으로 세운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현충탑의 모습이 순국선열들의 기개를 닮았다.
수봉공원에서 호국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재일학도의용군참전기념비다. 6·25 전쟁 당시 일본에 유학을 가 있던 유학생들과 재일동포의 자녀들이 조국을 구하고자 전쟁에 참전해 자신을 희생했다. 매년 9월이면 당시 전쟁에 참전했던 641명의 학도병들을 기리기 위해 이 기념비 앞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다. 요즘은 ‘전쟁나면 해외로 가야지’하는 젊은이들도 있던데,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국궁장을 지나다 보면 아이들 소리가 들려온다. 작은 놀이터다. 원래 수봉공원에는 70년대에 당시로서는 유명한 놀이동산이 있었다. 이제 그 흔적은 다 없어지고 작지만 알차게 꾸며진 놀이터엔 아이는 물론 주인과 산책 나온 반려견들도 보인다. 지네시소, 퐁퐁으로 익숙한 트럼플린, UFO놀이, 스카이 뱅뱅 등 일반 놀이터에선 볼 수 없는 놀이기구들에 신난다. 뚱뚱하게, 홀쭉하게, 길쭉하게 보이는 요술거울 앞에 서본다.
뚱뚱이 거울 앞에서 ‘다이어트를 해야지’ 하고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설렁설렁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올랐던 수봉공원. 곳곳을 둘러보니 후손들에게 애국 애족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현충탑을 비롯해서 인천지구전적비와 재일학도의용군비 그리고 이산가족의 애환을 말해 주는 망배단 그리고 통일을 염원하는 자유회관까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설들로 꽉 차있다. 유난히 전쟁의 상채기가 많이 나 있는 우리 인천, 보훈의 달 6월 수봉공원에서 그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어떨까.

 


옛 AID아파트 뒤편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인공폭포가 있다. 산 기슭에 만든 이 폭포는 높이 37m 폭 122m 육각형 모양의 암석을 세운 듯하다. 크기와 높이가 크고 웅장해 흡사 암벽을 연상케 한다. 물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수봉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낙하하는 듯 같다. 한여름 이곳은 동네 아이들의 풀장으로 변한다. 폭포 사이에 2~3명이 걸을 수 있는 통로가 있어 자연스럽게 폭포 안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윗 쪽 폭포에 이르고, 이어 인천시내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공원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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